[사설] 102주년 맞이하는 3.1독립운동 기념사, 친일잔재청산 언급 없어

코로나19 방역과 예방에 초점 맞춘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
친일잔재청산으로 3.1운동 정신 이어가겠다는 이재명의 연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이름도 없이 희생한 민초들도 기억되기를,...

  • Editor. 김재봉 선임기자
  • 입력 2021.03.01 12:25
  • 수정 2021.03.0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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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김재봉 선임기자]일제강점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3.1절 102주년을 맞이하는 아침에 비가 내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전국 17개 광역단체장들은 3.1절 102주년 기념사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독립운동이 탑골공원에서 시작해 종교의 벽을 넘어 민족대연합의 선두에 섰다고 언급하며 현재 코로나19에 직면한 상황과 예방, 백신에 초점을 맞춘 기념사를 전했다.

스페인독감부터 시작해 세계에 유행했던 전염병들도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방역과 의료 시스템의 우수성은 전달했지만, 정작 3.1독립운동을 맞이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친일잔재청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독립군이 사용하던 태극기 <사진 독립기념관에 보관 중인 태극기>
독립군이 사용하던 태극기 <사진 독립기념관에 보관 중인 태극기>

한국사회는 여전히 일제강점기 때 형성된 친일잔재를 청산하지 못했다. 해방 후 반민특위는 이승만정권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혔다. 한민족의 정체성을 제대로 회복하기도 전에 박정희는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18년간 독재정권을 한국 땅에 뿌리내렸다.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기득권층들의 정치·경제·사회의 왜곡된 인식은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채 출발한 한국정부수립에 있다. 102년 전 일제에 앞장서며 친일을 했던 사람들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다시 친일의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어 우리 사회 곳곳에서 그 본모습들을 표출하고 있다.

우리는 제2의 반민특위가 필요하다. 반민특위를 통해 친일청산을 분명하고도 명확하게 이룩하고, 대한민국의 올바른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나가야 할 길을 제대로 제시하고, 그때야 우리는 일본의 진심어린 사죄를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협력과 화해의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름도 없이 대한독립을 위해 희생한 많은 민초들이 있다. 우리는 지도자들의 이름은 기억하지만, 정작 최전선에서 독립운동을 위해 죽음을 맞이한 무명의 독립운동가와 독립군을 기억하지 못한다. 독립을 위한 그들의 작지만 큰 움직임도 기억되고 독립유공자로 정당하게 예우받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란다.

오늘 발표된 광역단체장들의 3.1독립운동 기념사 중 경기도 이재명 지사의 기념사는 ‘친일잔재청산과 3.1운동 정신 계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 2차대전이 끝나고 진행된 패전국 독일과 일본의 차이점을 언급한 이재명 지사는 일본이 전쟁에 대한 책임을 감당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분단된 아픔을 겪으며 한국전쟁까지 이어지는 비극의 한 가운데 있었음을 상기시켰다.

이러한 우리 역사의 비극은 과거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다고 언급한 이재명 지사는 “대한민국은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던 친일 세력의 반발로 친일잔재청산의 기회를 잃고 말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왜곡된 역사는 왜곡된 미래를 낳습니다”라고 말한 이재명 지사는 “우리가 친일잔재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는 과거에 얽매이거나 보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는 2년전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친일작곡가가 만든 ‘경기도의 노래’를 폐지하고 새로 만들었으며, 친일행적을 잊지 않기 위해 지역 내 친일인사 257명의 행적을 알리고 경기도내 친일기념물에 친일잔재상징물 안내판을 설치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친일잔재문화도 세세히 살피겠다는 약속과 함께 일제식 지명 고치기, 친일잔재 아카이브 설치를 진행하과 동시에 경기도에 생존해 있는 독립운동 애국지사에 대한 예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3.1독립운동 102주년 기념사 전문과 이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념사 전문을 소개한다.

지난해 3.1독립운동 기념사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지난해 3.1독립운동 기념사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제102주년 3·1절 기념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3·1독립운동이 시작된 역사의 현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3·1독립운동 기념식이 열리게 되어, 참으로 뜻깊고 감회가 큽니다. 102년 전 오늘, 이곳 탑골공원에서 민족의 회복과 도약이 시작되었습니다.

천도교, 기독교, 불교가 종교의 벽을 넘어 한마음이 되었고, 학생들이 민족대연합의 선두에 섰습니다.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한 청년이 팔각정에 올라 독립선언서를 낭독했습니다. 낭독이 끝나자 만세 소리가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비폭력운동, 3·1독립운동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탑골공원에서 시작된 자유와 독립의 외침은 평범한 백성들을 민주공화국의 국민으로 태어나게 했고, 정의와 평화, 인도주의를 향한 외침은 식민지 백성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함성이 되었습니다.

3·1독립운동은 식민지배의 수탈로부터 민족의 삶을 회복하기 위해 온 국민이 함께 한 운동이었습니다. 3·1독립운동으로 우리는 식민지 극복의 동력을 찾았고, 민족의 도약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역경을 헤쳐 나가며 대한민국 역사의 반전을 이룬 자랑스러운 선조들께 깊은 존경을 바칩니다.

국민 여러분,

100년의 긴 세월이 흘렀지만, 국난에 함께 맞서는 우리 국민들의 헌신과 저력은 한결같습니다. 한 해를 넘긴 코로나의 위협에 우리는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년, 국민들은 방역의 주체가 되어 대한민국을 지켜주셨습니다. 방역 요원과 의료진은 직업적 책임감을 뛰어넘는 놀라운 헌신과 희생을 보여주었습니다.

3·1독립운동 전 해, 일제의 무단통치와 수탈에 신음하던 1918년에도 ‘스페인 독감’이라는 신종 감염병이 우리 겨레에 닥쳤습니다. 당시 인구의 40%가 넘는 755만 명의 환자가 발생해 14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콜레라’ 역시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치명률이 65%에 이르렀고, 1920년에만 만3천50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일제는 식민지 백성을 전염병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방역과 위생을 구실로 강제 호구조사와 무조건 격리를 일삼았고, 1920년 당시 의사 1인당 담당 인구수가 무려 만7천 명에 달했습니다.

그와 같은 척박한 의료 현실 속에서 의학도들은 3·1독립운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경성의전과 세브란스의전 학생들이 탑골공원의 만세시위를 주도했고, 세브란스병원 간호사들과 세브란스의전 간호부 학생들 역시 붕대를 가지고 거리로 뛰쳐나와 동참했습니다. 체포된 학생들 가운데 경성의전 학생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가족과 이웃, 공동체의 생명을 지킨 것은 3·1독립운동으로 각성한 우리 국민 스스로였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자 의료인들은, 독립운동으로 탄압받는 민족의 구호를 위해

상해에서 대한적십자회를 설립했고, 1920년에는 ‘적십자 간호원 양성소’를 세워 독립군을 치료할 간호사들을 길러냈습니다.

콜레라가 유행하자 전국 곳곳의 청년·학생들은 청년 방역단을 조직하여 무료 예방접종과 소독 등의 방역 활동을 벌였고,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열세 개 동, 3천여 가구가 연합 자위단을 조직해 콜레라에 맞섰습니다.

효자동을 비롯한 여덟 개 동 주민들은 전염병 병원 설립을 위한 조합을 결성했고, 1920년 9월 4일, 마침내 최초의 사립 전염병 격리병원 ‘효자동 피병원’이 설립되었습니다. 조선인이 지은 병원에서 조선인 의사와 간호사, 한의사가 전력을 다해 환자를 치료했습니다.

오늘의 코로나 상황 속에서 보면, 우리 스스로 우리 환자를 돌보려 했고, 우리 스스로 의료체계를 갖추려 했던 선대들의 노력이 참으로 가슴 깊게 다가옵니다. 오늘 우리가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는 힘이 100년 전 우리 의료인들의 헌신과 희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국민 여러분, 100년이 흐른 지금, 우리 보건의료 체계는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소득층은 언제든 연간 80만 원 이하의 자부담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중증환자 보장률도 80%까지 올랐습니다.

우리 의료는 대장암과 위암을 비롯한 각종 암과 뇌졸중 치료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고, 기대수명과 영아 사망률, 암 질환 생존율 등 주요 지표에서 OECD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놀라울 정도로 발전한 보건의료 체계와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이 K-방역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100년이 흘렀지만 한결같은 것이 또 있습니다. 서로를 돌보고 의지하는 ‘포용’과 ‘상생’의 마음입니다. 이야말로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우리 국민의 힘입니다. 우리는 국민의 힘으로 많은 위기와 역경을 이겨왔고, 지금도 코로나 위기를 이겨내고 있습니다.

3·1독립운동은 민족지도자들이 시작했지만, 온갖 탄압을 이겨내며 전국적인 만세운동으로 확산시킨 것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었습니다. 지금 이웃을 위해 매일 아침 마스크를 챙겨 쓰는 국민의 손길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국민들의 가슴 깊은 곳에도 국난 극복을 위해 함께한 3·1독립운동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웃을 위해 인내하고 희생해온 국민들과, 지금 이 순간에도 격리병동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코로나와의 기나긴 싸움도 이제 끝이 보이고 있습니다. 충분한 물량의 백신과 특수 주사기가 확보되었고, 계획대로 접종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끝까지 방역에 최선을 다하며, 국민 한 분 한 분이 모두 코로나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 때까지 백신 접종에 만전을 기할 것이며, 다음 겨울에 접어드는 11월까지 집단 면역을 이룰 것입니다.

코로나 방역에 있어서 정부가 시종일관 지켜온 제1의 원칙이 투명성입니다. 정부는 방역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항상 투명하게 공개해왔습니다. 백신 접종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신 접종의 전략과 물량 확보, 접종 계획과 접종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고, 언제나 국제기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국민들께서, 백신 불신을 조장하는 가짜뉴스를 경계해주시고 백신 접종에 적극 협력하여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1946년, 해방 후 처음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임시정부 국무위원 조소앙 선생은 “우리 동포를 자유민이 되게 하고, 정치적 권리를 갖게 하고, 의식주 걱정 없는, 진정한 광복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건국이념으로, 우리 스스로 힘이 있을 때 개인과 개인,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 간 평등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삼균주의’를 공표했습니다.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이었고, 우리는 이 꿈 위에서 놀라운 성취를 이뤘습니다.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로 성장했고, 세계 7대 수출 강국이 되었으며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열었습니다.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우리의 첨단 IT 제품이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에 이어,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미래차에서도 앞서가고 있습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 자립을 이뤄가고,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산업의 성장 속도도 자랑할 만합니다. 우리 청년들의 고등교육 이수율도 OECD 국가 중 가장 높습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지식을 쌓은 우리 국민의 저력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우리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힘으로, 코로나 위기 속에서 방역과 경제의 모범을 만들어왔고, ‘K-방역’의 성과와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고 있습니다. 개도국과 보건 취약 국가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100년 전, ‘파리평화회의’의 문턱에서 가로막혔던 우리가, 이제는 G7정상회의에 초청받을 만큼 당당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올해 G7 정상회의 참여로 우리가 이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성취 위에서 ‘선도국가, 대한민국호’가 출발하는 확실한 이정표를 만들겠습니다.

​우리는 국제사회와의 협력 속에서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세계와 함께 회복하고 도약할 것입니다.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은 이곳에서 인류 평등의 대의와 함께, 독립선언의 목적이 일본을 미워하고 배척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라 간의 관계를 바로잡아 동양평화와 세계평화를 이루고자 함에 있다는 것을 선포하고, 비폭력 평화 운동을 선언하였습니다.

우리는 100년 전의 선조들로부터 나라 간의 호혜 평등과 평화를 지향하는 정신을 물려받았습니다. 10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코로나에 맞서 연대와 협력, 다자주의와 포용의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절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힘이 지배하는 일방적인 세계 질서 속에서, 식민주의와 전쟁으로 인류 모두가 불행해지는 시대를 넘어섰습니다. 우리는 글로벌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으며, 백신의 조기개발을 위해 세계 각국이 협력해야 하고, 세계적인 집단 면역을 위해 개도국과 백신을 공평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것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세계는 공존과 새로운 번영을 위해 연대와 협력, 다자주의 정신을 되살려야 합니다. 코로나 극복은 물론, 기후변화 대응 같은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해 다자주의에 입각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다자주의에 입각한 연대와 협력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도 생겼습니다. 지난해 12월 우리는 미국, 중국, 러시아, 몽골과 함께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를 출범시켰습니다. 일본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으며, 나아가 북한도 함께 참여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는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국들과 협력할 것입니다.

코로나와 같은 신종 감염병과 가축 전염병의 초국경적인 확산은 한 나라의 차원을 넘어 다자주의적 협력에 의해서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서도 변함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전쟁불용,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이란 3대 원칙에 입각해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참여를 시작으로 북한이 역내 국가들과 협력하고 교류하게 되길 희망합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상생과 평화의 물꼬를 트는 힘이 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일본과 우리 사이에는 과거 불행했던 역사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불행했던 역사 속에서 가장 극적이었던 순간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그 역사를 잊지 못합니다. 가해자는 잊을 수 있어도, 피해자는 잊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한일 양국은 경제, 문화, 인적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이웃이 되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한일 양국은 일종의 분업구조를 토대로 함께 경쟁력을 높여왔고, 한국의 성장은 일본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일본의 성장은 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가 넘어야 할 유일한 장애물은, 때때로 과거의 문제를 미래의 문제와 분리하지 못하고 뒤섞음으로써, 미래의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면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을 얻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존중받는 길입니다. 한국은 과거 식민지의 수치스러운 역사와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렀던 아픈 역사를 결코 잊지 않고 교훈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습니다.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언제나 피해자 중심주의의 입장에서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것입니다.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일 양국의 협력과 미래발전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양국 협력은 두 나라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동북아의 안정과 공동번영에 도움이 되며,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함께 준비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이웃나라 간의 협력이 지금처럼 중요한 때가 없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3·1독립선언서는 일본에게, 용감하고 현명하게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참된 이해를 바탕으로 우호적인 새로운 관계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우리의 정신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과거의 문제도 얼마든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한일 양국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보며 함께 걷고 있습니다. 올해 열리게 될 도쿄 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의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입니다. 나아가 한일 양국이 코로나로 타격받은 경제를 회복하고, 더 굳건한 협력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지금 우리 곁에 계신 생존 독립유공자는 스물네 분에 불과합니다. 모두 아흔을 훌쩍 넘기셨습니다. 독립유공자들은 온몸으로 민족의 운명을 끌어안아 오신 분들이며, 독립유공자들께 명예롭고 편안한 삶을 드리는 것은 국가의 무한한 책임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독립유공자를 위해 찾아가는 재가복지서비스 특별기동반을 운영했습니다. 독립유공자와 유족을 포함하여 모두 4만4천여 가구에 코로나 긴급구호 물품을 전해드렸고,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병원에 모시고 다녔습니다. 해외 독립유공자와 후손들께도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지원했습니다.

정부는 이달부터 독립유공자들의 자택으로 직접 찾아뵙는 ‘한방 주치의 제도’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12월부터는 독립유공자를 비롯한 국가유공자들게 ‘자율주행 스마트 휠체어’를 지급하고, ‘인공 망막’, ‘스마트 보청기’ 개발도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독립유공자 심사기준을 개선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독립유공자를 발굴 포상해왔습니다. 독립운동 사료 수집을 강화하고 공적심사 기준을 더욱 개선해 포상 대상을 확대해나가겠습니다.

3·1독립운동의 주역이었던 학생들은 1926년 6·10만세운동,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으로3·1독립운동의 정신을 면면히 이어갔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6·10만세운동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고, 올해부터 기념식을 정부 주관 행사로 거행하게 됩니다. 3·1독립운동, 광주학생독립운동과 함께 ‘3대 독립운동’ 모두가 국가기념일이 되어 매우 뜻깊습니다.

임시정부 요인 환국일인 올해 11월 23일,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이 드디어 개관합니다. 목숨을 건 무장투쟁과 의열활동, 필사적인 외교전, 마침내 이뤄낸 광복군의 좌우합작과 국내진공작전의 준비까지 대한민국임시정부 27년의 위대한 대장정을 생생하게 되살릴 것입니다. 우리 독립운동의 역사가 미래 세대에게 커다란 긍지와 자부심이 되길 희망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3·1독립운동 이후 우리의 100년은 식민지배, 분단과 전쟁, 가난과 독재를 극복해온 100년입니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와 평화, 정의와 인도주의를 향해 전진해온 100년입니다.

우리는 지금 3·1독립운동의 정신과 민주주의, 포용과 혁신의 힘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으며, 세계는 우리의 발걸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연대와 협력으로 소중한 일상을 회복할 것입니다. 인도주의와 다자주의, 상생과 포용의 정신으로 국제질서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이곳 탑골공원에는 위기와 역경 속에서 역사의 반전을 이룬 선열들의 정신이 살아있고, 우리는 선열들을 기억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함께할 때 우리는 더욱 강합니다. 더 높이 도약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제102주년 3·1절 기념사 전문>

“친일잔재청산으로 3.1운동 정신을 이어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경기도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가족 여러분!

 

1919년 3월 1일,

독립을 요구하는 선열들의 함성이

백두대간을 타고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일제가 총칼로 가로막으면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독립을 외쳤습니다.

 

3.1운동의 함성과 정신은

일제의 식민 통치를 뒤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해방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패망으로

마침내 선열께서 꿈에도 그리던

해방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해방은

절반에 그친 미완의 해방이었습니다.

 

나치 독일을 비롯한 패전국은

영토 분할이나 전쟁 배상금 등

전쟁 책임에 따른 제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나치 독일만큼

전쟁 책임이 막대한 일제가 아니라

피해 당사자인 한반도가 분할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비극은 잇따른 비극을 몰고 왔습니다.

 

한반도는 냉전의 최전선이 되었고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전쟁의 포연이 걷히기도 전에

군부 독재의 군홧발에 짓눌리고 말았습니다.

피땀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얽히고설킨 역사의 실타래를 되짚어보면

과거사를 제대로 청산했는지 여부에 따라

현재의 모습이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독일은 패전 이후 ‘탈나치화(Entnazifizierung)’를 통해

정치, 경제, 문화부터 사회 말단까지

깊게 뿌리내리고 있던 나치 세력이

두 번 다시 발흥할 수 없도록

지금껏 ‘역사 바로 세우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러질 못했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던 친일 세력의 반발로

우리는 친일잔재 청산의 기회를 잃고 말았습니다.

 

그 후과를 지금까지 겪고 있습니다.

잊을만하면 독버섯처럼 되살아나는

과거사에 관한 망언 역시

친일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왜곡된 역사는 왜곡된 미래를 낳습니다.

우리가 친일 잔재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는

과거에 얽매이거나 보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해서

그대로 놔두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됩니다.

경기도가 친일잔재 청산에 나선 이유입니다.

 

경기도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2년 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도내 친일잔재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친일 행적이 확인된 작곡가가 만든

‘경기도 노래’를 폐지하고 새로 만든 것처럼

그간의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올해를 경기도 친일청산 원년으로 삼아

역사를 바로 세우는 데 더욱더 속도를 내겠습니다.

 

친일 행적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도록

지역 친일인사 257명의 행적을 알리고

도내 친일기념물에 친일잔재상징물 안내판을

설치하겠습니다.

 

그 밖에 무형 친일문화잔재 청산을 위해서도

더욱더 세심히 살피겠습니다.

 

일제는 ‘창씨개명’을 통해

선열들의 독립 의지를 말살하려 한 것처럼

지역의 이름을 강제로 빼앗아

이 강토를 영원히 유린하고자 획책했습니다.

 

이에 경기도는 일제가 강제 개칭한

도내 각 지역의 지명 변천사를 살펴보고

이름을 되찾는 일도 진행하고자 합니다.

 

국내외 과거사 청산 사례를 소개하고

친일잔재 아카이브를 구축하여

기득권을 위해 공동체를 저버리는 세력이

다시는 득세할 수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친일잔재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만큼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대우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경기도에 생존해 계신 애국지사 여덟 분과

독립유공자분들의 헌신에 걸맞은

예우를 다하기 위해 변함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유가족 여러분께서도

늘 평안하시고 행복하시도록

세심하게 살피겠습니다.

 

선열들께서 모든 걸 바쳐 되찾은 나라가

자랑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경기도가 앞장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3.1운동을 통해 펼치신

숭고한 헌신과 열망을

친일잔재 청산으로 이어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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