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απολογια] 언론사가 문제인지, 글을 쓴 기자가 문제인지?

21세기 대한민국에 심히 낯간지러운 기사를 봤다

  • Editor. 김재봉 논설주간
  • 입력 2022.04.05 18:55
  • 수정 2022.05.17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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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김재봉 논설주간] “김씨 팬클럽에서 지지자들은 해당 슬리퍼 사진을 공유하며 “나도 사고 싶은데 (일부 사이트에서) 벌써 품절됐다” “완판녀 등극” “검소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조선일보 기사 본문 중-

김건희씨 슬리퍼 찬양 기사를 올린 언론사들 <인터넷뉴스 화면 갈무리>
김건희씨 슬리퍼 찬양 기사를 올린 언론사들 <인터넷뉴스 화면 갈무리>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비롯해 대형 언론사부터 어지간한 언론사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김건희씨가 경호를 맡은 경찰특공대 폭발물 탐지견을 안고 있는 사진과 함께 조선시대 용비어천가 같은 소설을 올렸다.

마치 주체사상에 물들어 김일성 3대 부자에게 충성을 바치는 북한 주민들의 찬양을 보는 것과 같이 낯이 간지럽다.

경호견을 안고 있는 김건희씨 <사진 언론사에서는 김건희씨 제공이라고 되어 있음>
경호견을 안고 있는 김건희씨 <사진 언론사에서는 김건희씨 제공이라고 되어 있음>

이 현상은 “조·중·동이 썼으니 이해할 수 있지”라고 할 수도 없는 문제다. 아무리 조선·중앙·동아일보라도 기자가 기사를 저렇게 쓸 수는 없다. 설령 아직 뭘 모르는 막내 기자가 썼다고 해도 담당 사수가 기사를 잘라야 했고, 사수가 자르지 못했으면 담당 차장이나 정치부장이 볼 것도 없이 저 기사는 잘라야 했다. 그리고 기사를 출고하기 전 반드시 거치는 데스크나 편집국장은 그냥 있는 자리가 아니다.

어떻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아침 9시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저렇게 낯 뜨거운 기사가 버젓이 올라갈 수 있을까?

길게 쓸 필요도 없이 딱 두 가지 궁금증이 든다.

첫째. 저 기사를 쓴 기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두 번째. 저 기사를 실은 언론사는 도대체 어떤 정신 상태와 방향성을 가지고 있을까?

서로 짜고 기사를 작성한 것처럼 같은 내용으로 기사를 쓰려고 했으면 언론사는 왜 따로 존재할까? 이참에 통폐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김건희씨 슬리퍼를 칭찬하는 기사가 100여건 된다고 한다. 정부 광고비, 지자체 광고비, 기업 광고비 축내지 말고 한 개 언론사로 통폐합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위안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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