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Door Stepping and National Memorial Park

“츨근 길 기자 질의응답, 국립추모공원”은 너무 촌스러워
청와대, 국회, 중앙부처, 관공서, 교육기관 등 영어 표현 넘쳐

  • Editor. 김재봉 논설주간
  • 입력 2022.06.12 22:04
  • 수정 2022.06.13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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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김재봉 논설주간] 93년도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아침 방송에는 거의 매일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부터 장관들이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방송국과 언론사 기자들이 바로 마이크를 들이대며 총리나 장관들과 인터뷰하는 모습을 봤다.

당시 한국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 하는 장면이었고, 21세기 한국에서도 상상조차 불가능한 모습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광화문대통령 시대를 열고 국민과 소통을 많이 하겠다고 장담했지만, 그는 청와대 깊은 곳에 숨어서 직접 기자들 앞에 나서는 횟수도 매우 드물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운동기간에 광화문대통령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당선되자 광화문은 사실상 힘들다고 말하면서 즉각 용산 국방부에 대통령 집무실을 만들겠다고 청사진까지 준비해 브리핑했다.

이를 두고 선거운동 기간에 이미 광화문이 아닌, 용산 국방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외교부장관 공관 빼앗기부터 시작해 “대통령 되어서 방 보러 다니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지난 6월 10일 용산 대통령집무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및 지도부와 가진 오찬간담회 <사진 대통령실>
지난 6월 10일 용산 대통령집무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및 지도부와 가진 오찬간담회 <사진 대통령실>

어쨌든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집무실 시대를 열면서 최초로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됐고, 기자실을 거쳐서 집무실에 올라가는 동선이 만들어지면서 아침 출근 때마다 자연스레 기자들과 간략한 질의응답하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용산 대통령시대는 이상하게 출발했지만, 아침마다 기자들과 소통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과 언론과 소위 전문가들은 ‘Door Stepping’(도어스테핑)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의 주요 언론사는 “도어스테핑이란 단어가 있다. 주로 언론사에서 사용하는 언어인데,..”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기자들과 간략한 질의응답을 소개하고 있다.

‘출근 길 기자들과 간략한 질의응답’이라고 하면 너무 길고 촌스러운가? 너무 길면 ‘출근 길 인터뷰’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최근 ‘National Memorial Park(내셔널 메모리얼 파크)가 문제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통령실 청사 앞에 조성되는 용산공원에 대해 “미군 부지를 모두 돌려받으면 센트럴파크보다 더 큰 공원이 된다”고 말하면서 “공원 주변에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위한 작은 동상들을 세우고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로 이름을 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오찬하는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영어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어서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무엇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글로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할 때 ‘추모공원’이란 말이 대부분 공동묘지에 붙여진 이름이라서 그럴까?

그렇다면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지 말고, 다른 이름으로 결정해도 충분하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많은 분들을 기념하고 그 상징물로 동상들을 만들어도 좋다. 물론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그 외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를 흉내낸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미국 알링텀 국립묘지에 있는 동상
미국 알링텀 국립묘지에 있는 동상

청와대, 국회, 중앙부처, 지자체 및 많은 공공기관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에는 수없이 많은 영어 표현과 외래어 표기가 있다. 심지어 콩글리쉬 표현도 많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영어로 약어만 표기한 보도자료도 많다.

90년대 중후반부터 해외에 핸드폰(hand phone)이란 단어가 한국 방송과 한국인에 의해 널리 유포됐다. 처음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은 손이 전화기인가봐?”라며 비아냥 거렸다. 모바일 폰(mobile phone) 또는 셀룰러 폰(cellular phone)이 정식 명칭이다.

최근에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은 콘택트(contact)의 반대어로 영어사전에도 없는 ‘언택트(untact)란 신기한 단어도 만들어 사용했다. 관공서와 학교 및 교육기관 보도자료에는 ’언택트를 통한 교육‘이란 표현이 봇물이 터지듯 했다.

“CI, 베뉴도시, HACCP, IDC, CCA, MOU, 유비쿼터스”들이 어떤 의미인지 아시나요?“ 지난 2013년 11월 6일 올렸던 글이다. (기사 참조 : http://www.th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40)

지자체에서 실하는 각종 행사에도 영어를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이 넘쳐난다. 전국 지자체 행사 알림 홍보물에서는 불필요하게 영어 알파벳트를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을 한다.

서울시가 상징 단어로 사용하고 있는 'I . SEOUL . YOU'
서울시가 상징 단어로 사용하고 있는 'I . SEOUL . YOU'

뉴욕의 ’I ♡ NewYork’을 흉내낸 서울의 ‘I.SEOUL.YOU’를 시작으로 이와 비슷한 영어표현을 전국 지자체들은 앞다투어 사용했다.

세계는 지금 80년대 90년대와 달리 한류열풍으로 한국을 배우고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왜 한국에서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다는 ‘한글날’을 제외하고는 찬밥신세인지 모르겠다.

정부기관과 교육기관, 공공기관부터 공개되는 모든 자료와 배포되는 모든 보도자료에서 무분별한 외래어 표기를 하지 않도록 법률 또는 규정으로 정해야 한다. 특히 방송에서 작가들과 연출가들이 자막을 통해 무분별한 외래어 표기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언론도 가능한 외래어 표기는 한글로 바꿔서 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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