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와대에서 한복 화보 촬영한 보그 코리아...이를 허가한 문화재청

이번만큼은 탁현민 전 비서관의 비판이 옳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우리 속담이 떠오르는 상황

  • Editor. 김재봉 논설주간
  • 입력 2022.08.23 23:43
  • 수정 2022.08.2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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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김재봉 논설주간] 우리 속담에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풀이 중 “자신에 대한 상황이나 입장을 파악하지도 않고 무조건 남의 행동에 편승해 덩달아 설침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지각없는 인사들이 자신의 영달을 위해 윗전에 무조건적 아부를 하는 언행에 대해 자제할 것을 주문할 때 주로 사용한다”라는 설명이 있다.(우리들의 세상이야기 블로그 게시자 설명)

문화재청은 23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은 74년 만에 국민에게 개방된 청와대에서 한복 패션 화보 촬영을 통해 열린 청와대를 새롭게 소개하고자 동 촬영을 허가 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청와대를 배경으로 한 패션 화보에 대해 "국가의 품격이 떨어졌다"며 탄식했다. <사진 보그코리아>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청와대를 배경으로 한 패션 화보에 대해 "국가의 품격이 떨어졌다"며 탄식했다. <사진 보그코리아>

문화재청의 보충 설명에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은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을 국내외에 알리는 브랜드 사업으로 금년 청와대의 개방으로 경복궁과 이어진 ‘왕가의 길’ 등을 주제로 한복 패션 협업 홍보를 추진하였습니다. 또한 협력 매체인 ‘보그지’는 13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전 세계 27개국에서 발간되는 세계적 패션잡지로 동 잡지에 한복의 새로운 현대적 해석과 열린 청와대가 함께 소개되는 것도 새로운 시도가 될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라고 보도자료에 밝혔다.

보그 코리아가 촬영한 화보에는 모델 한혜진, 김원경, 김성희, 오송화, 이애리 등이 참여했으며, 청와대 영빈관부터 시작해 접견실, 청와대 본관 ‘금수강산도’가 그려진 계단 등 다양한 장소에서 촬영됐다.

김원경은 꽃 자수가 새겨진 네이비색 드레스를 입고 한쪽 다리를 드러낸 채 청와대 본관에 있는 '금수강산도'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사진 보그코리아>
김원경은 꽃 자수가 새겨진 네이비색 드레스를 입고 한쪽 다리를 드러낸 채 청와대 본관에 있는 '금수강산도'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사진 보그코리아>

이에 대해 탁현민 전 비서관은 “국가의 품격이 떨어졌다”며 비난했다.

탁현민 전 비서관은 그의 페이스북에서 “일본이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만든 이유는 식민지 백성들에게 오락거리를 제공하면서 대한제국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새 권력인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호감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 폐쇄는 어떤 이유냐?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 폐쇄는 절차와 과정 그리고 기대 효과 면에서 모두 실패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대통령 시대를 끝내야 했던 것은 시대적 소명이 맞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해놓고 지키지 못했다. 청와대 대통령을 끝낼 용기를 가지지 못했다.

한혜진은 본관 2층 영빈관에서 분홍색 꽃 여러 송이가 달린 드레스를 입고 의자에 누워 포즈를 취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 보그코리아>
한혜진은 본관 2층 영빈관에서 분홍색 꽃 여러 송이가 달린 드레스를 입고 의자에 누워 포즈를 취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 보그코리아>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대통령 시대를 끝낸 것은 옳은 결정이지만, 그 과정이 상식적이고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것는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꼴뚜기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청와대에서 보그 코리아의 화보 촬영을 허가한 문화재청의 어처구니 없는 결정도 문제지만, 한국인이면서 보그지의 화보촬영에 참여한 모델들의 인식의 수준도 문제다.

온갖 구린내가 진동하는 인간들이 청와대를 거쳐갔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청와대가 한국역사와 정치사에 가지고 있는 상징성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준비 없이 무조건 개방한 청와대는 이미 많은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청와대를 대한민국 국민의 품으로 돌려준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이 있었다.

대통령이 청와대 근무하면서 일정한 요일마다 공개범위를 정하고 국민에게 공개하는 행사를 해도 되고, 이때 대통령이 청와대를 찾은 국민과 격의 없이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도 좋다.

청와대를 지금의 위치에서 분해 해체해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경복궁을 온전히 복원해도 좋았을 것이다. 무조건 부수고 폭파하고 버려두는 것이 만사는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중앙청을 해체하고 다른 곳에 이전해 일제강점기 시대에 우리민족이 겪었던 아픔을 기억하는 장소로 활용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문화재청과 보그 코리아, 참여한 모델들은 “꼴뚜기 뛰니 망둥이도 뛴다”에 참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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