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수의 고구려 오디세이] 1. 고구려 발생지 흘승골성의 불편한 족쇄

흘승골성은 요녕성 북진 의무려산

  • Editor. 정재수 역사작가
  • 입력 2022.10.04 17:47
  • 수정 2022.10.0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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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수 역사작가
정재수 역사작가

[더뉴스=정재수 역사작가] '광개토왕릉비'에 따르면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하면서 처음 도읍으로 삼은 곳은 ‘홀본서성산(忽本西城山)’이다. 『삼국사기』가 말하는 ‘흘승골성(紇升骨城)’이다. 우리는 중국 요녕성 환인(桓仁)의 오녀산성을 흘승골성으로 알고 있다. 또한 그렇게 믿는다.

근거없는 오녀산성 비정

오녀산성은 고려 때의 우라(오로)산성이다. 그런데 어떤 문헌에도 오녀산성이 옛날 고구려의 흘승골성이라는 기록이 아예 없다. 유감스럽게도 오녀산성을 고구려 최초 도읍으로 비정한 사람은 일제 식민사학자 도리이 류조(鳥居龍藏)이다. 그러나 류조의 비정은 달리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류조는 흘승골성뿐 아니라 이후 천도하는 위나암성, 환도성 등을 모두 국내성이 있는 길림성 집안(集安) 일대로 몰아넣는다. 이는 마치 대한민국 수도가 서울이 아닌 첩첩산중의 강원도 평창 정도에 있는 꼴이다. 또한 이후 천도지 역시 주변을 맴돌았다는 얘기가 된다. 소가 웃을 일이다.

도리이 류조
도리이 류조

도리이 류조鳥居龍藏(1870~1953)는 동아시아 인류 및 민속학을 연구한 일제 식민사학자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류조는 고대민족의 민속학을 연구하기 위해 만주일대를 여행하다 요녕성 환인현 일대를 고구려 건국지로 설정하고 우연히 오녀산성을 찾아내어 흘승골성으로 비정한다. 이어 남동쪽으로 내려오면서 길림성 집안현의 통구성을 국내성으로 비정한다. 또한 통구성 위쪽 산성자산(山城子山)의 산성을 위나암성과 환도성으로 비정한다. 류조는 흘승골성을 비롯하여 고구려 수도를 모두 첩첩산중 만주 집안현 일대에 쑤셔 박은 장본인이다.

흘승골성, 요녕성 북진 의무려산

흘승골성은 지금의 요녕성 북진(北鎭) 의무려산(醫巫閭山)이다. 북진은 고구려 모체인 홀본(졸본)국이 소재한 지역으로 지금의 중국 요녕성 동북평원을 가로지르는 요하(遼河)의 서쪽에 위치한다. 의무려산은 ‘상처받은 영혼을 치료하는 산’이며 옛적에 백악산(白岳山)으로 불린 우리 민족의 혼이 깃든 영산이다. 바로 《광개토왕릉비》가 기록한 홀본서성산이다.

의무려산을 흘승골성으로 비정한 기록은 우리 문헌에 정확히 나온다. 『삼국유사』는 요(遼)대의 의주(醫州) 지역으로, 『삼국사기』는 북진 의무려산을 구체적으로 지목한다. 특히 조선중기 유학자 허목(許穆)은 ‘진산 의무려산 아래 고구려 주몽씨가 졸본부여에 도읍하였다.’고 설명한다.

《광개토왕릉비》, 『삼국사기』 기록 [필자 제공]
《광개토왕릉비》, 『삼국사기』 기록 [필자 제공]

『유기추모경』(남당필사본)의 흘승골성 유래. ‘임오(前39년) 7월, … 졸본(卒本)에는 뛰어난 암말이 있는데 숫말이 없어 교호하지 못하다가 동성(東城)으로 가보니 동쪽에서 흑말이 찾아와 서로 좋아하여 망아지를 낳았다. 그곳 사람들이 기이하게 여겨 동성(東城)을 흘승골성(紇升骨城)이라 불렀다. 이때에 이르러 상(주몽)이 후(소서노)와 더불어 합근(合巹)하니 나라사람이 하늘이 정한 일로 여겼다. 흘승골(紇升骨)은 서로 올라타는 곡(谷-골)이다.[紇升骨者交騰谷也]’

오녀산성 비정은 추악한 족쇄

흘승골성의 위치 비정은 고구려 역사의 첫 단추를 꿰는 매우 엄중한 문제다. 흘승골성이 의무려산이면 고구려 출발이 대륙의 요하 서쪽이며, 오녀산성이면 한반도 북부의 압록강 중류지역이 된다.

만약 지금처럼 오녀산성을 고집한다면 저 광활한 대륙을 지배한 고구려의 위대한 역사유산은 결국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중국에 흡수되고 말 것이다.

일제의 오녀산성 비정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추악한 족쇄다. 지금이라도 당장 풀어야한다. 더 이상 부끄러운 역사를 연장해서는 안된다.

흘승골성(의무려산)과 오녀산성 위치 비교 [필자 제공]
흘승골성(의무려산)과 오녀산성 위치 비교 [필자 제공]

어찌 식민사학을 붙들고 있으면서 동북공정만을 탓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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