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수의 고구려 오디세이] 2. 홀본, 또 다른 이름 졸본과 일본

홀본, 졸본, 일본은 광명의 근원지

  • Editor. 정재수 역사작가
  • 입력 2022.10.13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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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수 역사작가
정재수 역사작가

[더뉴스=정재수 역사작가] 고구려 건국신화를 보면 졸본(卒本)국이 나온다. 졸본국은 북부여 제후국들 중의 하나로 북부여를 대표한다. 오늘날로 치자면 북부여는 대한민국이고 졸본국은 서울특별시에 해당한다. 다른 제후국들은 각 도와 같다.

졸본국은 고구려의 모체이다. 주몽이 동부여를 탈출하여 졸본국으로 내려와 당시 졸본국 왕 연타발의 딸 소서노와 정략결혼을 성사시키며 고구려가 출발한다. 그런데 《광개토왕릉비》는 졸본이 아닌 홀본(忽本)으로 쓴다.

홀본, 북부여 도성이 소재한 지역

『삼국사기』를 비롯한 문헌기록 모두가 졸본(卒本)으로 쓴다. 한자 ‘卒’은 ‘갑자기, 돌연히’라는 뜻이 있어 ‘忽’과 같다. 다만 ‘卒’은 졸병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졸본은 ‘졸병의 본거지’로도 읽혀진다. 다소 불편하기 짝이 없다. 특히 ‘卒’자에는 ‘죽는다’는 뜻이 있어 하필이면 처음 개국하는 고구려가 ‘卒’자를 썼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忽’은 우리말 고을, 마을을 나타내는 ‘골’과도 같다. 홀본(忽本)은 ‘마을의 본거지’로써 도성을 말한다. 홀본은 북부여 도성의 소재 지역을 가리키는 명칭이다.

홀본은 광명의 근원지, 해본 또는 일본

원래 ‘忽’자에는 ‘해’의 음이 있다. 홀본은 해본이다. 특히 해는 ‘㓞(계,갈)’와 음이 같으며 ‘契(계)’로도 쓴다. 『계림유사』에 나오는 고려방언은 ‘일(日)’을 ‘계(契)’로 표기한다. ‘日’과 ‘契’는 우리말 ‘해’이다. 따라서 해본은 일본(日本)이기도 한다. 결국 홀본, 해본, 일본은 다 같은 말이다. 모두 ‘해(광명)의 근원지’를 나타낸다.

『계림유사雞林類事』(1103년경 편찬)의 고려방언 설명한 기록을 보면, 해는 ‘日曰姮(일왈항)’ 달은 ‘月曰契(월왈계)’로 적고 있다. 姮과 契가 바뀌어 있다. ‘日曰契(일월계)’, ‘月曰姮(월왈항)’이다. 해(日)는 ‘契’이고, 달(月)은 ‘姮’이다. 또한 ‘姮(항)’도 ‘妲(달)’의 오기로 보인다. 참고로 하늘(天)은 ‘한날(漢㮈)’, 구름(雲)은 ‘굴림(屈林)’, 바람(風)은 ‘발람(孛䌫)’이다.

홀본, 졸본, 일본 [필자 제공]
홀본, 졸본, 일본 [필자 제공]

오늘날 ‘닛뽄(nippon)’으로 읽는 일본(日本)은 ‘해가 뜨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삼국사기』〈신라본기〉에 왜국이 일본으로 국호를 변경한 때가 나온다. 670년(신라 문무왕)이다. 이 시기는 백제(660년)와 고구려(668년)가 멸망한 직후이다. 이때 수많은 백제와 고구려 유민이 한반도를 떠나 일본열도로 건너간다. 이들 유민이 본향을 상징하는 ‘홀본(해본)’ 이름을 가지고 간 것으로 추정된다. 요행이 일본열도는 동쪽의 해 뜨는 곳이어서 자연스레 ‘일본’이 된다.

 ’일본’ 국호의 제정년도는 다이호오(大寶)율령이 반포된 701년이다. 그런데 『삼국사기』〈신라본기〉는 670년(문무10)으로 적는다. ‘왜국이 국호를 일본으로 바꿨다. 스스로 말하길 해 뜨는 곳과 가까운 곳에 있어 그리 이름하였다.[倭國更號日本 自言近日所出以爲名]’ 670년은 『구당서』 동이전에도 나오는 년도이다. 이는 일본 국호가 정식으로 제정되기 40여 년 전부터 이미 사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홀본(忽本). 우리는 졸본(卒本)으로 쓰고 일본은 일본(日本)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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