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총체적 '복합위기'의 한국 경제, 선제 대응 돌파구 찾아야

폭풍권에 내몰린 위기의 한국 경제가 실물·외환·금융위기가 한꺼번에 엄습할 수도

  • Editor. THE NEWS
  • 입력 2022.10.25 12:56
  • 수정 2023.06.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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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더뉴스=THE NEWS]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과 주요국의 통화·재정 긴축정책 등으로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의 ‘트리플(Triple) 상승’에 더하여 증시 폭락과 7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는 등 최악의 경제 위기 쓰나미가 밀어닥치면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비등한 가운데 ‘스태그플레이션(Stagnation │ 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야말로 폭풍권에 내몰린 위기의 한국 경제가 실물·외환·금융위기가 한꺼번에 엄습할 수도 있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 총체적 복합위기)’ 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10월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세계 경제기구들이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서 하향조정하고 있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난 7월 지난 4월보다 0.8%포인트(p) 낮춘 데 이어 2.0%로 지난 7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하향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말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0.3%포인트 내렸다. 이는 우리 정부(2.5%)나 아시아개발은행(ADB, 2.3%) 전망치보다 더 낮은 수준이거나 한국은행(2.1%) 전망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앞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인 2.4%로 당초 2.5%보다 0.1%포인트 내린 바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2.1%에 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근에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지난달 말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을 1.9%로 예측했고,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이 2.6%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내년 경제성장률은 1.8%로 큰 폭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우리 경제는 리 오프닝(Reopening │ 경제활동 재개) 효과 소멸 속에 고물가·고금리 여파, 경제 심리 부진 등으로 크게 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정부도 내년 성장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0월 12일 "정부가 당초 전망했을 때는 희망적 정책 의지도 넣은 건데 내년 성장 전망은 그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인 9월 소비자물가지수(108.93)는 작년 같은 달보다 5.6% 오르며 고(高)물가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고착화(固着化)할 것 같다. 10월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인 지난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16(2015년=100)으로 전월대비 0.2% 오르며 한달 만에 다시 상승 전환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8.0% 상승하며 2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10월 23일 원·달러 환율은 매매기준율 1,438.00원으로 1,200원만 돼도 부담스러운데 1,500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한국은 정부도 가계도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가계부채는 1,869조 원으로 2013년(1,000조 원)의 약 1.87배나 돼 우리 경제의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최대 뇌관으로 꼽힌다. 지난 8월 말 국가채무는 1,030조7,000억 원으로 2008년(309조 원)의 약 3.34배나 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7일 발표한 ‘2022년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30억5,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10월 2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 폭은 338억 달러(48조4,000억 원) 수준으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는 순환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활황기를 거친 경제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경기가 둔화하고 침체를 겪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경기는 바닥을 치고 올라가면서 활황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이야기다. 또한 경기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나 금리 변동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인플레이션은 보통 경기가 활황일 때 나타난다.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리고 투자가 늘어나면서 물가도 더불어 상승한다. 이를 제어하는 효과적 수단이 바로 금리 인상이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물가가 급등할 때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올리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준(Fed)은 3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올해 들어 세 번째 단행했다. 물가가 예상만큼 낮아지지 않아 현재로선 연준(Fed)은 오는 11월에도 ‘자이언트스텝(Giant step)’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경우 유동성이 회수되면서 경기가 둔화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은 기준금리를 3.00% ∼ 3.25%로 무려 14년 8개월 만의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한국은행도 지난 10월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지난 7월에 이어 석 달 만에 역대 두 번째 ‘빅 스텝(Big step │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지난 8월 25일 인상한 기준금리 2.5%를 3%로 0.5% 포인트 인상함으로써 2011년 3월〜2012년 10월 이후 무려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를 열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4월, 5월, 7월, 8월에 이어 10월까지 5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건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이다. 이렇듯 한·미 간 금리차가 더 벌어져 미국의 금리가 더 높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는 그만큼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도 손 놓고 방관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이 ‘빅 스텝(Big step)’을 밟으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좁혀 ‘달러 매수·원화 매도’ 쏠림 현상의 큰 흐름을 반전(反轉)시켜 국내 자본 유출을 억제해 원화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번에 0.25%포인트로 축소된 한·미 금리 역전 폭이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기를 애써 기대하고 있다.

대외 경제 환경도 안갯속이다. 에너지 가격이라도 안정되면 좋겠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확전 양상으로 접어들며 종료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핵전쟁 위협마저 거론할 정도다. 에너지 가격 급등 여파는 유럽 국가들이 가장 크게 받는다. 유럽 국가들은 겨울철 난방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러시아 천연가스 수급 중단 등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는 수순(手順)을 밟고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 경기가 둔화하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으로선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적색 비상등이 켜졌다. 원자재가격 상승 등 비용 상승과 달러당 원화값 하락 및 반도체 경기 둔화 등으로 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 적자가 확실하다. 올해 무역적자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두 배 이상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밀려올 것이라는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그야말로 한국 경제는 지금 고금리, 수출 부진, 고환율, 저성장 등 ‘총체적 복합경제위기'의 한복판에 놓여있다. 물론 이번 위기는 우리나라만 겪는 상황이 아닌 전 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겪고 있다. 원인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딱 맞아떨어지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큰 문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경제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무역적자 축소 차원에서 수출업체 원·부자재 및 물류비 지원, 무역금융 확대, 재정 건전성 복원, 구조 개혁과 규제 완화로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을 키우는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집주(集注)하여 총력 대응해야 한다.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멈춤이 없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국회와 협치를 모색해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보여주는 지금과 같은 무기력한 모습에선 그 어떠한 미래도 기약할 수 없다. 기업도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생존 전략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 인재 양성을 비롯해 규제 개혁, 세제 개혁, 노동 개혁, 연금개혁, 공공부문 개혁, 인구 해법 모색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대대적 개혁이 필요하다. 국민도 에너지 사용량 10% 절감을 목표로 한 범국민 에너지절약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The Inflation Reduction act)’, ‘반도체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등 한국 수출을 저해하는 법안들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선제적 통상정책을 추진하고, 인도네시아, 중동 등 에너지 수출국에 대한 수출 확대를 보다 공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K칩스법(반도체 특별법)’ 조속 통과, 용인시에 조성될 예정인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의 취수 문제 정상화를 서두르고, 법인세 인하와 규제 개혁 등 수출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4,364억 달러 규모의 현 외환보유액만으론 고환율을 방어하는 데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다. 한국투자공사(KIC)의 2,050억 달러를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700억 달러 수준인 기업 해외 보유 외화가 국내에 반입할 수 있도록 세제를 조속히 개선하는 한편, 외화 건전성 규제를 외자 유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 외환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변동성이 큰 ‘자유변동환율제도’가 소규모 개방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에 적합한지도 재검토해야 한다. 지금은 다각적·다층적인 전방위적 대책 강구는 물론 달러 기준 한·미 통화스와프(Currency swap)를 체결하는 노력도 동시에 서둘러야 한다. 경제는 심리다. 따라서 국민의 불안감을 없애야만 한다. 하지만 사태의 위중함만큼은 깊이 인식하고 총체적 경제난국 돌파에 유연한 선제 대응을 할 때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종 칼럼니스트] 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며,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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