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돈맥경화 속 최대 이자수익 거둔 은행들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자 만성질환...은행권도 고통 분담과 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 Editor. THE NEWS
  • 입력 2022.10.29 22:02
  • 수정 2023.06.1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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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더뉴스=THE NEWS] 고금리와 시중 자금 경색으로 가계와 기업의 고통이 가중되는 극심한 돈 가뭄 가운데서도 은행들은 폭증한 이자 이익으로 사상 최대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KB·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합계 순이익은 4조8,876억 원으로 작년 3분기(4조1,208억 원)보다 18.6% 급증했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올 1분기(4조5,951억 원)에 비해서도 6.4% 증가한 규모다. 예금과 대출금리 차로 벌어들인 이자 이익이 국민은행은 2조4,030억 원, 신한은행은 2조1,397억 원, 하나은행은 1조9,759억 원, 우리은행은 1조9,210억 원에 이르러 4대 은행의 이자 이익이 무려 8조4,396억 원에 달했다.

이는 은행들이 잘했거나 생산성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예금 금리보다 더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채권 시장 경색으로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몰리면서 기업 대출이 전년 대비 10%나 늘어난 것도 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18일 발표한 ‘우리나라 은행의 예대금리차 변동요인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되면 은행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 차는 약 0.25%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시중은행 13곳의 잔액 예대금리차는 0.245%포인트 올랐다. 시중 자금이 마르는 긴축시기에 대출금리는 즉시 가파르게 오르는 데 비해 예금 금리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해 조정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이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0.5%에서 3.0%로 무려 2.5%포인트 상승한 만큼 은행의 예대금리 차는 1년여 만에 0.636%포인트 오른 셈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은 엄청난 이익을 얻는 데 반해 서민들과 취약 기업들은 이자 부담 고통으로 신음하게 된다. 지난 1월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추산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하면 이자 부담은 3조2,000억 원 늘어난다. 이에 따라 대출자들은 1인당 연평균 16만1,000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이미 7%를 훌쩍 뛰어넘었다. 내년에 9%대로, 신용대출 금리는 10%대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준금리 3.0% 수준에서 국내 1,000대 기업 중 59%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기 어려운 취약 기업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는 소상공인, 다중채무자 등 취약 대출자들에게 더 큰 타격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당국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자 만성질환이다. 우리나라 가계·기업 등 민간 부문의 부채 증가 속도에 2년째 경보가 울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조사 대상 43개국 중 세 번째로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29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국 신용갭(Credit-to-GDP gap)은 15.9%로 집계됐다. BIS신용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합한 민간부채의 비율로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2% 미만이면 ‘보통’, 2~10%면 ‘주의’, 10%를 넘어가면 ‘경보’ 단계다. 올해 1분기 한국보다 BIS신용갭이 높은 나라는 일본(24.5%), 태국(18.5%)뿐이다. 통상 BIS신용갭은 민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빠를수록 확대된다. 미국 등 주요국의 공격적 긴축 정책에 따라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취약 차주에 대한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 경제는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 때 이상으로 큰 내부 위험을 안고 있다. 올해 민간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2배를 넘어 역대 최대다. 가계부채가 1,869조 원, 기업부채가 2,476조 원이다. 정부부채도 1,075조 원에 달해 GDP의 50%가 넘는다. 한 부문만 부채상환 능력을 상실해도 3부문이 모두 동시다발적으로 부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대외 여건도 열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자원이 무기화하고 국제 공급망이 훼손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해 수출도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가계와 기업들은 금리 급등에 더해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발(發) 자금시장 경색으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최고신용등급(AAA)인 한국전력공사가 채권 발행에 나섰지만, 일부 유찰되고 5대 그룹 계열사들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등 극심한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은행권도 고통 분담과 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할 때다.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고 가계·기업들에 대한 대출금리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우선 이자수익 놀음에만 매달린다는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서도 예대금리 차를 축소하고 선진 금융 기법 도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스페인·헝가리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일정 수준 이상 못 올리게 강제하는 정책은 좋은 본보기다. 과도한 이자수익 추구를 자제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연대 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또 금융 리스크 확대 가능성에도 적극적으로 선제 대비해야 할 것이다. 금융 취약 계층 지원 등 포용적 금융을 확대하고, 서민 금융 안전판을 확대하는 보완책을 병행하는 한편, 채권 안정기금 등 시중 자금 경색을 완화하기 위한 기구에 출자금을 늘리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박근종 칼럼니스트] 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며,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을 역임했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더뉴스 논설 및 사설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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