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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수의 고구려 오디세이] 4. 고구려의 뜻고구려는 광명사상의 재창조
정재수 역사작가

[더뉴스=정재수 역사작가] 흔히 고구려를 떠올릴 때면 으레 고(高)씨의 고구려를 연상한다. 그러나 정작 고구려는 해(解)씨로 출발한 나라여서 고씨의 고구려가 적절한 판단인지는 다소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고구려’는 ‘크다’, ‘높다’는 뜻의 ‘고(高=大)’와 ‘구려(句麗)’의 합성어로 이해한다. 성(城)은 고구려말로 ‘구루(溝漊)’, ‘홀(忽)’을 가리킨다. 또한 ‘홀’은 읍(邑), 동(洞), 곡(谷) 등을 나타내는 ‘고을’과도 통한다. 구려의 어원은 고을, 성과 연결된다. 따라서 고구려는 ‘큰 고을’, ‘높은 성’을 뜻한다.

한(漢) 현도군 고구려현

고구려 명칭이 처음 언급된 문헌은 『한서』〈지리지〉이다. 한무제가 원봉4년(前107년) 설치한 현도군의 속현인 고구려(高句麗)현, 상은태(上殷台)현, 서대마(西蓋馬)현 등 3개 속현 중의 하나이다.[玄菟郡 武帝元封四年開 髙句驪 上殷台 西蓋馬] 이를 근거로 중국은 고구려 국호가 현도군의 고구려현에서 따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기추모경』에는 前22년(추모16) 추모왕이 부위염을 보내 구리성(九里城)을 빼앗아 구려현(句麗縣)을 설치한 것으로 나온다.[扶尉厭伐九里城拔之置句麗縣] 현도군의 고구려현은 원래가 고구려의 구려현이다. 추모왕이 한의 현도군 접경지역을 점령하면서 고구려 땅임을 선포한 지역이다. 그래서 구려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특히 『한서』〈지리지〉는 고구려현을 한의 왕망(王莽)이 하구려현으로 명칭을 바꿔 유주(하북성 베이징)에 속하게 했다고 기록한다.[髙句驪 莽曰下句驪 属幽州] 다시 말해 추모왕의 구려현이 한의 왕망에 의해 현도군에 편입되면서 구려현의 명칭을 그대로 이어받아 고구려현이 된다. 따라서 중국의 주장대로 고구려 국호가 현도군의 고구려현에서 따왔다는 것은 선후가 뒤바뀐 왜곡된 논리의 해석이다.

고구려는 광명사상의 재창조

그런데 『유기추모경』은 고구려를 전혀 다르게 설명한다. 추모왕 원년(前37년) 기록이다. ‘… 단공(丹公)이 한소(漢素), 정공(鄭共), 마려(馬黎), 협보(陜父), 길사(吉士) 등과 더불어 의논하여 국호를 정하였다. 마려가 아뢰길 “신이 듣기엔 옛날 사람들이 산(山)으로 나라를 삼은 것은 하늘이 자시(子時)에 열리고 땅은 축시(丑時)에 열리며 사람은 인시(寅時)에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축인방(丑寅方)은 간방(艮方)으로 산(山)이고 문(門)이며, 문(門)이 나라가 되었음은 혈(穴)에서 살았던 까닭입니다. 부여(扶餘)는 ‘장차 밝아 옴’에서 음(音)를 따고 문(門)을 형상하는 나무(木)라는 글자입니다. 지금 부여의 운수가 다하였으니 마땅히 소리는 혈(穴)에서 취하고, 뜻은 ‘발을 말아 올려 빛을 받아들임(捲簾納明)’에서 취하면 좋겠습니다. ‘발(麗)을 높이 걸어 올림(高勾)‘은 ‘밝은 빛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하며 ‘구리(句麗)’는 ‘혈(穴-굴)’의 음(音)이니 마땅히 고구려(高句麗)로 국호를 정하면 장차 검은 말이 흘승(紇升)하는 상서로움이 있을 것이옵니다.”하니 상(추모왕)이 기뻐하며 그 말을 따랐다. 한소(漢素)가 아뢰길 “부여는 좋은 벼(佳禾)를 이름으로 삼으니 백성 스스로 먹을 것은 족하지만 몽매함을 면하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밝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이름으로 하였으니 백성이 장차 스스로 밝아지기에 족할 것이옵니다. 마땅히 동작(東作-붐에 파종하고 가을에 거둠)을 보태시어 백성이 힘쓰게 하시옵소서.” 하였다.’

인용문이 길고 내용도 다소 생소하고 어렵다. 다시 한 번 차근차근 읽어보길 권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부여는 ‘장차 밝아 옴’에서 소리음을 땄으나 이제 그 운수를 다하여 ‘밝은 빛을 받아들인다’는 ‘고구(高勾)’와 ‘구려(句麗-穴(굴) 소리음)’를 결합한 ‘고구려(高句麗)’를 국호로 정한 내용이다. 부여와 고구려 공히 광명을 나타낸다. 다만 부여는 현상을 중시한 수동적 표현이라면 고구려는 구체적 실체를 가진 능동적 표현이다.

국호 고구려는 고구려인이 지향하는 이상세계가 담겨있다. 바로 광명사상이다. 이는 고구려뿐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사상체계이다. 예를 들어 단군조선은 ‘조광선수지지[朝光先受之地]’ 즉 ‘아침 햇살을 가장 먼저 받는 땅’이며 고구려의 뒤를 이은 발해(渤海-대진국)는 ‘해가 뜨는 동방의 땅’이다. 신라의 건국시조 박혁거세는 ‘밝은 해’를 가리킨다.

고구려는 광명세계를 재창조하겠다는 고구려인의 꿈과 이상을 담은 소중한 국호이다.

정재수 역사작가  thenews74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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