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아베의 연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박 대통령?

광복 100주년을 준비하는 새로운 주도세력이 나서야 합니다.

  • Editor. 김재봉 기자
  • 입력 2015.08.15 16:01
  • 수정 2017.03.2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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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김재봉] 815광복 70주년을 맞이해 박근혜 대통령과 각 당의 대표들이 기년사를 발표한 가운데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광복 100주년을 준비하는 새로운 주도세력이 나서야 합니다."란 제목으로 연설문을 발표했다.

천 의원은 광복 후 70년이 영과 욕, 환희와 고통 그리고 빛과 어두움이 교차해온 역사라고 말하며, 학생들이 일어나 완고하고 무능한 권위주의 정권을 무너뜨렸음을 상기시켰다.

한편 연설에서 천 의원은 박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7.4남북공동성면만 언급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은 언급하지 않음을 비판했다.

아래는 천정배 의원이 발표한 8.15광복 70주년 연설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일흔 번째 맞이하는 광복절입니다. 마침 극장가에서는 일제에 '암살'로 맞섰던 독립 운동가들의 이야기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한편으로 우리의 광복이 거저 얻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영화 속 상상과는 달리 친일 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현실에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70년은 한마디로 영과 욕, 환희와 고통 그리고 빛과 어두움이 교차해온 역사였습니다.

일본의 전시수탈체제에 수다한 생명과 재산을 빼앗기고 맨손으로 맞이한 광복이지만 우리는 희망으로 충만했습니다. '우리'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부를 세우고,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고, 토지개혁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전쟁과 학살, 분단고착으로 이어지는 더 큰 고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일어나 완고하고 무능한 권위주의 정권을 무너뜨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부르던 민주주의의 노래는 군화발과 탱크 소리에 묻혀버렸습니다.

군사정권에 의해 민주주의와 인권은 유보되었지만 우리 국민은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하는 저력을 보였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막장과 열사의 땅을 마다않는 은근과 끈기로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습니다. 광주를 비롯한 수많은 희생을 통해 민주주의를 다시 찾았고, 수평적 정권교체도 이뤘습니다.

이제 곧 우리는 세계에서 인구 5천만이 넘는 나라 가운데 국민소득 3만 불이 넘는 7번째 나라가 됩니다. 전후 탄생한 신생국 가운데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성취한 거의 유일한 나라, 전 세계가 찬탄해 마지않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자랑스러운 국민, 자랑스러운 70년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머리위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올해 우리 경제가 2%대 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청년실업도 늘어나는 복지수요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세습과 갑을 관계가 만드는 기회와 과정의 불공정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저성장과 불평등이 가져올 더 심각한 결과는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두 가지 믿음이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지난 70년의 놀라운 성취는 '내일은 더 좋아질 거야'라는 믿음과 '노력하면 마땅한 보상을 받는다'는 믿음 위에 세워졌습니다. 저성장과 불평등이 계속되는 한 더 좋은 내일과 공정한 보상에 대한 믿음은 사라질 것입니다. 믿음을 잃어버린 사회에는 희망도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높은 자살률은 희망을 주지 못하는 대한민국에 대한 우리 국민의 준엄한 경고입니다.

우리가 지난 70년의 성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꼽는다면 그것은 분단현실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완수하지 못하는 한 광복은 영원히 미완으로 남을 것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우리 민족의 역사적 당위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크게 일어설 결정적 기회입니다.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결정적 일보를 디뎠건만 지금 한반도의 긴장은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반도가 위기입니다.

현존하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광복 70주년 기념 경축사를 통해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의 현실인식은 안이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가계부채가 1천조를 넘어서고, 저성장과 불평등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삶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이에 대해 아무런 구체적 언급이 없습니다. 당연히 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현실에 대한 반성과 성찰도 없었습니다. 개념조차 모호한 창조경제의 신기루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평화통일을 진정한 광복의 완성이라 선언한 대통령의 언급은 환영할 일입니다. 그러나 남북 간 대화노력의 과거 사례로 박정희 대통령의 7.4공동성명만을 언급하는 모습에서 대통령이 여전히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의 부속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됩니다. 박 대통령의 사고 속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반대자 김대중이 아니라 대통령 김대중이 이끌어낸 6.15 남북공동선언은 자리 잡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식민침략과 과거사에 대한 직접적인 사죄는 빼놓고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 한 아베 일본총리의 담화는 언어유희에 불과합니다. 국제여론의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진 발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이제 저성장과 불평등, 한반도의 위기라는 세 가지 새로운 도전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넘어서야 합니다. 지난 70년간 온갖 간난을 이기고 이 자리에 왔듯이 우리 국민은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우리사회의 주도세력을 전면적으로 교체할 것을 제안합니다.

현재의 주도세력은 지난 70년간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낡고 수명을 다했습니다. 고도성장기의 주역인 재벌은 더 이상 성장의 견인차가 아니라 성장의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재벌은 혁신을 통해 더 큰 부를 창출하기보다는 더 큰 이권을 위해 새로운 도전자들의 진입과 경쟁을 가로막는 시장경제의 파괴자가 되었습니다. 경영권 세습을 둘러싼 재벌총수 일가의 끊임없는 추문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입니다. 재벌이 아닌 혁신적 중소기업들이, 세습 받은 총수 일가가 아닌 혁신적 기업가들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세월호의 참극에서 메르스 사태로 이르는 과정에서 드러난 관피아들의 탐욕과 무능은 어떠한 변명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한국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던 경제관료들은 모피아라는 말처럼 재벌과 결탁해 이권의 떡고물을 챙기는 집단으로 전락했습니다. 검찰은 우리사회의 정의를 위해 복무하기보다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 정치권력의 시녀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하나회를 척결해 군을 바로 세웠던 것처럼 특권집단이 되어 국민위에 군림하는 관료들에 대한 확고한 문민통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와 야를 막론하고 기성 정치세력은 너무나 무기력하고 무능합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어떠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우리 사회의 각 영역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리더십도 발휘하지 못합니다. 새누리와 새정치연합의 양대 정당은 서로 갈등하지만 특정 진영과 특정 지역에서 누리는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기득권을 나눠 갖고 있을 뿐입니다. 적대적 공존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양대 기득권 정당의 카르텔 구조를 깨고 새판을 짜야 합니다. 한국정치의 새판을 짤 개혁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복 100주년 맞는 대한민국의 아침을 그려봅니다. 경제는 지속적이고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국민 모두가 더불어 잘살며,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전체의 공동번영을 이끄는 통일된 평화국가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풍요롭고 공정한 평화국가 대한민국, 광복 100주년에 맞이할 우리의 꿈입니다.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광복 70주년 아침에
국회의원 천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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