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교육혁신을 꿈꾸며 2 -공교육이 살아야 한다.

객관식 위주 중간고사·기말고사 사라져야

  • Editor. 김재봉 기자
  • 입력 2015.09.30 22:18
  • 수정 2022.08.3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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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교육칼럼] 지난번에 살펴본 집중이수제도 따지고 보면 한국교육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객관식 위주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기인한다.

옛날에는 1번부터 4번 중에 정답을 선택하는 시험을 보다가 개선해서 나온 것이 1번부터 5번 중에 한 개의 정답 또는 간혹 두 개의 정답을 선택하는 시험이다. 그리고 학교선생님들의 불편함을 조금 감수하고 약간의 주관식 문제가 추가됐다.

언어를 이해하고 활용하고, 수학이 가져다주는 논리적인 사고는 필요 없었다. 영어로 대표되는 외국어는 학생들을 괴롭히는 또 하나의 괴물이 되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외국어 교육에 전념하도록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하는 인출기가 됐다.

흔히 말하는 5지선다형 학업성취도 평가는 노력하지 않고 열심히 암기하면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인정해주는 사회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그 결과 기본 6년, 대학 4년을 추가하면 10년 동안 영어를 배워도 외국 나가면 말 한마디 못하는 한국인을 끊임없이 창조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수 없이 바꾸었지만 대학수학능력 평가 외국어 영역은 아직도 7080세대에서 배우던 문법위주의 영어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특히 한국식 영어교육은 미국인이나 영국인들도 잘 사용하지 않은 고급단어나 특이한 표현을 종종 사용해 그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음의 문제를 풀어보자. “나는 차갑고 가벼운 북풍이 내 얼굴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느낀다. 내가 가고 있는 북극에서 여행해온 이 바람은 나에게 차가운 기후의 맛을 주고 있다. 나는 북극이 서리와 얼음으로 뒤 덥힌 곳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태양이 하상 비추기 때문에 북극은 아름답고 신비한 땅으로 나의 상상력에 북극 자체를 나타내고 있다. 내가 직면할 뻔 했던 나의 초기의 위험과 죽음의 공포에도 불구하고, 이 약속의 바람은 나를 기쁘게 한다. 그리고 이 약속의 바람은 어느 누구도 전에 방문한 적이 없던 그 땅을 내가 걸을 것이라는 나의 상상력을 일깨운다.” 이 글에서 글쓴이의 감정은 공포스러운가, 즐거운가? 당연히 답은 기쁜 감정이다.

이 문제는 수능 외국어영역에서 꽤 어려웠던 난이도 문제로 출제됐던 문제이다. 원래 영어문장은 지근 고3 학생들에게 주고 해석을 하라고 해도 10명 중 4명 이상은 슬프거나, 공포스럽다거나 외롭다고 정답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로 고급단어가 간혹 사용되고 시적인 표현으로 되어 있어 해석이 잘 안 되는 문장이다. 하지만 한글로 해석된 글을 보고 5지선다형으로 출제된 이 문제를 틀릴 고등학생들은 없을 것이다.

사실 위에 예로 든 문제의 경우 기껏 글쓴이의 감정을 5개의 보기 중 하나 고르는 문제 출제는 시간, 노력, 시험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에 대한 낭비이다. 실제로 학생 10명 중 대략 3~5명은 전체문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몇 개 단어에 힌트를 얻어 문제를 찍어서 맞히는 형편이다.

5지 선다형의 객관식 문제에 길들여진 출제위원들과 학생들은 어쩌면 ‘누가 더 어려운 문장을, 누가 더 어려운 문제’를 풀 줄 아는지 경쟁하는, 마치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는 무한사회에 던져진 것 같다.

이러한 결과 한국의 교육현장에서는 고등학교 때 빛을 발하지 못하다가 대학에서 공부에 맛들 린 사람들이 종종 나타난다. 많은 중. 고등학생들이 생각하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싶고, 맑은 하늘 아래에서 열심히 뛰어 놀고 싶지만, 획일화된 국어, 영어, 수학 위주의 교육에 양보하는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는 마치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교과부와 학교, 그리고 부모들이 만들어 놓은 국어, 영어, 수학이라는 하늘아래 일체 다른 것은 쳐다보지도 못하도록 한 쇠창살 없는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인 6년간의 감옥과 같다.

학생들의 창의력은 교과부의 지시사항으로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대통령이 어느 날 창의력을 강조하며 어떤 학교를 전격 방문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더욱 아니다. 창의력은 제대로 된 교육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창의력뿐만 아니라, 다양성, 그리고 말로만 듣던 전인교육은 1년에 4번 보는 객관식 시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매 학기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라는 시험지옥을 경험하는 학생들에게는 독재자와 재벌총수에게 말없이 충성하는 양순한 우민(愚民)이 만들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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