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숙의 토요편지 201

토요편지 200회 축시

  • Editor. 민성숙 작가
  • 입력 2016.02.20 19:51
  • 수정 2016.03.0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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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편지지에 잉크를 뭍혀 꾹꾹 눌러쓰는 사랑으로

우체국까지 걸어가 우표에 침을 발라 붙이던 그 정성으로

토요편지를 보낸지 200회.


그동안 꼬박꼬박 제 편지를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저의 토요편지는 밥을 먹는 것처럼 또는 숨을 쉬는 것처럼

그렇게 지속될 것이기에 뭉게구름을 타고 나르는 행복한 감정에 사로잡힙니다.


왜냐면 제 편지를 읽어주실 착한 사람이 계시니까요.

200회 편지를 기념하여 다정한 분께서 축시를 써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민성숙의 토요편지 200회 축시


눈길 위의 침묵 -김 홍 주-


젖빛으로 하나 둘 떨어진 눈송이가
밤새 소리 없이 들판을 덮더니
이 산하 그대 숨결로 가득합니다.


바라보던 앞산 편백나무 울타리에도
개울 건너 작은 집 빨간 지붕 위에도
흰 물감 쏟아지듯 
상고대 사이로 빈 듯 넘치듯 
허공 높고 가파른 고갯길이 하얗게 빛나고 있습니다.


혹한의 동지. 
흰 염소 한 마리 칭얼대는 마을 어귀에서
겨울 산으로 외길 떠나는 그대여


슬픔과 사랑 
외로움과 미련
분노와 노여움으로 실타래처럼 엉킨 삶의 중턱에서
설피를 동여매고 눈길 떠나는.


아득함이 서러움으로
침묵이 그리움으로 
소름이 터질듯한 꽃봉오리로 피어날 봄을 향하여 
몸을 낮춰 천천히 겨울 산 오르며 
침묵으로 하늘 우러르는.


환희의 무게에 겨워
아늑한 곳에서 반란을 꿈꿀 때
눈은 마침내 울컥 흘러내리고
하산하는 어느 그리운 봄날


밝게 피어오르는 목련꽃 사이로
젖먹이에게 모유 먹이려 가슴 여는 여인. 
뚜벅 뚜벅 이 길에서 천년의 기쁨을 노래하리라 
한파 속에서도 생명 잉태하며 
껍질 뚫고 새 편지로 푸르게 노래하리라
선봉에 서서 뜨겁게 더욱 뜨겁게 노래하리라.


참 멋진 시죠?

부족한 사람에게 힘이되는 시를 써 주신 김홍주 시인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요.

사랑합니다.


2016. 2. 20. 운교동에서 민성숙 올림.


-작가 소개-
민성숙
제8대 춘천시의원
강원도청 전 강원도 전 문화예술특별보좌관
소설가, 수필가, 작곡가로 활동 중
최근 4년간 토요일마다 쓴 편지를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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