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의 본질이 '사라진 7시간'인가?

세월호참사의 본질은 초기 인명구조할동에 대한 것이다.

  • Editor. 김재봉 기자
  • 입력 2016.06.30 17:21
  • 수정 2022.08.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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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하고 있는 세월호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

[더뉴스=칼럼] 모든 일에는 본질과 본질을 보조하는 부수적인 것이 있다. 사건에도 사건의 본질과 그 본질이 발생하도록 만든 부수적인 것들이 존재한다.

가끔 사람들은 감정이 격앙되거나 SNS의 영향으로 사건의 본질보다는 부수적인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어느새 본질은 퇴색되고 부수적인 것들이 사건의 중심에 놓여지곤 한다.

세월호참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은 분명 사건의 본질이 아닌, 부수적인 것에 포함된다. 하지만 세월호참사에서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은 이제 사건의 본질로 포장됐다.

SNS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로 환타지를 써내려가고,...

이러한 과정에는 SNS의 영향도 크지만,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에 의한 영향도 적지 않다. 언론은 사라진 7시간에 초점을 맞추면서 만평이나 만화를 통해 박 대통령의 7시간을 추측하는 그림들을 쏟아 냈다.

온라인에서는 온갖 추측으로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정권시절 아덴만의 영웅을 흉내내려고 했나는 설부터 미군 잠수함을 숨기려고 했다는 등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마치 증거자료를 통해 사실로 인정된 것처럼 떠돌아 다니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상에서는 박 대통령을 모델로 노골적으로 성적인 표현까지 서슴없이 게시하면서 집요하게 사건초기 7시간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묻고 있다.

사건을 어디서부터 보느냐에 따라 본질은 달라진다.

세월호참사는 어디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본질이 여러 개 존재한다. 사건 발생 전 20년이나 지난 세월호 도입 부분이 사건의 본질이 될 수 있고,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항허가를 내준 부분이 사건의 본질이 될 수도 있다. 선적 부분에서는 평형수를 제대로 채우지 않은 것도 사건의 본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인명구조라는 부분에서는 세월호가 좌초되고 침몰하고 있는 순간부터 구조활동이 사건의 본질이 된다. 인명구조를 사건의 본질로 놓고 본다면 해수부장관이 늦게 출동해 의전을 챙기느라 구조활동이 잠시 중단된 것부터, 서남수 당시 교과부장관은 의약품을 올려놓았던 테이블을 치우고 라면을 끓여 먹은 것, 박근혜 대통령이 만사 제쳐두고 사건현장으로 날아와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들이 모두 사건 본질의 부수적인 것들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은 이러한 여러 부수적인 일들 중에 하나의 양념이 될 수는 있어도 사건의 본질은 되기 힘들다. 감정이 아닌 냉정한 이성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세월호가 인천항을 출항하기 전이라면 이명박 정권때 20년이 지난 노후선박을 들여오도록 한 것부터 따져야 한다. 또한 불법 증개축을 한 부분도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고 304명이 넘는 인원이 참사를 당한 순간 전체사건에서 세월호 도입부분과 불법중개축도 부수적인 사건이 된다. 인명이 달린 부분에서는 인명구조와 관련된 부분이 사건의 본질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현재 진행되는 세월호참사의 본질은 인명구조부분이다. 인명구조 외에 세월호참사에서 사건의 본질을 대신할 요소는 없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그 자리를 어떤 시민단체도 대신할 수 없다.

세월호참사 초기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
세월호참사 초기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

집회가 열리면 늘 마이크를 잡는 단골 출연자들,...

촛불이나 세월호참사에서도 규모가 있는 시민단체들과 유명 시민사회운동가들이 마이크를 잡고 그들이 모든 행사를 주관한다.

집회 때마다 분위기는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을 거론하면서 자극적인 분위기로 몰고 간다.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궁금하긴 하다. 도대체 그렇게 큰 사건이 발생했는데, 박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느라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 한 마디 못했을까?

대통령의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으로서 인명구조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책임추궁을 해야지, 사라진 7시간이 본질적인 책임추궁을 하는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으면 안 되는 것이다. 정확한 예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일종의 과유불급이다.

결혼도 하지 않았다는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이 궁금한 것인가? 아니면 세월호참사로 목숨을 잃은 304명의 아까운 우리의 가족들이 왜 구조를 못 받았는지가 궁금한 것인가?

승선인원의 약 90% 이상이 충분히 구조를 받을 수 있었던 시간, 그 시간을 왜 허비했는지, 선장은 왜 반바지로 갈아입고 황급히 자기 혼자 탈출했는지, 해경은 왜 유리창을 부셔서라도 선실 안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던 사람들의 구조를 하지 않았는지, 이런 것들이 사건의 본질 아닌가?

꼭 밝혀내야만 하는 사건의 본질을 옆에 두고 사라진 7시간만 그렇게 궁금한가?

사건의 본질에 집중하자!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면서 “도대체 초기 인명구조를 해야 할 소중한 시간에 대통령은 무엇을 하느라 진도 앞바다에 나타나지도 않았는가? 7시간 동안 무엇을 했기에 그 소중한 목숨을 살리라고 명령을 내리지 못했나?”라고 물어야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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