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성주군의 사드배치 반대, 적당히 끝날 투쟁이 아니다.

  • Editor. 김재봉 기자
  • 입력 2016.08.01 23:43
  • 수정 2016.08.01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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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군청 주차장에서 제20회 촛불집회를 열고 있는 성주군민들 <사진 김재봉 기자>
성주군청 주차장에서 제20회 촛불집회를 열고 있는 성주군민들 <사진 김재봉 기자>

[더뉴스=성주군 사드배치반대투쟁위 취재후기] 8월 1일 국민의당 지도부가 성주군을 찾았다. 출입처 기자 자격으로 취재단에 합류해 안 그래도 오고 싶던 성주군을 방문했다.

1960년대 성주군의 인구는 11만 명이 넘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수도권 중심 개발로 성주군 인구도 계속 감소해 현재는 4만 6,000명이 조금 넘는다.

성주군의회는 총 8명(비례 1명 포함)이 정원이며, 모두 새누리당 소속 군의원이다. 2010년 3만 6,000까지 내려갔던 성주군 인구는 2013년부터 회복세를 가지면서 4만 6천명을 넘어섰다.

성주군은 성주참외가 유명하다. 성주군 농가는 다른 농촌지역과 달리 고소득을 올리는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참외농사로 매년 대략 4,500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성주군에서 만난 주민들은 참외농사로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시집 장가보내고 여태 살아왔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성주군청 주차장에 켜진 촛불 <사진 김재봉 기자>
성주군청 주차장에 켜진 촛불 <사진 김재봉 기자>

촛불집회에서 성주군민들은 솔직했다. “우리가 처음에는 사드는 찬성하지만 성주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사드가 우리나라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초창기 사드배치 반대를 잘못된 생각으로 했던 것을 고백했다. 성주군민들은 님비(Not In My Back Yard) 현상이 아닌, 한국을 생각해서 사드를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8월 1일 제 20회 촛불집회가 열린 성주군청, 조그마한 동네에 벌써 20회째 촛불집회이니 군민들이 얼마나 오겠는가 싶었지만, 그런 오해는 필요 없었다. 오후 7시가 되자 서서히 몰려드는 주민들은 금새 군청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주민들은 알아서 은박매트를 깔기 시작했고, 갓난아기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군청으로 모여들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은 엄마 아빠 손을 붙잡고 군청으로 왔다. 간혹 기저귀를 차고 걸음을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도 엄마의 손을 붙잡고 군청으로 왔다.

국민의당 의원들과 간담회에서 <사진 김재봉 기자>
국민의당 의원들과 간담회에서 <사진 김재봉 기자>

국민의당과 간담회에서는 어떤 군민은 “IS가 나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IS의 심정이다.”라고 말하며 한 평생 참외농사만 열심히 지은 자신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누가 분위기를 이끌어서 집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추임새를 넣기도 하면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만을 끊임없이 토로했다. 적은 인구가 살고 있는 동네의 특징이 잘 드러난 성주군, 누가 언제 성주군으로 시집을 왔는지 다들 기억하고 있었다. 시집온지 20년도 넘은 사람을 외부 사람이라고 왜곡했던 조선일보와 연합뉴스를 보지 말자는 운동과 서명전도 받고 있었다.

사드, 고고도 미사일방어시스템,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이나 노동1호를 쏘면 방어를 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사드,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사드를 써먹기 위해서는 북한이 미사일을 수직으로 발사해 수직으로 하강해야 써먹을 수 있다고 한다. 김종대 의원은 “그러면 그것이 박격포지 미사일입니까?”라며, 사드가 한국에 전혀 필요 없는 무용지물 고가의 장비라고 소개했다.

촛불집회에서는 “도대체 사드가 왜 필요한지 우리에게 와서 한 번이라도 설명을 한 적이 있는가?”라며 아무런 설명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성주군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했다는 정부의 결정에 성주군민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백악관에 10만인 서명전을 완료하면 제출하려고 새누리당원들의 집단 탈당계도 이미 모두 받았다고 전한 성주군민들은 당장 2017년 대선에서 표로 심판하겠다고 다짐했다. 사드배치와 관련해 처음부터 반대의사를 밝힌 국민의당 방문에 열렬한 환영을 보인 성주군민들은 모두들 “우리가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박수를 보낼 줄이야 꿈에나 생각했겠는가?”라며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배신에 분노했다.

사드, 사실 미국이 한반도에 설치해 중국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 들여다보고 싶어서 설치하는 사드, 결국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에 이용당하는 한국의 처지를 표현한 것이 사드이다.

성주군 인구 중 20,000여명이 살고 있는 읍내 번화가, 군청에는 군민들이 가득했지만, 거리에는 거의 사람이 없었다.  멀리 보이는 불빛은 성주군청이다.  <사진 김재봉 기자>
성주군 인구 중 20,000여명이 살고 있는 읍내 번화가, 군청에는 군민들이 가득했지만, 거리에는 거의 사람이 없었다.  멀리 보이는 불빛은 성주군청이다.  <사진 김재봉 기자>

7시경에 시작한 촛불집회는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얼마나 많은 군민들이 촛불집회에 참석했는지, 성주군민들 중 2만여 명이 살고 있다는 읍내는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차량도 어쩌다 한 대가 지나가곤 했다.

성주군민들은 적당히 반대집회를 하고 끝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성주군 배치 반대 투쟁은 이제 한국에 절대로 사드는 안 된다로 발전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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