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우조선,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우병우 잡아먹은 이정현 대표의 단식 투쟁

이정현 대표의 단식이 국회에 남긴 것은?

  • Editor. 김재봉 기자
  • 입력 2016.10.02 21:15
  • 수정 2022.08.3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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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7일째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는 이정현 새누리당대표
단식 7일째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는 이정현 새누리당대표

[더뉴스=칼럼. 정치] “맨입 정세균은 사퇴하라!” 이정현 새누리당대표 단식 농성장을 지키던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 가슴에 달려 있던 리본에 적혀 있는 글이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을 이유로 단식에 돌입했던 이정현 새누리당대표가 단식 7일 만에 119구조대에 실려 병원으로 향했다.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으로 촉발된 국회 마비 사태는 이 대표가 앰뷸런스에 실려 가면서 국정감사 복귀를 요청하면서 10월초 장기휴일이 끝나는 4일부터 정상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와 대한민국 정치판을 흔들고 있는 동안 청와대는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사건에 대한 일정분량의 시간을 벌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제치고 대한민국 서열 1위라는 최순실이 개입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70년대 박정희 정권시절 무소불위 권력층과 기득권층들이 보여주던 작태를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이다.

이정현 당대표 옆을 지키던 조원진 의원
이정현 당대표 옆을 지키던 조원진 의원

사건의 발단, 김재수 농축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

지난 9월 24일 새벽,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과정 중 정세균 국회의장은 “세월호.어버이연합 중 하나 내놓으라는데 안 내놔, ...그냥 맨입으로는 안 되는 거지,...”라는 발언을 한다. 이를 빌미로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야당 편에 서서 세월호특조위 기간연장과 어버이연합 청문회를 안 해준다고 차수변경을 하며 날치기로 장관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우상호 원내대표에 의해 밝혀진 전후사정은 정세균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와 그 후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해임건의안을 꼭 해야 하는가? 하면 시끄러워질텐데, 세월호나 어버이연합 같은 거 하나 받고 협치를 좀 했으면 좋겠다.”중재안을 내놨으며,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미국 방문시에도 논의했던 사안이었음을 강조했다. 즉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치적 흥정을 정세균 국회의장이 시도했던 것이 아니라, 여야 간 협상과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고 해임건의안이 표결로 처리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재안을 내놓고 조정자 역할을 하려던 것이었음을 밝혔다.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뒤로하고 비공개 단식 돌입한 이정현

이정현 새누리당대표 체제 출범 후 국회는 종종 진풍경을 연출했다. 집권여당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항의집회를 하고,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외치며 새누리당 당대표실 앞 복도를 중심으로 모여 앉아 의원총회도 개최했다. 급기야 집권여당의 당대표가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비공개 단식을 시작했다.

지난 19대 국회까지 국회의원의 단식은 주로 야당의원들이 했다. 심지어 이정현 새누리당대표는 2년전, 2014년 10월 31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G20 국가 중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안 지키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일 거다. 선거제도가 정착된 그러한 나라들 중에서 단식투쟁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는 나라도 바로 아마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 여기에서부터 우리 국회의원의 특권이 시작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정현 당시 의원은 “단식은 무노동-무임금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간 단식투쟁을 한 이정현 새누리당대표는 ‘단식투쟁=무노동-무임금’이라는 자신의 소신 있는 원칙에 의해 무임금 처리되어야 하지 않을까?

2014년 8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광화문광장에서 10일째 단식을 하고 있던 문재인 전 의원
2014년 8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광화문광장에서 10일째 단식을 하고 있던 문재인 전 의원

2014년 8월 28일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식을 하던 김영오씨의 단식을 말리기 위해 동조단식을 하던 문재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단식 46일을 맞이하던 김영오씨가 미음을 먹자는 말에 동조단식 10일 만에 중단했던 기록이 있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세월호참사가 발생하고 진상조사는 요원한 가운데 정부는 세모그룹 유병언 회장에 사건의 초점을 맞추고 유병언 잡기에 몰두할 때다. 시민여론은 야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제대로 싸워주기를 바랬지만 문재인 의원은(사건당시) 김영오씨 단식현장을 찾아 옆에 설치된 천막에서 동조단식을 시작했다.

이정현 당대표 단식기간에 파묻힌 사건은?

썰전에 출연하는 유시민 작가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안종범 청와대정책기획수석에게 전화를 해서 돈이 모인 사실 등을 보고했다. 전경련은 대기업에게 800억 원에 육박하는 돈을 걷어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세웠다. 이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행사에 참여했다. 여기에 더해 K-스포츠재단 현 이사장은 최순실 씨의 단골 스포츠마사지 센터 사장이다. 두 재단의 창립총회 회의록은 대동소이하며, 실제 창립총회는 부실하게 진행됐다.”라고 정리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문제를 먼저 제기한 곳은 조선일보다. 첫 출발은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의 처가와 넥슨 간 부동산 부당거래 의혹 제기었다. 이 사건 앞에 진경준 검사장과 넥슨 간 주식거래 의혹이 불거져 우병우 수석의 인사검증에 대한 문제 제기가 되고 있었고, 언론사들은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언론사들이 취재중인 사건을 먼저 치고 나온 곳이 조선일보였으며, 7월 27일 TV조선은 미르재단의 의혹을 터뜨리며 청와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800억 원대의 돈을 대기업들이 몰아줬고, 몸집이 매우 큰 문화재단인데 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에 문제점을 집중해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은 8월초에 K-스포츠재단도 비슷한 의혹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두 조직이 청와대의 비선조직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청와대는 이런 문제점 제기를 즉각 반박했다. 우병우 수석을 감찰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국기문란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내쳤으며, 보도를 하는 언론사들을 부패언론으로 몰아세우며 좌파 세력과 합작해 대통령 흔들기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급기야 8월 29일 친박 중 진박이라 불리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 호화향응을 제공받았다고 문건과 증거를 공개하면서 송희영 주필의 사퇴를 불러왔다. 조선일보의 패배로 끝날 듯 보였던 사건은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인 9월 20일 한겨레신문이 K-스포츠재단에 최태민 목사의 다섯째 딸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보도를 하면서 다시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청와대와 최순실을 건드린 언론사는 어떻게 됐는가?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으로 박근혜 대통령 측근에서 국정을 농단한 십상시의 존재를 터뜨린 세계일보는 사장과 회장이 교체되고, 특종기자들은 세계일보를 떠나게되고, 회사는 세무조사 압박을 받았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면서 세간에 대한민국 서열 1위로 불리는 최순실씨의 개입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는 송희영 주필이 사퇴를 하게되고, 청와대 권력 앞에 다시 납작 엎드리게 됐다. 박근혜 정권하에서 TV조선의 재승인 심사도 앞날을 알 수 없는 상태다.

10월 2일자 보도 중에는 미디어 오늘이 “정윤회와 최순실, ”역린을 건드렸던 신문들의 최후“라는 보도를 통해 세계일보와 조선일보, TV조선은 정윤회와 최순실을 언급한 ‘죄값’으로 회사 대표와 회장이 교체되고, 기자들은 떠나고, 주필도 쫓겨났다고 언급했다.

이정현 대표의 단식이 국회에 남긴 것은?

1. ‘집권여당의 대표도 국회에서 단식을 할 수 있구나?’를 남겼다. 어느 정당이 정권을 창출해도 거대야당이 횡포(?)를 부리면 이정현 새누리당대표가 선례를 남긴 것을 본 받아 집권여당의 당대표도 비공개단식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들이 이미 여러 차례 논의하고 암묵적인 합의를 했던 사안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사안에 대해서는 단식투쟁과 국회 로텐더홀과 당대표 복도에서 의원총회를 빙자한 항의집회를 할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의 사건이 이정현 새누리당 단식사건 이후 발생했다면 국회를 불법 점거했다고 강제로 쫓겨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3. “맨입으로,...”라는 발언을 앞뒤 자르고 유포한 새누리당의 전례를 본 받아 앞으로 어느 정당이든 자신들이 유리한 부분의 발언만 발췌해 언론보도 자료로 유포하거나 정치적 압박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4. 당대표의 단식은 앞으로 공개석상에서 하지 않고, 잠깐 동안 단식한다는 것을 언론에 공개 후 완전 비공개로 전기장판과 담요 등 각종 물품을 구비하고 단식을 누워서 할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앞으로 단식은 시청광장이나 광화문이 아닌, 국회 당대표실에서)

5.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을 사전차단하고, 당대표가 단식을 진행함으로써 청와대의 충실한 비서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전 국민에게 알려준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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