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απολογια]손학규 전 대표는 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야 했나?

이미 유일한 대선주가 있다는 곳에 남는 것은 들러리 서라는 의미

  • Editor. 김재봉 기자
  • 입력 2016.10.20 18:38
  • 수정 2017.03.2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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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에 둘러싸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사진 김재봉 기자>
취재진에 둘러싸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사진 김재봉 기자>

[더뉴스=정치수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대선출마 의사를 일찌감치 밝혔다. 지난 4.19혁명 기념행사를 통해 현실정치로 돌아올 것을 암시해왔던 손 전 대표는 박근혜 정권의 실패와 4.13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의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4.19혁명 기념행사에 나타났던 손 전 대표는 서울 여의도가 아닌, 강진으로 다시 돌아가 버렸다.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 참석해 참배를 마친 손 전 대표는 다시 한 번 4.13총선에 나타난 민의를 강조하며 현실정치에 곧 복귀할 것 같은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나 손 전 대표는 다시 강진으로 돌아갔다. 강진으로 다시 돌아간 손 전 대표에게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장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이며 만남을 이어갔다. 국민의당 입당을 제의하며 이미 대선출마 의사를 밝힌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2017년 정권창출에 앞장서줄 것을 요청했다.

사진 왼쪽부터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재오 전 의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THE NEWS DB>
사진 왼쪽부터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재오 전 의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THE NEWS DB>

지난 9월 6일 국회 헌정기념회관에서 이재오 전 의원과 최병국 전 의원이 중심이된 ‘늘푸른 한국당’(전도병 전 해병대사령관 공동준비위원장 포함)이 창립준비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참석했다.

중도주의와 중도실용주의를 내세운 늘푸른 한국당은 5년 단임제인 현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 변경하고, 남북 자유왕래로 통일기반을 준비한다는 기치를 내세웠다. 늘푸른 한국당 출발과 동시에 이재오 전 의원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재오 전 의원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제3지대와 빅텐트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늘푸른 한국당과 심지어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도 87년 체제 종식과 개헌을 언급하고 있다. 군부독재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87년 체제는 이미 30년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 정치에 독재는 거의 불가능해진 21세기에 아직도 독재를 막기 위한 1987년 체제가 중심축이 되어 한국을 떠받치고 있는 부조화의 세월을 30년간 지속한 것이다. 이미 2012년 정권교체를 통해 87년 체제의 종식과 더불어 개헌을 했어야 했지만, 박근혜 정권은 한국정치사의 발전은 염두에도 없는 정권이었다. 4년 중임제는 개헌을 발판으로 중장기적인 정책의 필요성을 느끼는 국민들과 정치권의 이해가 맞물려 지난 4.13총선 이후 급속도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정계복귀 기자회견에서 제6공화국의 종말과 제7공화국의 시작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지어 제6공화국에서는 대통령을 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5년 단임제로 대표되는 제6공화국에서는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갈수 없다고 못 박았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 전 대표는 즉각 더불어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탈당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킹메이커가 아닌 킹이 되기를 원했던 손 전 대표가 이미 야권 전체 유일한 킹 후보가 버티고 있다는 더불어민주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미 대선출마를 공식화한 김무성, 문재인, 안철수 전 대표들
이미 대선출마를 공식화한 김무성, 문재인, 안철수 전 대표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현재 각당에서 유일한 대선후보다. 다만 약간의 차이는 안철수 전 대표는 어느 누구와도 당내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를 결정하자고 언급했지만,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이 대선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친문 세력들 사이에서는 같은 당내 대선주자들에게까지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라고 강한 암시를 주고 있다.

마치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데 한 명의 주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주자에게는 덩치 큰 사람들이 한 명씩 붙어서 계속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이다. “이번 100미터 달리기는 ‘ㅇㅇㅇ’이란 사람이 1등을 하기로 되어 있으니, 너희는 적당히 뛰다가 중간에 그만두던가 천천히 달려”라고 말이다.

또는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데 모든 주자들의 허리에 끈을 묶었는데, 특정 후보에게는 110미터 끈을 묶어주고, 다른 주자들에게는 10미터, 20미터, 30미터, 50미터 등 100미터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끈을 묶어주고 달리기 시합을 하자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손학규의 목민심서인 '강진일기'를 들고 온 손학규 전 대표 <사진 김재봉 기자>
손학규의 목민심서인 '강진일기'를 들고 온 손학규 전 대표 <사진 김재봉 기자>

올해 68세인 손학규 전 대표는 2017대선출마가 그의 정치인생 마지막 대선출마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비공식 유일한 주자가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들러리 당내경선을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정계복귀와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탈당은 당연한 수순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장은 즉각 손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환영의 표시를 했다.

친박과 친이로 나누어진 새누리당도 분당 가능성이 있지만, 친노, 친문, 비주류로 나누어진 더불어민주당도 분당 가능성이 있다. 또한 친안과 비안으로 나누어진 국민의당 역시 분당 가능성이 있다. 그 사이를 비집고 중도성향을 내걸은 늘푸른 한국당은 새누리당과 야당의 의원들과 인사들이 합류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재오, 정의화, 손학규, 박지원, 정동영, 안철수’ 조합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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