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απολογια] "화 있을진저 고라신아 화 있을진저 벳새다야"

첩첩산중 청와대 국민들 품인 광장으로 옮겨야

청와대 문을 열고 나와 회개는 못할지언정 촛불을 켠 국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은 해야

  • Editor. 김재봉 기자
  • 입력 2016.12.04 15:49
  • 수정 2017.03.2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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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칼럼] 미국 백악관은 큰 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워싱턴 DC를 찾는 관광객들이 국회의상당과 백악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가끔은 백악관 앞에서 직접 쓴 글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영국 여왕이 거주하거나 공식 행사를 개최하는 버킹엄 궁전도 큰 도로변에 위치해 있고, 그 앞에는 런던시민들이 즐겨 찾는 그린파크가 있다. 전 세계에서 놀러온 관광객들이 근위병 교대식을 구경하고, 근위병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버킹엄 궁전 정문을 붙잡고 궁전 안을 구경하기도 한다.

영국 버킹엄 궁전
영국 버킹엄 궁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특히 런던 다우닝가 10번지는 영국 수상관저로 알려져 있는데, 겉모양은 영국이나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미 디테치드(Semi-detached house) 집으로 되어있다. 아침 뉴스를 보면 종종 기자들이 출근하는 수상이나 장관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수상 또는 대통령 관저, 심지어 왕궁들이 도로변에 위치하거나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고, 자국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열려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대한민국 국민이 접근하기 힘든 첩첩산중에 있다. 앞에는 조선왕조 500년의 정궁인 경복궁이 있고, 뒤에는 북악산이라 불리는 백악산이 버티고 있다.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도 늘어선 보안검문으로 일반인은 아예 접근이 불가능하다. 미국의 백악관과 영국의 버킹엄 궁전, 다우닝가 10번지부터 장관들이 살고 있는 다우닝가를 영국의 국민이면 아무런 제제 없이 자유롭게 지나갈 수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경복궁 뒷편에 자리잡은 청와대
경복궁 뒷편에 자리잡은 청와대

대한민국 국민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200미터 거리를 전진하는데 법원으 허락을 받아야 했고, 100미터 진격에 법원의 허락과 함께 “드디어 청와대 100미터까지 접근이 가능해졌다.”고 감격해야 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언제든지 청와대 앞에 갈 수 있고, 청와대 담벼락을 따라 산책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국민이 청와대 가까이 오는 것을 늘 싫어했다.

국민과 소통하기 힘든 청와대를 광화문광장 가까운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지금의 미국대사관과 일본대사관 자리에 청와대를 다시 건설하고, 언제든지 대한민국 국민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청와대 정문을 붙잡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도 못하는 대통령이 첩첩산중에 유폐되어 있으니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도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들을 수 있는 귀가 없고, 국민의 눈을 바라볼 줄 모르는 눈이 없는 대통령에게 광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광장 바로 옆에 청와대를 만들어 언제든지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는 9일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가결이 되어도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촛불은 또 켜질 것이다. 만약 부결된다면 국민들의 분노는 촛불이 아니라, 횃불이 되어 청와대를 둘러싸고, 국회도 둘러싸고 불 지를지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에 송달된 후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부결시킨다면 국민들의 분노의 횃불은 헌재를 향해 갈 것이다.

일체의 사심도 없이, 사익을 추구한 적도 없다고 발표했던 지난 제3차 대국민사과문
일체의 사심도 없이, 사익을 추구한 적도 없다고 발표했던 지난 제3차 대국민사과문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래 이승만도 겪어봤고, 박정희도 겪었고, 전두환, 노태우도 겪었다. 그리고 국가를 이용해 자신의 호주머니를 채운 파렴치한 이명박도 겪어봤다. 하지만 국가를 개인의 욕구와 비리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켜 이용한 무능한 대통령은 처음이다.

귀태(鬼胎)라는 말이 한 때 세상에 돌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귀태다. 귀태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자리는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는 자리다. 대한민국 역사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는 대통령의 자리에 있어서는 절대 안 될 그런 존재였을 뿐이다.

“화 있을진저 고라신아 화 있을진저 벳새다야 너희에게 행한 모든 권능을 두로와 시돈에서 행하였더라면 그들이 벌써 베옷을 입고 재에 앉아 회개하였으리라.” -마태복음 11:21-

추운 겨울이 찾아왔지만 연일 100만, 200만의 국민이 광장에서 촛불을 켜고 있다. 이 정도면 하다못해 청와대 문을 열고 나와 회개는 못할지언정 촛불을 켜고 국가의 안정을 바라는 국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해줄 수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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