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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우리사회의 변화?-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김영란법 표결 결과를 나타내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 <사진 김재봉 기자>

[더뉴스=사회] 2016년 9월 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3만 원 이상 식사금지에 맞춰 29,000원 식사 메뉴가 나왔고, 꽃 배달은 49,000원 상품이 광고되고 있다. 더뉴스는 김영란법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서 왜 우리사회에 김영란법이 필요한지 이야기 하려고 한다.

김영란법 국회 통과

2015년 3월 3일, 오후 2시에 예정됐던 김영란법 국회 통과는 다시 2시 30분으로 연기됐다가 본회의 처리를 오후 3시에 한다고 안내방송이 나왔다. 하지만 오후 3시에도 김영란법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오후 5시가 다 되어서 국회 법사위회의가 마무리됐다. 이날 늦은 오후 내내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임을 감안하여 일단 법안은 표결에 붙여 통과를 시키고, 1년 6개월 후 김영란법이 적용되기 전에 의견충돌이 있는 내용을 추가적으로 의논하기로 했다.

19대 국회 이상민 법사위원장 <사진 김재봉 기자>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내년 4월에 총선이 있을 텐데 실질적으로 추가적인 논의가 가능하겠냐? 오늘 본회의를 통해 처리가 되면 언론에서도 잊힐 가능성이 있잖나?"라고 했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부정부패가 있는 것은 맞지만, 너무 극약처방이다. 차라리 김영란법 원안을 통과시키면 모를까, 저쪽에서 선출직 공직자 및 고위직은 이런 저런 방법으로 빠져나갈 방안을 마련해놓았다"고 말하며, 정무위 방안대로 하면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어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아마도 1년 6개월 이 후 여기 계신 기자분들 중에서도 억울하게 법에 저촉되어 피해사례가 발생할 것이다. 그때서야 이 법이 너무 극약처방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렇게 늦은 오후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김영란법이 드디어 국회 본회의에 붙여졌다.

3일 저녁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김영란법은 재적295명 중 재석247명,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 찬성 91.50%로 통과됐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김영란법은 국회통과를 통과하자마자 1년 6개월 안에 어떤 변화를 겪을지 모른다는 예측이 나왔다. 김영란법을 적극 지지한 야당에서도 김영란법이 극단적이란 표현이 나왔고, 새누리당에서는 농어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수시장을 얼어붙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출하게 됐지만, 2016년 7월 28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합헌판결을 받아 2016년 9월 28일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왜, 김영란법이 필요한가?

지난 9월 23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관한 정책적 논의”(이하 김영란법 정책논의)에서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학교 김석호 사화학과 교수는 “한국은 경제발전 지표에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치나 사회통합, 특히 부패와 관련된 지표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실시하고 있는 국제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 전체 조상대상국 168개국 중 37위를 기록하였으며, 홍콩의 정치, 경제 리스크 컨설턴시(Political and Economic Risk Consultancy)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부패수준은 아시아 주요 선진국들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한국사회는 70년대를 기점으로 국가주도 고도성장을 이룩하면서 빠른 시간내 수출실적에 목표를 두면서 오늘날의 재벌 대기업이 등장했고, 재벌은 그들의 부를 유지하기 위해 정치와 권력에 기생하는 공존관계를 만들면서 정경유착이 심화됐다. 부정부패는 이러한 과정 속에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게 된다. 70~80년대에는 세무공무원이 인기 있었다. 이 때 당시 세무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3년 안에 집을 사지 못하면 바보라는 우스갯소리가 널리 통용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사회에서는 부정부패는 ‘공적권한의 사적 남용이나 사적 이해관계를 위한 공적 권력의 비합법적인 남용 등으로 정의되어 왔다.

김영란법이 한국사회에 필요한 이유를 ‘죄수의 딜레마’를 가지고 오랜 기간 지속된 한국사회의 부정부패를 생각한다면 이해가 보다 쉽다.

위의 보상행렬의 구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두 행위자는 서로 협력하는 경우 전체적인 수준에서 가장 높은 보상(6)을 받는다. 그러나 실제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해(solution)를 구해보면 두 ggoddnlwk는 합리적 선택을 통해 필연적으로 모두 상호 배반을 통해 전체적인 보상이 가장 낮은 수준(2)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사회적 딜레마이다. 즉 개인 수준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되면 집단 수준에서 보았을 때 가장 이득이 되는 보상(6)을 얻지 못하고, 비최적화된 선택(2)을(deficient equilibrium)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모든 행위자가 서로 배반을 하는 부패행위에 참가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행위자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개인적 요인과 더불어 상대의 선택에 관계없이 배반의 전략을 취했을 경우 이익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는 사회적 보상체계 때문이다.

죄수의 딜레마를 벗어나는 확신게임(assurance game)은 보상체계의 변화를 요구한다. 확신게임에서는 상대방이 협력하였으나 내가 배반을 하게 되면 얻게 되는 이익이 줄어드는 반면, 상호 협혁을 했을 경우 얻어지는 이익은 그대로다. 

표1의 보상행렬이 표2의 보상행렬로 바뀌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가정해보자. 표2는 표1에 비해 한 사람이 협력하고 다른 사람이 배반할 경우 배반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이러한 보상행렬의 변화는 대체로 사회의 제도적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

김영란법의 도입은 전제 보상체계를 변화시켜 행위자들이 모두 부패행위에 참여하는 것이 우월전략이 되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모든 행위자가 부패행위에 연루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모든 행위자가 부패행위에 연루되지 않는 상호 협력의 선택이 가능한 방식으로 변화 시켰다는 의의를 지닌다.

사람을 믿는 사회가 필요하다!

김영란법이 도입되고 죄수의 딜레마에서 확신게임으로 보상행렬을 변화시킨다 해도 결국 한국인들이 타인을 신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확신게임에서는 상대방이 협력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는 경우 상호협력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행위자들의 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들 사이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인의 전반적인 신뢰수준이 낮은 이유는 가족과 지인은 믿지만, 그 범위 안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문화적 경향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국인들은 개인을 중심에 놓고 관계가 멀어질수록 신뢰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한국인은 가족과 지인을 매우 신뢰하는 반면 낮선 사람은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 이는 모든 연령대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한다.

한국사회는 특히 제도와 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낮다. 한국인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30.1%로 낮은 수준에 속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국회나 중앙정부를 가장 신뢰하지 않는다. 이는 정치권, 공직사회, 대기업 등 우리사회에서 우월적 위치에 있는 집단들이 전반적으로 부패했다고 생각하는 경향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부패와 관련이 있고, 공무원 사회에 부패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와 한국종합사회조사의 2003년과 2016년 ‘공무원의 부패에 대한 인식’ 조사를 비교해보면 ‘거의 없다’가 5%에도 못 미치는 반면 ‘조금 있다’는 2003년도에는 약 21%, 2016년에는 약 12.5%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있다’는 2003년도 31.5%에서 2016년 28%, ‘많이 있다’는 2003년 30%, 2016년 28%로 큰 차이 없이 공무원사회에 부패가 존재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실제 조사에는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의 부패인식 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부패를 경험했는가와 상관없이 한국인들은 한국사회 부패수준이 상당히 심각하고 부패가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대인신뢰, 정부 및 제도 신뢰, 투명성 인식 수준이 모두 낮으며, 한국인들이 정부와 시장 모두 부패했다는 믿음이 강화되는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적신뢰의 과잉과 공적신뢰의 부재로 대변되는 한국시민사회의 특성은 부정청탁이나 뇌물수수와 같은 부패가 쉽게 사라지기 어려운 문화적 토양을 제공한다.

서울대학교 송호근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는 1980년대 후반 억압적 국가의 폭주에 저항하는 시민사회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했으나, 이후 국가와 시장의 영향력에 상응하는 역량 있는 시민사회를 구축하고 가꾸는데 실패해온 것이 사실이다.”라고 했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자발적 시민들의 공익적 참여와 장기적 학습과정을 거치지 않고 저항적 정치엘리트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시민적 리더십(civic leadership)의 확산과 시민성(civility)과 시민적 자질(civic competence)을 보유한 시민들을 양성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한국의 시민사회는 ‘시민단체’만 있고 시민은 없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시민단체가 ‘시민은 없다’는 오명을 쓰게 된 주요 원인으로는 ‘신뢰, 정치효능감, 정치관심, 정치참여, 자원봉사, 시민 덕목, 관용, 부패, 투명성’ 지표 등을 통해 봤을 때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시민단체는 스스로 자립의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정부 혹은 기업의 재정보조에 크게 의존함으로써 활동의 지속성, 전문성, 그리고 독립성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우리가 알고 있는 시만사회의 대표인 시민단체는 한국인의 삶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 않다.

한국인들의 시민사회단체 참여는 ‘동창회와 같은 특정 연고 집단에만 제한적으로 소속되어 있고, 다른 단체에는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 ‘종친회와 향우회, 동창회, 상부상조 모임 등 연고를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에만 참여하는 사람들, 모든 자발적 결사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로 구분된다.

김영란법 통과를 표결을 앞두고 고민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손 <사진 김재봉 기자>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김영란법으로 한국사회는 죄수의 딜레마 보상행렬에서 확신게임 보상행렬로 변화할 수 있을까?’ 2016년 9월 28일 이후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규칙과 절차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제도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만들어 놓은 한국, 하지만 권력과 함께하는 재벌 대기업의 난립은 규칙과 절차를 고지식하게 지키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법과 제도를 준수하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거나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기 보다는 나와 가족, 그리고 내가 속한 집단에 피해를 초래하는 일을 직.간접적으로 자주 경험하게 되는 한국사회는 공정한 규칙에 대한 믿음이 상당히 약화되고 있다.

특히 4대강 사업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기업체들이 막대한 이익을 올린일, 박근혜 정부 들어서 ‘서별관회의’라는 밀실회의를 통해 부실한 대우조선해양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원하도록 만든 박근혜 정부, 컨테이너부분과 벌크 부분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진해운을 부실경영으로 몰락하게 만든 최은영 전 회장, 그리고 벤츠 여검사에서 검사장들의 비리가 줄줄이 터지는 한국사회를 볼 때 법과 제도는 있지만 그 법과 제도를 지키는 서민들은 늘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한국사회에 팽배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은 부패방지를 위한 형식적 제도로서 상당히 획기적이며 거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미시적인 측면에서도 개인의 행위를 어느 정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란법이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확신게임으로 전환될 수 있는 구조적 및 제도적 유인과 계기를 일정 정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재봉 기자  kimjaib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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