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주부들은 은행통장 만들지 마라?

우리은행 주부, 초.중.고등학생들 통장개설 거절

7세미만 1억 이상 통장 2733개는 대포통장 아닌가?

  • Editor. 김정미 기자
  • 입력 2017.02.10 20:40
  • 수정 2017.02.1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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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위비톡 포스터
우리은행 위비톡 포스터

[더뉴스=금융] 대포통장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통장개설을 은행들이 거절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직업이 없는 주부, 초. 중. 고등학생들의 은행통장 개설을 이유 없이 거절하고 있거나, 지로공과금 3개 이상 연결을 미끼로 통장개설을 권유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초. 중. 고등학생, 주부는 통장도 만들지 말라?

경기도에 살고 있는 A씨(49세, 주부)는 우리은행에 통장을 만들기 위해 방문했다가 맨손으로 돌아왔다. 은행창구에서 주부는 통장을 만들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통장을 만들려는 확실한 증명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직업이 없는 주부는 통장을 만들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강원도에 살고 있는 B씨(52세, 회사원)는 자녀들의 통장을 만들어 주기 위해 우리은행을 방문했다가 통장개설 거절을 당했다. 통장을 만드는 일도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통장을 만들기 위한 방편 중의 하나로 자녀들의 통장마다 3개 이상의 공과금 자동납부 신청을 해야만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 C씨(48세 주부)는 자녀 넷의 통장을 개설해주기 위해 가까운 우리은행을 찾았다가 마찬가지로 통장개설을 하지 못했다. 미성년자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 개설이 안 된다는 답변을 창구직원에게 들었다.

대포통장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은행들이 주부, 초. 중. 고등학생들의 통장개설을 아무런 이유 없이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법정보호자인 부모 중 한 명이 가족관계증명서를 지참하고 자녀와 함께 은행에 방문해 통장을 개설하면 되지만, 은행들은 앞 다투어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 개설을 거절하고 있다.

■대포통장 막는 은행, 7세 미만 어린이 1억 넘는 통장 2733개

설날이 지나고 지난 1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 명의의 전체 계좌 수는 946만5천980개였고 총 잔액은 11조6천373억 원이었다. 계좌당 평균 잔액은 123만원이었다.

이 중 7세 미만 어린이가 주인인 통장 중 잔액이 1억 원이 넘는 계좌 수가 2천733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7세 미만은 237만6천880개 계좌에 총 4조7천723억 원이 있어 평균 잔액은 201만원이었다.

또 7세 이상 13세 미만은 254만4천821개 계좌에 2조8천536억 원이 있어 평균 잔액은 112만원이었고, 13세 이상 19세 미만은 454만4천279개 계좌에 4조115억 원이 들어있어 평균 잔액은 88만원이었다.

■초. 중. 고등학생을 둔 부모들은 잠재적인 대포통장 사용자?

가족관계증명서까지 지참한 부모가 자녀들의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지만, 그 어느 창구에서도 자녀들의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매월 일정금액을 입금하고 인출을 하지 못하는 적금을 권유하거나,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 개설을 계속 요구하면 3개 이상의 공과금 자동납부를 자녀통장과 연결하라는 권유를 받고 있다.

자녀들이 설날 세뱃돈이나 어른들에게 받은 용돈을 은행통장에 입금하고, 현금카드 또는 체크카드를 이용하려고 해도 은행들이 대포통장 예방을 이유로 무조건적인 통장개설 거절을 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실과 동떨어진 법과 규정을 만들어 자녀를 둔 부모를 잠재적인 대포통장 사용자로 몰아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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