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의 감성스토리]선생님, 이시대의 참스승은?

  • Editor. 김도형 작가
  • 입력 2017.04.23 11:16
  • 수정 2017.06.3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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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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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면서 만났던 선생님 세분에 대해 이야기하려한다.

두분은 날 가르치셨던 선생님이고 한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이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이셨던 후덕한 인상의 여선생님께서 방과후 내게 말을 건네셨다.

어디 갈곳이 있으니 잠시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자그마한 내손을 잡고 걸어간 곳은 학교근처 시장이었다.

신발가게에 들어서자 근사한 고무냄새가 나를 에워쌌다.

마징가가 그려진 운동화를 내게 신겨보며 발가락 쪽을 눌러보는 선생님의 모습은 마치 어머니같았다.

신발가게를 나와 이번엔 옷가게로 향했다.

트레이닝복 한벌이 그렇게 또 내게 선사되었다 몇 달 동안이나 때가 묻고 바느질로 덕지덕지 꿰맨 옷을 입고 다니던 내가 안쓰러웠을 선생님은 말없이 나와 길을 걸어가며 잡은 손에 힘을 주었었다.

이날밤 마징가가 그려진 신발을 가슴에 끌어안고 선생님이 고맙기도 하고 일찍 알아버린 가난의 서글픔에 울고 또 울었었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서 나쁜짓을 하다가 경찰에게 체포되고 만다.

패싸움에 휘말린 것이었는데 유치장으로 제일 먼저 찿아오신 분은 놀랍게도 담임 선생님이셨다.

쇠창살 너머로 눈물을 흘리시며 자신의 제자를 잘못 가르쳐서 이렇게 되었다며 자책하시는 모습에 오히려 내가 위로를 드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사식을 사서 넣어주시고 가신 선생님의 모습이 국그릇에 어른거려 결국 한수저를 뜨다가 뜨겁게 울고 말았다.

이 선생님은 묘하게 초등학교의 그 선생님과 닮아있었다.

고등학교 동창중에 선생님이 된 녀석이 꽤 많다.

이 친구는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2학년까지 같은반 이었는데 철없이 일진 흉내나 내고 의미 없이 1학년을 마치고 고2로 올라가는 겨울방학 시작하던날 반장이었던 이친구가 날 조용히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넌.... 미래가 없는 거처럼 산다. 이걸로 이렇게 인생은 끝날거라고 생각하니?"

쉽게 말해 너 왜그러고 사냐? 란 충고를 답답하다는 듯이 한 거였다.

평소 같으면 주먹다짐을 해도 몇 번을 했을 것인데 이 한마디에 난 220볼트 전기선 만진듯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 반장친구와 함께 짝이 되어서(아마 그친구는 충고한마디 했다가 겁나게 귀찮았을 거라고 확신한다)나름 공부란걸 꽤나 열심히 하게 되며 내게 남다른 표현력이 있다는 것도 깨달으며 국어를 공부해보겠다는 꿈도 가지게 되었었다.

그리고 결국 난 상상도 하지 못한 4년제 종합대학 학생이 되어버린다

반장이었던 이친구는 세상에나 우리집 바로 밑에 있는 한 중학교의 선생님으로 재직 중이었었다.

28년간 만나지도 못한 어쩌면 내 인생의 은인이었던 그 친구는 지금 전교조 일로 많은 고초를 겪고 있었고 그것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언젠가 만나서 쓴 소주를 한잔 입에 털어 넣으며 이 친구는 전교조 활동을 하며 집회와 시위에 관한법률위반으로 자신이 전과자가 되었으며 자칫하다가는 선생님의 자리에서 파면 당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난 이 친구가 소위 일진이던 아이들에게 사비로 치킨도 사주고 분식도 사주러 가는것을 퇴근길에 우연히 마주쳤고 그의 모습에서 나를 울렸던 두 선생님의 모습을 찿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친구가 했던 말을 결코 잊을수가 없었다.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는데 그래서 참다운 선생이고 싶었을뿐인데..."

대선 후보중 자격이 없는자 한 명이 전교조를 적폐세력이라고 발언했다.

나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선생님께서 전교조에 가입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대선후보의 말처럼 전교조가 적폐세력이라면 극단적인 표현을 빌려서 말한다면 이 나라에 참스승은 한분도 없다.

그는 자신의 발언을 사죄하고 대선후보직에서 사퇴하여야 마땅하다.

그에겐 결코 가난한 자신의 학생에게 신발을 사주고픈, 제자의 잘못이 자신의 잘못이라며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에게 단 하나라도 진실을 가르치고 싶어 하는 따듯한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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