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의 감성스토리] <민초>

  • Editor. 김도형 작가
  • 입력 2017.05.02 19:25
  • 수정 2017.06.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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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작가
김도형 작가
경북 봉화의 작은 마을에 정착한 친구의 집에서
1박2일의 짧은 시간이지만 참으로 알차게 귀농인의 삶을 체험하고 왔습니다.
수려한 풍광과 맑은 공기, 깨끗한 물은 몸을 정화시켜주는
크나큰 보너스 이기도 했습니다.
 
친구와 안주인의 해맑은 미소는 숲을 닮아있었고
그 넉넉한 인심은 기분 좋게 느리게 가는 시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나무로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과정도 직접보고
화고, 흑고, 동고가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으며
직접 따서 최상급 표고인 화고를 입에 넣고 그 쌉싸름하며
달달한 맛을 풍성하게 느껴보는 건강해지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쌈채소를 채취하러 가자는 말에 두말없이 
집 뒤 얕으막한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풀들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라며 앞으로 나아가던
친구가 멈추어섭니다.
"자 이것이 곰취 인데 잎을 따는 법을 가르쳐줄게'"
이렇게 말하며 친구는 한포기 곰취 에서 나온 잎 두개중에
하나는 남겨둬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두 잎을 다 따버리면 광합성을 하지 못해 죽어 버린다는 것 이지요.
가만히 둘러보니 잎이 남아있는 곰취 에서 새잎이 여간 귀엽게 돋아나는 것이 생명의 신비마저 느끼게 합니다.
 
입을 조금 떼어서 씹어보니 향취가 대단했습니다.
쓴맛도 단맛도 나며 끝 맛은 개운합니다.
쌈채소로는 가히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풍성한 저녁거리를 장만하고 내려옵니다
먼지만 대충 흐르는 물에 씻고 잘 구워진 고기한점을
싸서 먹습니다.
이 친구가 왜 잘나가던 벤처기업을 처분하고
귀농의 삶을 택했는지 알것만 같은 시간입니다.
 
누구나 한번은 꿈꾸어보았을 시골에서의 삶이
고스란히 내 것이었던 깨끗했던 이시간 속에서
저 멀리 백두대간 소백산의 산허리가 필요한 것만큼의 욕심을 내고 사는 사람들을 포근하게 굽어봅니다.
 
혹자는 하루 이틀이야 좋을 수도 있겠지만
평생 살아야한다면 마냥 좋겠냐 라고 할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친구의 귀농 결정이 더 대단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는 7년이라는 세월속에서 어느덧 발밑의 풀한포기도
함부로 밟지 않는, 한 잎을 따면 한 잎은 남겨둘 줄 아는,
자신의 농장 이름처럼 자연을 품에 안은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예전에 써두었던 시가 한편있는데
마치 이 친구를 부러워해서 적은듯한 시가 있어서 옮겨봅니다
 
<작은집>
 
 집 한채 지으려 하니 작은 땅을 좀 주오
시골학교 운동장이 내려다보이는 얕은 언덕이면 좋으리오
자갈밭이거나 잡초 무성한 곳이라도 괜찮다오
 
아이들이 웃는 소리에 땀 흘리며 
개간하리니 그다지 힘들지도 않을것이외다
 
넓직한 돌구들로 시멘트를 대신하고
기둥은 휘어진 나무라도 깊게 박아 세울까하오
황토흙 개어 바른 벽을 지탱하기에 조금의 굴곡이야
차라리 안성맟춤일테니
 
흥부네 박이 올랐음직한 초가지붕을 얹고 나면
나무한짐 해다가 군불을 때울테요
밭에서 솎아낸 감자 몇개 굽는 냄새에
이웃사촌 놀러오면 작은항아리 막걸리가 어찌 아깝겠소
 
아침엔 풀내음을 몸에 두르고
깨어날수있게 작은 언덕 수풀속 작은 땅을 좀 내어주시오
오욕이 유혹할때 정갈하게 씻을수 있도록 
근처에 피라미가 사는 냇가가 있으면 더욱 좋겠소
하루 한번 물을 길어 밥도하고 국도하고
외진곳 물한잔 청하는 객이 온다면
풋고추에 된장에 밥이라도 차리려오
 
눈에 보이는 산천초목이 다 앞마당인 집을 지으려하오
아이들이 뛰어놀고 노루 토끼 설핏대는 그마당에
아무데나 신발 벗고 편히 누워 쉬다보면
집을 지어 내꺼라고 하는 못난 욕심이 부끄럽겠소만
 
그래도
여기오면 가끔은 참 편하구나
그런 집을 지으려오
그대 가진 땅중에 별반 쓸곳없는 자투리를
슬쩍떼어 나를 주오
 
작은집 한채 지으려오
 
 
서울로 향하면서 머릿속에 내내 한 가지 생각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민초라 불리우는 우리네 삶은 사실 모질게도 곤고한 세월을 보내야했습니다
짓밟혔던 인권과 허울만 있었던 자유, 민주, 평등의 가치
부의 양극화...여기서 파생된 극심한 이분법적 대립...
 
평범하게 농부가 된 친구의 삶을 엿보며 그에게서 절대 맡을 수 없었던 탐욕의 비린내가 난무하는 곳이 여기저기에 너무나 많은 것이 서글퍼집니다.
심지어 곧 다가올 대선을 바라보는 것도 어떨 땐 역겹기도 합니다.
 
왜 이리 사회의 곳곳에서 썩은내가 심하게 나는가?
이 질문에 답이 없다가 친구의 농장에서 그 해답을 찿았습니다.
역겨운 탐욕의 발길은 민초를 쳐다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쳐다보고 돌보기는 커녕 짓밟고 뿌리채 뽑아내기 때문이었습니다.
위정자나 기업의 대표이거나, 고위공무원이거나 아주 작은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말단 공무원이거나 그들이 권력과 부를 행사할 때는 돌아보고, 굽어보고, 살펴보아야합니다
민초라 불리우는 주권자들이 입을 모아 외치는 조용하지만 간절한 이야기들을...
이런 사람이야말로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고
존경받는 기업가가 되며 일 잘하는 공무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곰취처럼 땅에 낮게 거하나 향취는 진하디 진한
사람들이 자꾸 늘어난다면 우리 사는 이곳은 얼마나
향기롭고 살만할까요?
 
경북봉화에는 #품은들농장 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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