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의 감성스토리]<좋은 갑질>

  • Editor. 김도형 작가
  • 입력 2017.08.08 12:04
  • 수정 2017.08.30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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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작가
김도형 작가

아내와 신혼초기에 외식을 하러 간적이 있었습니다
고깃집이었는데 고기에 대해서는 나의 혀가 영 둔감해서 외식을 할때면 고기냐 아니냐로 갈등을 좀 빚고는 했습니다
나는 아무래도 해산물쪽이 입맛에 맞는편이었고
아내는 오로지 고기였거든요

(마누라 자랑은 팔불출이라던데 흉보기는 뭘까요?
슬슬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이왕 빼는 칼 흉보기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고깃집에 앉자마자 아줌마를 연신 불러댑니다
아내의 말투엔 가시가 돋은 듯 묘하게도 날카롭게 들립니다.
자꾸 재촉을 해대며 채근을 합니다
슬슬 오늘 내가 뭘 잘못했나 머릿속을 굴려봅니다만
도통 아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급기야 서빙하는 아줌마에게 싱겁다 짜다 불평까지 해댑니다.

연애시절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라 당황스럽고
써빙 아주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짐짓 목소리를 눌러 아내에게 주의를 줍니다

"거 조금만 기다리면 될것을 왜그러는거야?
써빙하는 분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손님이 많아서 바쁜거 안보여?"

그러나 나의 말은 들리지 않는듯 노골적인 불평의 목소리가 일부러 들리라는듯 자꾸 높아져 갑니다
난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나의 당혹스러움을 대신했고
이날의 외식은 내 인생에서 제일 맛없는 식사로 기록 됩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내와 말다툼을 벌입니다
내돈 내고 먹는집에서 당연히 누릴 권리라는 아내의 사고와 아무리 그렇다해도 사람을 그렇게 막 대하는것은 아니다라는 내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말다툼은 결국 나의 화를 불러오고 큰소리로 다음과 같은 말을 하게 합니다

"다음부터 또 그럴거면 다시는 나와 외식할생각 말어!"

몇년이 흐르고 아내가 어릴때 한동안 같이 살았던
이모님과의 식사자리에서 난 알 수 있었습니다
식당에서 함부로 직원들을 대하는 버릇이 이 이모님에게서 학습되어졌다는 것을

지금이야 아내도 나에게 하도 잔소리를 들어
절대로 식당에서 옛날 버릇은 나오지 않습니다만
한동안은 이 문제로 꽤나 힘들었었던것을 잊을 수 없습니다

유독 식당에만 가면 목소리가 커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한 후배는 ㄹ 클럽이란 사회봉사단체 소속인데 이곳의 회원들 몇몇이 유럽여행을 갔다온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회원중의 한사람이 프랑스의 한 레스토랑에서
고래고래 소릴 지르며 웨이터를 부르고 웨이터가 자기 할일 다하고 늦게 왔다고 그 식당을 아주 뒤집어 놓았다고 자랑을 하더랍니다
나라 망신 다시키고 왔네요 라는 지인의 일침에 조용해졌다는 그 사람도 내 아내의 예전 식당에서의 행동도...

맞습니다
은연중 몸에 밴 나쁜 버릇인 갑질입니다
요즘 상상조차 못한 갑질들이 계속 뉴스를 장식합니다
창피하게도 내 아내의 예를 들긴했습니다만 사실 일상속에서 이러한 갑질은 흔하게 보여지고 행해집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나의 이러한 행동이 갑질이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장군이 사병에게 전자팔찌를 채운것이나 식당에서 심하게 재촉하는 행위, 더 나아가서 보복 운전이라든가 무시선 여행가방 투척등... 헤아릴 수 없는 역겨운 갑질의 행태는 우릴 짜증나게 합니다

갑질의 반대말은 상생과 배려입니다
난 저명한 사회학자도 심리학자도 아닙니다만 이것 한가지는 확실하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갑질은 이기주의와 열등감의 극단적인 표현이란 사실을 말입니다
그렇다면 갑질행태를 없애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째 지속적인 교육입니다
배려의 가치와 상생의 기쁨을 계속 가르쳐야합니다
교육이 백년지대계인데 요즘 이말이 생소하게 들릴 정도이니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만 교육의 쇄신이 이루어 지지 않고서는 요원하기만한 갑질 없애기 입니다
교육은 인식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조기교육이 중요합니다
티비를 켜면 네살박이 꼬마가 영어를 하네 중국어를 하네 광고가 판을 칩니다
아무리 눈씻고 찿아봐도 우리아이가 배려심이 강하고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자랑하는 광고가, 흔한 sns의 포스팅조차 없는게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씁쓸한 이시대의 자화상입니다

뉴스에서는 나이가 좀 있고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갑질을 다룹니다만 사실 이 사회에는 갑질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걱정됩니다
사람들은 갑질이 열등감의 보상심리 인것도 잘 모릅니다
군대내에서 유독 갑질이 심한것도 사실 이 열등감과 보상심리에서 원인을 찿을 수 있습니다
내가 신입때 이정도 힘들었으니 너도 겪어봐야 한다는 심리는 두말할것도 없는 갑질인것입니다

어렀을적 동화책에서 내게 분노를 느끼게 했던 캐릭터는 팥쥐엄마와 신데렐라의 계모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갑질의 대명사 같은 캐릭터들이지요
물론 작가에 의해 창조된 악역이긴 하지만 어찌보면 현대사회엔 허구속 인물보다도 더한 요즘 유행어로 킹왕짱 갑질 대마왕들이 존재하고 있는것 같아 어린 날 그 동화를 읽었을때보다 더한 분노를 느끼는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자존감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돈과 지위로도 채울 수 없는 존재의 가치를 갑질로 채우려드는 이들이 한편으론 불쌍도 합니다
그러나 갑질은 필연적으로 피해자를 만듭니다
이것이 갑질이 범죄인 이유입니다

자존감의 정상적인 회복과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무와 상생의 가치를 가르치는 교육이루어 지면 갑질은 서서히 사라져갈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는 갑질을 원치 않습니다
갑이 되고자 소망하지도 않습니다
갑은 이제 부럽고 존경받는 위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버리는 순간 갑은 비린내 나는 썩은 존재일 뿐인것입니다

버스에서 노인이 힘들어 하는 어린 학생에게 자릴 양보합니다
자신의 고급외제차를 흠집나게한 폐지 줍는 리어카 할머니에게
오히려 좁은길을 막아서 미안하다는 사람이 보입니다
에어컨이 아파트 경비실에 설치되는 것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늘어납니다
참 좋은 갑질입니다
약자에게 강한 것은 갑질이고 약자에게 약한것은 참 좋은 갑질입니다

소망합니다
좋은 갑질이 많아지는 사회가 되기를..
한가지 더 소원이 있다면..
항상 을이던 내가 갑중의 갑 아내의 흉을 보았습니다
제발 아내가 이 글을 못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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