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의 감성스토리]<알바의 추억>

  • Editor. 김도형 작가
  • 입력 2017.08.21 13:56
  • 수정 2017.08.30 0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도형 작가
김도형 작가

동네 친구가 알바를 시작했다
분식집 배달일이었다
한 달 정도인가가 지나고 방학을 맞은 내게 넌지시
자신의 일을 물려주겠다는 뜻의 말을 했다

"주인아저씨 아줌마도 잘해주시고 일도 힘든건 크게 없고..."

크게 힘든일이 없다는건 작게 힘든 일은 많다는
사실을 모를리 없었지만 난 일거리가 필요했고
흔쾌히 친구가 관둘 그자리를 대신 하기로했다
갑자기 그만두면 알바가 대신할 사람을 구해야한다는
책임감으로서의 행위가 내게 행해졌던거였다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했던 코끼리 분식..
처음 일을 하러간 날 주인아저씨에게 인사를 하며
왜 간판이 코끼리분식인지 알 수 있었다
사람좋게 생기신 주인아저씨는 코도 크고 귀도 크고 영락없은 코끼리상이었다
그리고 이 분의 만두는 천하일미였었다

한달에 십삼만원이라는 급여가 책정되었고
그렇게 음식배달일을 시작했다
그시절 오토바이는 드물었다
내게도 주인아저씨 말에 따르면 '이래보여도 나가긴 잘나간다'는 짐자전거가 주어졌고 한손으론 철가방을 들고 한손으로 자전거를 몰고가는 스킬이 필요해졌다
크게...아주 크게 힘든 일이었다
짐칸에 철가방을 올리고 갈수도 없었다
당시에는 랩이란것을 잘 사용하지 않아 국물이 다 흘러버렸기 때문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주문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고 숨돌릴 시간도없이
큰 관내지도를 확인해보며 배달을 해야했다
7월의 여름날씨는 자전거 페달을 한번 밟을때마다
한바가지의 땀을 흘리게했고 친구가 왜 한달만에 나를
꼽아(?)놓고 관두었는지 이해도 되었으며 원망스럽기도했다

그래도 열심을 내서 자전거를 몰았다
배달을 가면 어린학생이 알바를 한다며 시원한 음료수를 건네주는 손님도 있었고 역시 코끼리 분식이 맛있다는 별다섯개짜리 평점을 해주는 손님을 보면 괜시리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곤 했다

배달했던 그릇을 다 수거해오면 오후 세시정도였고
꿀맛같은 늦은 점심을 먹었다
배달전표와 수금한 돈을 맞추어보고 정산이 끝나면 비로소 퇴근이었다
당산역까지 터덜터덜 걸어가서 난 또다른 저녁알바(닭 튀기기)를 위해 종로로 향했었다

열심히 등록금을 내던 대학교 여름방학때의 추억이었다
두가지 알바를 하며 한달에 손에 쥐는 돈은 고작 이십여만원이었고 두달을 하면 한학기 대학 등록금이 빠듯하게 맞추어질 돈이었다
하지만 몸으로 했던 이 알바들은 삶의 소중한 추억으로, 경험으로 남았고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힘든건 힘든거였다
그리고 친구들과의 여름바캉스(요즘 바캉스란 말을 잘 안쓴다. 그러나 그때는 모두 바캉스라고 했다 아재...맞다)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난 한달 후 과 선배를 살살 꼬셔서 내자릴 물려주고 룰루랄라 동해로 놀러가버렸다



요즘 배달업이 가히 최고의 전성기이다
도로위를 달리는 오토바이의 대부분은 음식배달을 하는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친구 한명은 치킨집을 한다
어느날 내게 정말 못해먹겠다며 푸념을 했다
써비스업이 힘든것이야 당연하겠지만
정말 힘든건 손님들의 민원제기 때문이란 말을 하며 한숨을 쉬었다
제일 열받는 건 음식에서 뭐가 나왔다며 화를 내면 다시해서 가져다주는데 대부분은 그 무언가가 나왔다는 치킨을 싹 먹어치웠다며 그 비양심을 꼬집었다

뉴스에 중국집 그릇에 치킨뼈나 족발뼈같은걸 수북히 쌓아서 내놓는 인격적 수양이 덜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우리가 어릴때 최소한 그런 손님들은 없었잖느냐? 라며 내게 묻는 친구는 그 코끼리 분식에 날 소개해준 바로 그녀석 이었다

도로위에서 난폭하게 운전하는 배달오토바이를 가끔 보면 짜증도 나지만 그들의 하루하루가 어쩌면 매일 먹어야하는 음식처럼 소중해 보이기도 한다
필요에 의해 늘어난 배달 라이더 들이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 사람에게건 흔해진 말로 상식과 배려가 우선되어지는 행동으로 대하는것이 맞는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것이 바로 상생 일것이다

내가 그 자전거를 몰고 그릇을 수거하러갔을때
그때는... 친구의 말처럼 그런 사람들은 없었다
입으로만 상생을 외치는 그들은 치킨 한조각이라도 배달을 시켜 먹을 자격이 있을까라는 씁쓸한 의문이든다

저작권자 © THE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24 THE NEWS.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