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의 감성스토리]<스마트함과 얍샵의 사이>

  • Editor. 김도형 작가
  • 입력 2017.08.29 12:11
  • 수정 2017.08.3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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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작가
김도형 작가

이솝 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날 부자집 주인이 여행을 가는데 이것저것 많은 짐들을 머슴들에게 들고 가도록 했다
다들 작은 짐들을 들고 가려고 하는데 한 머슴은 아무도 들려고 하지 않은 크나큰 짐을 흔쾌히 짊어지고 길을 나섰다

그 큰 짐은 여행하는 동안 먹을 빵이었고 결국 되돌아올때 그 머슴은 빈손으로 가볍게 돌아왔다는 이야기이다



대학교 때 내려간 친구 아버님의 고향엔 논밭일이 한참 이었다
좀 도와는 드려야겠는데 만만해 보이는 일이 없었다
그나마 등에 백팩 처럼 매는 농약살포기가 할만해 보였고 친구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뒤로 하고 그 무거운 것을 매고 밭으로 들어갔다

내 딴에는 농약을 다 뿌리면 가벼워지겠지 라는
물리 공학적 사고를 했던 선택이었는데...
쇠로 된 농약살포기는 분명 농약이 줄어들고 있슴에도 불구하고 어깨에 전해지는 무게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던 것이다

스마트하게 선택했던 이 일은 잔대가리의 말로를 보여주듯이 내어깨에 피멍을 남기고 말았다
이솝의 우화는 우화였을 뿐이었다
현실적으론 부자집 주인이 빈손인 머슴에게 다른짐을 들라고 시켰을 수도 있고 다른 머슴이 무거운 짐을 같이 들자고 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빈손인 머슴이 그렇게 했어야 이 우화는 더 가치가 있는 이야기일수 있었다
이솝의 이 이야기엔 상생 따위는 없었고 오직 얍샵함 만이 삶의 지혜인 냥 포장되어 있었다.

내가 선택했던 농약살포기는 어쩌면 그릇된 우화의
교육이 가져다준 웃픈 결과일수도 있었다
친구 녀석이 내게 그 무거운걸 등에 짊어주며 묘한 미소를 흘렸는지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요즘 농약 계란이 말썽이다
먹거리에 소비자의 건강보다는 생산성만을 중시하는
사람들도 문제가 많지만, 뭐가 문제다 라고 뉴스만 나오면 부하뇌동 하는 사람들도 참...그렇다

예전의 만두 파동을 보면 동네에서 정성껏 만들어파는 작은 만두집들마저 그 파동의 피해를 보아야했다
문제가 된건 몇몇 공장의 냉동만두였는데 말이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먹거리의 건강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건 어떤 뉴스가 팩트 인가, 일반적인 것인가 아니면 소수인가 등등
스마트한 정보의 수렴이 되겠다

그렇지 않으면 괜찮을것도 안괜찮은것이 되고
좋은것도 나쁜것이 될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평생 먹어왔던 계란이다
어제도 먹었다
냉장고에서 계란이 떨어지는건 쌀이 떨어지는 것과 버금가는 허전함을 준다
그래서 스마트함과 얍샵함의 그 어느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고 씨알 굵은 왕란으로 한판 또 사올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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