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의 감성스토리] <죽마고우>

  • Editor. THE NEWS
  • 입력 2017.09.26 09:17
  • 수정 2017.09.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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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작가
김도형 작가

밤 11시에 걸려온 전화는 모르는 번호였다
받아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끝에 수신버튼을 누르자
대뜸 욕이 튀어나왔다

쌍느므시키!나와라 당장!

십여년만에 지금은 수원에 사는 어릴적 동네친구 '깜시'가 전화를 한거였다
반가운 마음에 집근처에 와있다는 곳으로 나가보니
또한 십수년 만에 만나는 '용가리'도 같이 있었다

도씨! 오랫만이다

내별명은 그저 이름에 도자가 있다는 이유로 도씨였다
그렇게 우린 늦은밤 어릴적 별명을 불러대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곧 한가위 명절이 다가오는데 친구들 얼굴이 갑자기 보고 싶더라는 깜시가 늦은 밤, 차를 몰고 왔던 까닭에
우린 급 만남을 가졌고 술자리는 그동안의 살아온 이야기와 함께 깊어져만 갔다

그렇게 시간을 거슬러 난 도씨가 되었고 깜시는 여전히 까맣고 용가리는 입에서 수다를 떠느라 불을 뿜었다
공유하지 못했던 지나간 척박했던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듯 서로의 바쁨과 무관심에 자책과 질타도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우리에겐 즐거움이었고 반가움이었으며 잊지 못했던 정이었다

별명과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날 술자리가 즐거웠던건 어인 까닭인가?
그저 오랫만의 조우라는 것으론 설명하기 힘든 구석이 분명 존재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만나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가며 함께 성장했던 이녀석들은 아마도 고향같은 존재들일 것이며 그래서 필연적으론 다시 만날 회귀의 가치들이란것이 명확한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 아직도 담배 피우냐? 끊어라 끊어!"

"야이 나쁜노무시키들아! 니들이 나 담배 가르쳐준거 기억 안나냐? 그래놓고 니들은 끊었다 이거냐?"

친구라서 가능할 대화들을 나누다 혹시는 지나간 세월이 무심해서, 조금은 무심함이 원망스러워서,
내가 먼저 찾지 않음이 미안해서 울컥한 마음도 들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 다가온다.
그것도 무려 십일정도의 긴 연휴이다
행여 말다툼으로 소원해진 가족, 친지 누군가가 있던지, 발뒤꿈치도 쳐다보기 싫은 그 누군가가 있던지
간에 한번은 찾아보는게 정을 나누는 명절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한다

어찌보면 남은 삶에 손가락개수 만큼의 만남도 보장되어 있지 않은게 그 이유라면 이유이니까...
밤 11시에 뜬금없이 울리는 전화기속의 '쌍느므시키'가 몸서리치도록 그리워질지도 모르니까

그런 의미에서 욕 한마디로 이글을 끝낼까 한다.
나쁜노무시키들! 내가 끊는다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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