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찰 공문 쯤이야 포스트잇 한 장이면…

檢, 警 사건송치 의견서에 메모지 붙여 반송 “기소유예 의견은 반려”
경찰 기소유예 의견송치 활성화 추진 1달여 만에 사실상 검찰 거부로 무산
이에 따라 기소유예 의견 송치 건수 급격 감소 '제자리행'

  • Editor. 박하연 기자
  • 입력 2017.09.2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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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유예 송치의견 검찰 접수거부 사례
기소유예 송치의견 검찰 접수거부 사례
[더뉴스=박하연 기자] 2016년 추진된 경찰의 ‘기소유예 의견 송치 활성화’ 제도가 검찰의 비협조와 거부로 시행 1달 여 만에 무산됐다. 당시 검찰은 정식 공문이 아닌 포스트잇 메모지로 '기소유예 의견은 받지 않겠다'며 사건송치 접수를 반려했다. 이에 검찰이 경찰에게 사실상 '갑질'을 했다는 비판이 일은 바 있다.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이 입수한 '경찰의 기소유예 송치의견에 대한 검찰의 접수거부 사례'에 따르면 이 메모지엔 반송 사유에 대한 언급없이 자필로 "검·경찰 간 협의가 될 때까지 '기소유예' 의견 송치를 반려합니다"라고 적혀있다.

검찰의 ‘포스트잇’ 반려는 반송 사유를 명기하고 전자 결재를 거치는 등의 절차를 무시한 혐의가 있다. 이는 검찰사건사무규칙 상 수사관 등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은 경우 검찰이 사건을 수리해야 한다는 의무를 위반 한 것에 해당한다. 또 수사기관 간의 공문서를 비공식적 방법으로 처리하는 행위는 사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기소유예 의견 송치 활성화' 제도(이하 ‘활성화 제도’)는 참작 사유가 충분한 피의자에게 형사 사건의 절차적 부담감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시행됐다. 현행법상 기소유예 의견 제시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데도 경찰 내부 분위기와 인식부족으로 인해 의견 제시 건수가 미미했던 것이다.

복수의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기소유예 의견서 접수 자체를 거부하고, 의견 변경을 강제했다”며, “담당 수사관과 피해자, 피의자 입장에서는 신속히 사건 송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검찰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포스트잇' 사건 이후로 '활성화 제도' 직후 증가했던 기소유예 의견 송치 건수는 격히 감소해, ’16년 6월 21일부터 12월 말까지 137건, ’17년의 경우 6월까지 잠정 45건에 그쳤다. 2010년부터 2016년 3월까지 6년 이상 총 140건에 그쳤던 기소유예 의견 송치 건수와 비교하면 사실상‘활성화 제도’ 시행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은 "검찰의 과도한 권한행사나 경찰의 무책임한 송치의견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건 결국 국민들"이라며“경찰이 소신 있게 기소유예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수사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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