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왜 모르는 척 하세요? 저도 그래야 하나요?…법을 말하는 게 뻔뻔한 것이 돼 버린 사회

주휴수당 적용대상,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나 몰라라
단시간 근로자도 일주일동안 15시간 근무하면 지급대상
알면서도 신고 못하는 경우도 허다해
노동청은 대체 누구 편?

  • Editor. 박하연 기자
  • 입력 2017.09.28 12:41
  • 수정 2017.09.2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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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역,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 입구 <사진 박하연기자>
마포역,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 입구 <사진 박하연기자>

[더뉴스=박하연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 카페 겸 펍(Pub)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A양은 사장의 언어폭력과 갑질로 일을 그만 두게 됐다. A양에게는 이달부터 주휴수당을 포함해 시급인상까지 상당한 급여혜택이 주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사태까지 오게 한 사장과 더 이상 한솥밥을 먹을 수 없었다. 갑작스런 통보식이긴 했지만, 그만 두는 사유에 대해서는 이미 사장과 충분한 대화가 있었다.

■ 퇴직 이후에도 이어지는 '갑'의 횡포

문제는 마지막 달 월급이 들어오던 때였다. 급여일이 한참 지나도 월급은 들어오지 않았다. 사장에게 연락하니 외국출장에서 다녀오면 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출장을 다녀와서도 A양이 가게에 가기 전까지 사장은 아무 소식이 없었다.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을’인 아르바이트생이 계속 기억하고, 언지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그런데 마침내 통장에 찍힌 월급은 기대한 액수와 맞지 않았다.

A양은 일한 날짜와 시간을 기억해서 보내줘야 받을 수 있다기에 이미 한 차례 일지를 보낸 바 있다. A양은 사장에게 연락해 이 사실을 알렸고, 내친 김에 이 달부터 받기로 한 주휴수당도 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 주휴수당을 주기로 약속한 당월에 1주일 근무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장은 “아니, 그렇게 자기 맘 상했다고 그만 둬놓고 주휴수당까지 달라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아요?”라며 되려 A양이 뻔뻔하다는 식으로 화를 냈다. 그는 “3개월 동안 지급할 의무가 법적으로 없다”며 “미지급된 것은 다른 직원에게 전해둘 테니 직접 받아가라”며 일방적으로 대화를 끝내고 또 한 번 갑의 세계를 열었다.


■3개월 동안은 지급할 의무가 법적으로 없다?…근로계약서 작성하지 않았어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르면 근로자가 일주일 간 개근했을 경우, 사용자는 1회 이상의 유급 휴일을 부여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0조에서는 1주 동안의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자에게 유급휴일이 주어진다고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소정근로일이 아닌 날에 출근하지 않더라도 소정근로일에 개근했다면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주휴수당 적용대상은 정규직 근로자 뿐 아니라 아르바이트생 같은 단시간 근로자에게도 열려있다. 단, 1)사업장이 5인 이상이고, 2)일주일 간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아직 일반 아르바이트생들의 경우에는 주휴수당 조건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일이 더 많다. 특히 근로계약서를 배부하지 않은 경우에는 근무를 이행했음에도 서류상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위 2가지 조건만 갖추면 주휴수당 지급대상에 해당된다.

주휴수당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미미하기 때문에 알면서도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A양과 같이 일하던 B군은 본인이 주휴수당 대상자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장과의 관계가 염려돼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장과의 관계가 나빠지면, 결국 불편해지는 것은 ‘을’의 근무 환경이기 때문이다.

밖에서 바라본 고객지원실 내부 <사진 박하연기자>
밖에서 바라본 고객지원실 내부 <사진 박하연기자>

■ 더 가관이었던 노동청 직원의 문제 해결법

사장의 당당한 태도에 A양은 주휴수당에 관한 법률을 다시 조사했고, 근로계약서 미작성 건과 함께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노동청을 방문한 A양은 노동청 직원에게서 이상한 논리를 듣게 됐다. 주휴수당은 그 산출법에 따라 사용자에게 요구하겠지만, 이를 받기 위해서는 근로계약서 건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 모 직원에 따르면, 임금체불 관련 조정원은 돈만 주고 마무리하면 끝날 일을 크게 만들겠냐며 사업주를 달랜다고 한다. 돈을 주면 노동청에서도 더 이상 연락할 일이 없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니까 신고자가 근로계약서 건까지 접수하면 노동청의 입장이 난감해진다는 것이다.

그중 한 꺼풀 더한 것은 노동청 직원의 근로자 설득법이었다. 만약 사업주가 지급명령에 불응한다면 3자 대면이 이뤄질 것이고, 사용자가 재차 거부 의사를 밝히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였다. 그는 그럴 경우 사용자는 벌금형에 그치고, 근로자는 돈을 받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사용자에게 내려진 벌금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보다 더 적을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결국 돈도 못 받고 사장도 벌하지 못하니 근로자인 당신에게는 득 될 것이 없다는 엄포였다.

■ 우리나라 법을 말하는 게 뻔뻔한 것이 돼 버린 사회…고소하게 고소하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

최근 국회 입법부가 ‘국민 참여형 개헌’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A양과 같은 사례에서 분명 급여지급을 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는 벌금형을 택하는 사업주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급명령을 거부한 사용자에 대한 벌금을 지급해야 할 금액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과 관련된 입법이 필요하다. 범법자가 자신에 유리한대로 법의 테두리를 쉽게 왔다 갔다 하게 두어선 안 된다.

그러나 위 사례에서 A양이 더 참을 수 없던 것은 노동청 직원의 너무하다는 식의 눈초리였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겠냐는 것이었다. 노동청은 근로자를 대변하기 위해 있는 기관이 아닌가. A양은 노동청이 법을 어긴 사람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나랏밥을 먹는 것인가 의심했다.

A양은 사장에게도 물었다고 한다.
“사장님, 이것은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법으로 정해진 권리인데 묻는 게 맞지 않나요?”
이어 “‘예의’를 지키려고 급여가 2달 간 늦어도 기다렸던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법적으로 퇴직 후 14일 이내에 급여를 지급하는 게 원칙이다.

A양의 사례에서 보았듯, 입법 절차를 통과해 우리나라법 사전에 등재된다 해도 적용 효과를 100% 기대하기 어렵다. 사회가 이를 포용하지 못하면 입법이 가져오는 변화는 미미하다. 정당하지만 정당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이다.

법적으로 보장된 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뻔뻔해진 사회. 어긴 사람이 아니라 당한 사람이 너무하다는 눈초리를 받아야 하는 사회. 제도적 개선에 비해 사회적 인식과 수준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사회적 인식이 널리 자리잡아 단시간 근로자들이 주휴수당을 당연히 받는 날이 올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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