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의 감성스토리]<엿과 냄비>

  • Editor. 김도형 작가
  • 입력 2017.10.24 11:18
  • 수정 2017.10.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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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작가
김도형 작가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 이었다
여동생을 엎드리게 하고는 등을 밟고 올라선다
나는 엄마가 서랍장위에 작은 냄비를 소중히 올려놓는걸 주의깊게 보았었고
그안의 내용물이 몹시도 궁금했던 것이다

조심조심 꺼내놓은 냄비위에는 신문지가 덮어져 있었고 까만색 고무줄로 묶여있었다
이건 필시 먹는게 분명했다
십년도 안 살아온 삶이지만 고추장을 담글때
엿질금을 달이던 할머니의 주걱에서 한모금 얻어먹었던 달콤했던 기억도 이 냄비속의 내용물이 달디 단 먹거리란 확신이 들게했다

손가락으로 쿡 찍어 쪽쪽 빨았다
화끈한게 보통맛이 아니었다
화끈거림은 곧 통증으로 이어졌고 겁에 질린 나는 급기야 울음을 터트려 SOS신호를 보냈다

병원까지 다녀오고 호기심의 댓가로 볼기짝을 두드려 맞은 후 알게 된 사실, 그 냄비속 용액은 비누를 만들고자 했던 양잿물이었다



찰캉찰캉 소리가 동네를 울린다
심심풀이 먹거리가 부족하던 어린날의 그때
이 찰캉찰캉 쇠가위 소리는 나를 충분히 흥분시켰다
어느날은 가위의 주인이 강냉이를 한 리어카 가득 실어오기도 했고 또 다른이는 대패로 쓰슥쓰슥 갈아낸 생강엿을 나무도마위에 댑따!크게 올려놓기도 했다

단연코 강냉이는 생강엿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그 상큼, 새큼, 달달한 대패밥처럼 말려올라오던 생강엿의 맛을 아아...우리 어찌 잊으랴...

볼기짝을 또 두드려 맞은건 엄마의 그 소중한 냄비를 생강엿과 바꿔버린 식탐의 내 혓바닥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과한 탐욕은 볼기짝 뚜드려 맞기를 당한다는 사실을 배워나갔다



적폐는 탐욕이다
식탐, 재물욕, 성욕, 명예욕...
그 외의 모든 탐욕이 과한 이들이 저질러 왔던게 바로 적폐의 행동이었다
엄마의 소중한 냄비를 엿이라도 바꿔 먹은 난 그나마 달콤한 혀끝의 추억이라도 남아있다

국민을 속이고 소중한 세금을 엿보다 못한 것들에 쏟아부은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욕이나 한마디 해야겠다
에라이! 엿이나 먹어라 이 적폐들아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치환하려는 적폐들의 노력이 우습고, 열도 받게 한다.
이 무리들에게 엄마의 볼기짝 뚜드려 패기를 맛보게 하고싶다

얼마나 찰지게 패시는지 당해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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