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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감성스토리] <길>
김도형 작가

고등학교때
백일장이란 행사가 있었더랬다

내겐 꽤나 즐거운 행사로 기억되어 지는건 대충 몇 자 적어내면 최소 우수상, 신경 좀 써서 단어를 고르기라도 하면 최우수상

겨울방학을 앞둔 덕수궁에서의 백일장에선 그래서인가 찬바람에 손이시려도 깔끔하게 수필하나를 써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최우수상을 받았더랬다

이 감수성 쩔던 시대가 내 글인생의 황금기였으리라

이젠 단어하나 토씨하나 선택하는데도 추석귀향길마냥 사고의 도로가 막힌다

그래서 이렇게 더듬더듬 예전 순수가 아직 날 놓아주지 않았던 때를 그리워해본다

당시 던져진 글감은 몇가지였었는데
내가 선택한 <길 >이란 주제 외에는 기억나질 않는다

아마 프로이트의 가지않은길 이란 충격적으로 철학적인 시를 읽은 여운으로 선택했을 길이란 주제․..

그 글감으로 쓴...

그 나름대로 수필을 옮겨본다


제목: 길


세상에 끝이 없는건 어떤것들이 있을까?

그중에 하나는 단언컨데 길이다

어느날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여동생이
친구 몇명과 집에서 놀며 이야기를 나누는걸 들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그렇게 심오하게 철학적으로 변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진지했고 사고는 우주적이었다

"길은 끝이 없다"

지구는 둥글다라고 선언하는 갈릴레이처럼 막내여동생이 던진 화두에
다른 아이들의 항의가 곧 빗발쳤다

"산에 막히면?"

"산길!"

"바다가 나오면?"

"뱃길!!"

"하늘에 닿으면?"

"비행기길!!"

더 이상 질문거리가 떨어진 여동생의 친구들은 영악하게 화제를 다른걸로 바꾸었고

난 내방에서 뛰어나가 여동생의 승리와 어떻게 그런 공간적개념을 가지게 되었는지 칭찬하고 싶은걸 간신히 참았다

오!
그렇다
우주가 끝이 없는한 길도 끝이없다

인간의 왜? 어디로? 라는 본능적 호기심은 수십만년전부터 육로와 해로를 개척해내었고 지금에 와서는 아직 초보적이긴 해도 우주까지 길의 연장선을 그려놓았다

이 얼마나 황홀한 도전이었던가!

난 그래서 길이 좋다

가파르지 않은 호젓한 딱 혼자걷기 좋을 좁은 산길도 좋고

깨끗하게 정리된 도심속 인도를 사람들의 어깨에 툭툭 부딪혀도 걷는게 좋다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먼저 선택하는 것도 이런 나의 기호가 반영됐으리라

생각의 폭을 넓혀보면 길이란 것은 꼭 인간의 전유물은 아니다

동물이나 식물마저도 나름대로의 길을 통해 본능의 유전자를 후대에게 남기고 있으며

무생물까지도 자신만의 길로 향해 가고 있다

보라!
산위의 거대한 암석이 어느덧 강가의 자그마한 자갈로 변하는 그 고귀한 여정을...

이길은 위대하며 경이로운 자연이란
이름일것이 분명하다

길은 근본적으로 설렘이고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결론이다

이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절대불변의 법칙과도 같아
항상 길을 나서면 감미로운 설렘으로
첫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이다

길은 항상 시간과 동행 한다
그리고 그길 위에서의 시간은 온전히 나만의 것일때가 많다

그래서 길 위의 순간순간은 소중하여야하고 지금껏 내겐 소중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가야할 삶의길도
소중할 것이고 내가 원치 않아도 가파를 것이며 어느 순간엔 너무 평탄해서 지루할 때도 있을것이다

그길을 난 아마도 즐겁게 걸어가겠지

앙금같은 흔적도 남길것이고
쉬엄쉬엄 뒤돌아보기도 하면서

나의 길을 걸어갈 것이 분명하겠지

어쩌면 발길을 잘못 놓아 어둡고 막혀버린 골목길에서 되돌아 나오거나 헤매일 때도 있겠지만, 동행했던 시간이 아쉬운 인사를 남기고 떠나갈 때도 있겠지만
난 그마저도 기꺼이 즐거워하리라

길위에서 존재하고
길위에서 숙려하리라

내앞에 펼쳐진 수많은 길들을
기쁨으로 선택하고 찬란하게 걸어갈 것이다

막내 여동생이 친구들에게 했던 이야기의 마지막 말이 즐겁다

"누가 그러던데?"

"우리 오빠가 그랬어!"

김도형 작가  thenews74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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