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트에 목 끼어 사망한 제주 특성화고 학생, 업체 장시간 일 시켜

“왜 실습하다 죽어야 합니까?”
“학생에게 책임 떠넘기는 업체는 반성하라!”

  • Editor. 김재봉 선임기자
  • 입력 2017.11.22 11:59
  • 수정 2017.11.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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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7시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는 제주에서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고3 실습생을 추모하는 촛불이 이틀째 밝혀졌다. <사진 특성화고 권리연합>
21일 오후 7시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는 제주에서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고3 실습생을 추모하는 촛불이 이틀째 밝혀졌다. <사진 특성화고 권리연합>

[더뉴스=김재봉 기자] 21일 오후 7시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는 제주에서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고3 실습생을 추모하는 촛불이 이틀째 밝혀졌다.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가 주최한 추모 촛불에 특성화고 학생, 졸업생과 멘토들, 시민들 30여 명이 모여 발언과 추모행동을 진행했다.

사회를 맡은 특성화고 권리 연합회 이상현 추진위원장(35)은 “오늘 광화문광장으로 오는 길에 부모님 인터뷰 기사를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업체가 사고를 고인의 탓으로 돌리려 하고 현장실습표준협약서도 어기며 장시간 일을 시켰다”고 여는 발언에서 해당 업체를 규탄했다. 또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했던 구의역 사고가 떠올랐다”며 “구의역 사고 이후 1년 넘게 지났지만 현장실습생들에게는 여전히 현장 곳곳이 구의역이자 세월호”라고 현실을 비판했다. 

특성화고 2학년 한승준 학생(17)은 “인천에서 오는 게 멀어서 어제 참가하고 오늘은 쉬려고 했었지만 기사를 보고 분노해서 다시 나오게 됐다”라며, 산업재해 신청서에 고인의 책임으로 사고 발생 이유를 적었다는 기사를 소리 내어 읽고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라고 분노를 표현했다. 

두 번째 발언을 한 서울의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1학년 학생(16)은 “제주 사건을 듣고 많은 절망과 고민에 빠지게 됐다”며 “특성화고 학생들은 대체가 가능한 일꾼이 아니라 인재로 키워져야 한다. 고졸이라고 차별하고 나이로 차별하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추모 촛불은 20여 분간 참가자들의 발언이 진행됐고, 이어 추모의식을 가졌다. 추모의식은 묵념으로 시작해 정부청사까지 추모행진을 이어갔다. 이상현 추진위원장은 “이 사건은 개별 학교나 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문제이기에 추모의 마음을 담아, 또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정부청사까지 추모행진을 하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진행된 촛불집회 <사진 특성화고 권리연합>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진행된 촛불집회 <사진 특성화고 권리연합>

참가자들은 추모행진 시작 전 함께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고인을 추모합니다!”, “고 이민호님의 명복을 빕니다!”, “왜 실습하다 죽어야 합니까?”, “고인에게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학생에게 책임 떠넘기는 업체는 반성하라!”, “업체는 고인과 유가족에 사죄하라!”, “안전한 현장실습 대책을 마련하라!”, “고 이민호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한편, 페이스북에는 “제주 19살 실습생을 추모합니다(facebook.com/19jeju)”라는 추모페이지가 만들어졌고, 특성화고 1,2학년과 현장실습생들의 ‘추모 성명’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 19살 실습생을 추모하는 추모 촛불은 내일부터는 시간이 변경되어 매일 저녁 7시30분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되며, 더 많은 학생들과 국민들이 알고 추모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현장실습의 안전 보장 대책을 촉구해 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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