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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감성스토리]<할머니>어릴 때만해도 꽤 깊던 상처자국마저 세월 앞에선 희미해져간다
김도형 작가
[더뉴스=김도형 작가] 머리를 살짝 짧게 잘랐다
샤워를 하며 거울을 보니 긴 머리카락이 가렸었던
살짝 패인 이마위의 상처자국이 보였다
어릴 때만해도 꽤 깊던 상처자국마저 세월 앞에선 희미해져간다
그러나 이 상처에 대한 기억은 아무리해도 엷어지지가 않는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였다고 한다
당시 아이들이 한번씩은 앓아야했던 홍역이 내게도 찾아왔고 고열과 온몸을 덮는 홍반도 함께였었다
이 홍반은 지독한 가려움도 동반했는데 손톱으로 긁어버리면 곰보자국이 남아버리게 된다
 
손자의 고열이 사그러 지기까지 몇날며칠을 할머니께서는 밤을 새워 손자의 곁을 지키셨다
행여나 손자의 손이 얼굴로 향하면 모질지만 사랑이 가득한 힘으로 그손을 잡아주셨다고 한다
 
얼굴이 얽어버려 평생을 사람들이 흉측하게 쳐다볼 곰보로 살아가게 할 수는, 지극한 사랑이 가득했던 할머니께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으셨을 거였다
손자의 인생을 앞에 두고 홍역과의 대결을 치루어 내시는 동안 얼마나 가슴을 졸이셨을지 나는 차마 짐작도 못한다
그렇게 몇 개의 상처를 얼굴에 남기고 홍역은 할머니의 정성 앞에 무릎을 꿇고 떠나갔다
 
 
 내가 조금 더 자랐을때 옆집 꼬마와 집밖에서 놀다가
문득 놀고 있던 작은 골목길 밖의 큰길이 궁금해 졌었다
당시 살던 곳은 북아현동이었는데 그 옆집친구와 한참을 걸어간 곳은 대여섯살 꼬마들이 가기엔 꽤나 먼 성산동 이었다
길을 잃어버린 나와 그 아이는 영특하게도 파출소를 찾아들어갔다고 한다
 
울먹이며 경찰관 등에 업혀 늦은밤 다시 집으로 돌아 왔을때 할머니는 나를 건네받고 그렇게도 흐느껴 우셨다고 한다
나는 할머니의 그 눈물의 아픔을 단 한푼 어치도 모르고 살았다
 
옆집꼬마는 이날이후 다시는 나와 같이 놀지 못했다고 한다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의 배앓이라도 하면 
"내손이 약손이다 빨리 나아라" 하시며 내 배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생각이 난건 들뜬 연말에 한해 동안 평안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준 가족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일듯하다
 
감사하고도 감사한 일이다
내게 할머니는 비록 지금은 옆에 계시지 않지만
배를 쓰다듬던 손길과 얼굴을 긁지 못하게 하시던 억센 손아귀와 경찰관에게서 건네받은 나를 꼭 안아주시던 뜨거운 가슴의 기억이 남아있으니 말이다
 
옅어지기는 해도 이마의 곰보자국 몇 개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본다

 

김도형 작가  thenews74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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