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을 이용한 한전의 갑질문화, 서민에게는 고통, 대기업에는 혜택

서민에게 거둬들인 돈으로 대기업에 통큰 할인혜택 베풀어
13조원 넘는 순이익으로 돈잔치 벌였던 한전
재건축 앞둔 주민들에게 한전설비 철거비용 납부하라며 버틴 한전

  • Editor. 김재봉 선임기자
  • 입력 2018.09.09 11:12
  • 수정 2018.09.1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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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 단독=김재봉 선임기자] 올 여름 40도를 넘던 폭염에 또 다시 한전(KEPCO)의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화두에 올랐다. 한전의 독과점을 이용한 갑질과 일명 ‘억울하면 소송해’의 행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도를 넘고 있다.

전력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
전력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

■최근 한전이 연루된 논란에는 무엇이 있었나?

“한전의 ‘억지·갑질소송’에 국민혈세 16억 낭비”, 지난 2015년 한 여름 무더위에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논란이 됐을 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국회의원에 의해 제기됐던 사건이다. 재판부는 한전이 억지 주장을 펼쳤다고 판결했다.

2016년 여름 폭염에 여전히 국민들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고통을 받고 있을 때 한전은 원가 이하로 대기업에 전기를 공급해주면서 포스코에는 1596억원, 현대제철 1120억원, 삼성 924억원 등을 할인해줬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한전은 가정용 전기요금에서는 폭리를 취하면서 대기업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할인해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한전은 국민들이 전기요금 누진제에 고통 받고 있을 때 13조원의 순이익으로 배당잔치를 했다.(THE NEWS 2016년 8월 10일 기사 참조)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국민의 전기요금으로 산업은행 부실을 메워주는 한국전력’이란 표현이 등장하면서 한전의 전년도 당기순이익만 10조1657억원이며 연결기준 순이익은 13조원이 넘는다고 밝혀져 있다. 이 돈으로 한전은 주주들에게 배당잔치를 하고, 직원 100명에게는 1인당 900만원 수준의 해외연수를 보내줬다.

2016년 8월 13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료는 충격 그 자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서민은 전기료 36000원도 없는데, 한전은 3600억원 시원한 돈 잔치를 했다”고 비판했다.

■철거비용 한전이 부담해야 한다는 각종 관련법규와 판례는 무시하고

한전의 독과점과 갑질문화에 뿌리를 둔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재건축을 진행하던 한 아파트 조합은 한전의 배짱영업에 억울하다며 제보를 했다.

오래된 아파트가 재건축을 결정하고, 그에 따른 단지 조성을 위해 수십 년 전 한전이 설비한 구조물의 철거를 요청하자 민법과 대법원 판례 등 각종 관련법에서 한전이 철거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을 무시하고 재건축 조합에 철거비를 납부하면 철거를 해준다는 배짱영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과천주공6단지주택재건축조합은 1988년 4월 28일 한전과 전용조건으로 전력수급계약서를 체결했다. 전력수급계약서에 나타난 전기사용 용도는 ‘아파트, 연립, 상가’라고 되어 있다. 계약기간은 1988년 4월 28일부터 1989년 4월 27일까지 되어 있으며, 한전과 과천주공6단지는 특약사항에 한전이 사용하는 전기설비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한다고 명시했다.

■재건축 위해 전기설비 철거요청하자 ‘철거비용 납부하면 해줄게’

문제가 발생한 것은 2015년부터 과천주공6단지가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발생했다. 재건축을 위해 기존건물과 모든 부대시설을 철거해야 했던 과천주공6단지재건축조합은 한전 서초지사에 전기설비 철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후 몇 차례 진행된 협의과정에서 한전은 민법 제613조와 제615조에 나타난 법률적인 근거를 무시하고 과천주공6단지재건축조합이 철거비용을 납부하면 철거해준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과천주공6단지재건축조합은 민법과 한전 홈페이지에 나타난 “사유지내에 설치된 배전선로가 건조물 신증축에 지장이 되는 경우”라고 명기하며 한전이 철거비용을 부담한다는 내용에도 맞지 않으며, 대법원 판례 등에서도 결국 철거비용은 한전이 부담해야 한다는 판결을 근거로 한전이 철거비용을 과천주공6단지재건축조합에 떠넘기는 것은 억지주장임을 강조했다.

[참조] ▲민법 제613조(차용물의 반환시기) ① 차주는 약정시기에 차용물을 반환하여야 한다. ②시기의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차주는 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의한 사용, 수익이 종료한 때에 반환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용, 수익에 족한 기간이 경과한 때에는 대주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민법 제615조(차주의 원상회복의무와 철거권) 차주가 차용물을 반환하는 때에는 이를 원상에 회복하여야 한다. 이에 부속시킨 물건은 철거할 수 있다.

▲전기사업법 제72조(설비의 이설 등) ① 전기사업용전기설비 또는 자가용전기설비와 다른 자의 전기설비나 그 밖의 물건 또는 다른 사업 간에 상호 장애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후에 그 원인을 제공한 자가 그 장애를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거나 그 조치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 <개정 2011.3.30.>

▲전기사업법 제91조(원상회복) 전기사업자는 제87조제2항제1호에 따른 토지등의 일시사용이 끝난 경우에는 토지등을 원상으로 회복하거나 이에 필요한 비용을 토지등의 소유자 또는 점유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전문개정 2009. 5. 21.]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에 나타난 '한전이 철거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항목'들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에 나타난 '한전이 철거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항목'들

특히 철거비용에 대한 답변을 위해 한전 본사 법률팀에 자문을 구하는 질의내용에 고의적으로 “한전이 30년간 조합의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였고, 건물낙후로 용도 폐지될 경우 한전이 철거와 원상회복의 의무를 지닌다”는 내용을 누락시켰다.

한전 서초지사는 과천주공6단지재건축조합에 보낸 답변서에 “귀 조합 ‘과7재 제2018-79호(2018. 7.23) 및 회의(2018. 7. 30) 관련 문제 제기 및 검토 요청하신 사항에 대한 법률 검토결과를 아래와 같이 알려드리오니 이설 부담금을 조속히 납부하시어 재건축공사에 차질이 없으시길 바랍니다”라고 회신했다. 회신에는 동일 법률에 포함된 조항조차도 한전에 불리한 내용은 관련 없다는 취지로 밝히고 있다.

■독과점을 이용한 한전의 배짱영업을 통한 유사사례 전국에 너무 많아

과천주공6단지재건축조합의 제보를 통해 추가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한전의 배짱영업으로 사용자들에게 고통을 가중하고 있는 유사사례가 수도권에만 수십 건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부분 한전이 철거와 이설 공사비를 부담해야 하지만, 한전의 오래된 관례로 사업시행자에게 공사비를 입금하도록 강요하고 있으면서 비용납부를 하지 않으면 철거를 하지 않아 사업에 지장을 주는 방법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 답답한 조합 또는 사업장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철거비용을 납부하고, 억울함에 언론에 제보를 하거나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과천주공6단지재건축조합도 2015년 시작된 재건축이 2018년 8월까지 한전의 철거비납부 강요로 재건축이 지연되어 막대한 손실이 계속 발생하자 한전이 요구하는 철거비용을 납부했으며, 이에 한전은 즉각 과천주공6단지에 설치됐던 전기설비를 철거한 것으로 밝혀졌다.

과천주공6단재건축조합은 “어쩔 수 없이 철거비용을 한전에 납부했지만, 전용조건으로 전력수급계약서를 체결하고 다른 곳에 전기를 공급한 것과 한전에게 일종의 혜택을 베풀어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해줬는데, 철거비용을 납부하라며 비용을 납부하기 전까지 재건축 일정에 지장을 주며 한전이 버틴 것은 한전이 오래된 독과점을 이용한 갑질문화에 젖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전 서초지사 담당자는 THE NEWS에 답변을 통해 “전기사업법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근거로 철거비용은 과천주공6단지재건축조합이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한전 담당자는 상위법인 민법보다 한전의 내규와 전기사업법이 우선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못했다.

THE NEWS는 한전이 전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사사례를 추가 발굴해 집중보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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