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학생들의 두발 자유, '유럽과 미국은 되지만, 한국은 안 돼'

언제까지 유럽이나 미국은 되는데, 한국은 안 된다고 할 텐가?
두발 자율화를 하면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한다?
우리나라 속담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느냐’란 말이 있다

  • Editor. 김재봉 선임기자
  • 입력 2018.09.29 18:35
  • 수정 2022.08.2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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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김재봉 선임기자] 신사의 나라 영국은 언제부터 신사의 나라가 됐을까? 프랑스하면 떠오르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언제부터 유명하게 됐을까?

복지국가로 대표되는 덴마크부터 위에 있는 북유럽국가들은 언제부터 우리 모두가 부러워하는 복지국가가 됐을까?

미국은 언제부터 세계 초강대국이 됐으며, 전 세계인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국가가 됐을까?

THE NEWS 김재봉 정치부장
THE NEWS 김재봉 정치부장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시행하지 않았다!

영국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르고 해상을 장악하고 해가지지 않는 나라로 전 세계에 식민지를 만들며 가장 강력한 국가로 올라섰을 때도 영국은 결코 신사의 나라가 아니었다. 스페인이 세계를 장악하고 있을 때 영국은 해적질을 하며 스페인의 금은보화를 약탈했고, 야만적인 영국인들은 강력한 법집행을 통해 오랜 시간 걸쳐 젠틀맨의 나라가 됐다.

복지국가로 잘 알려진 북유럽 국가들은 경제가 부흥하고, 나라가 강해졌을 때 복지정책을 펼치지 않았다.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처럼 2차 세계대전 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대부분 국가보다 더 살기 힘들고 모든 것이 피폐해졌을 때 북유럽국가들은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흔들림 없이 정책을 지속시켜 오늘날 전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복지국가를 만든 것이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때만 해도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와는 견주지도 못했고, 제2차 세계대전 초기만 해도 큰 전투로 단련된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에 비해서는 보잘 것 없는 국가였다. 그런 미국이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강대국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은 70년대 중반까지도 심각한 흑백갈등이 존재했으며 표면적으로는 민주국가를 지향했지만 속으로는 백인우월주의와 심각한 자본주의 병폐를 깊이 간직하며 성장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유럽이나 미국은 되는데, 한국은 안 된다고 할 텐가?

세도정치로 국가 존립자체가 기적이었던 조선말, 그리고 36년간의 일제강압기, 1945년 8월 15일 해방은 됐지만 민주주의 국가를 제대로 만들어 가기에 부족했던 대한민국, 더욱이 이승만의 권력욕에 의해 반민특위마저 무력화하고 친일파를 대거 등용해 한국사회를 왜곡된 사회로 접어들게 만든 정부수립 초기, 그리고 1950년 6월 25일 발생한 한국전쟁 등 이 모든 것은 지금도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왜곡프레임이다.

특히 박정희에 의해 저질러진 군사 쿠데타와 이어진 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군부독재정권은 한국사회를 물질적인 팽창은 어느 정도 허용했지만, 시민의식에 있어서는 민주주의와 시민정치 및 자율 안에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선진사회로 이끌지는 못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승만과 박정희로 이어지는 정권 속에서 가해진 세뇌교육이었다. 이는 일제 36년간 행해졌던 세뇌교육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어 21세기를 살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사회에 여전히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있다.

한국인들의 머릿속에, 그리고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 속에 우리는 “거기는 유럽이고, 여긴 한국이야”, “우리는 아직 멀었어, 아직 경제개발에 더 치중하고 복지나 민주주의는 좀 더 있어야 해”, “그저 배부르고 등 따시면 됐지”, “학생들은 좀 엄격하게 가르쳐야 해, 풀어주면 막 나가”, “조선놈들은 3일에 한 번씩은 맞아야 해”,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해요. 이재용이 잘못은 했지만, 경제를 생각해서”, “나랏님이 어련히 알아서 잘하려구” 등등이다.

학생들과 만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
학생들과 만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

■두발 자율화를 하면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한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2019학년도 하반기부터 두발 완전 자율화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찬반논쟁이 심하다. 염색도 하고 파마도 할 수 있도록 완전히 자율화하면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란 말도 되지 않는 예측부터 학생들이 의무와 책임은 내팽개치고 방종과 타락으로 갈 것이란 앞선 걱정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반대 입장을 내는 사람들 대부분은 ‘대한민국은 아직 일러, 시기상조야, 우리가 영국이나 미국이나 프랑스나 독일도 아니고’ 등 한국이 유럽 또는 미국 같은 선진국과는 다르다고 한다. 한국도 OECD국가이며, 세계경제 10위권의 국가라는 것을 평소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다가, 이번처럼 학생들의 두발 자율화 같은 문제와 직면하면 항상 한국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논리를 차용한다. 참으로 편리한 사고구조를 가졌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자율 안에서 의무와 책임을 가르쳐야

한국의 교육은 지금까지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교육 안에서 자율과 의무와 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교육정책 안에서 자율이란 단어는 예쁘게 포장만한, 100% 제 기능을 못하는 자율이 틀림없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 세계경제 10위권의 국가라고 알고 있고 인정하고 있다. 전 세계 180여개 이상의 국가가 있는 가운데 10위면 대단하지 않은가?

영국도 신사의 나라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영국인 스스로도 그들의 야만성을 없애기 위해 100년 이상 법을 엄격히 적용해 오늘날의 영국이 존재하게 됐다고 말한다. 북유럽국가는 복지정책을 2차 세계대전 후 황폐화된 국토위에서 시작해 오늘날 모든 이들이 부러워하는 복지국가가 됐다.

그래서 우리도 이제부터 하나씩 시도를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시도를 해봐야 언젠가는 스스로 모범적인 답안을 찾아 영국처럼 신사의 나라도 되고, 프랑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도 일상화되는 그런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우리나라 속담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느냐’란 말이 있다. 두발 자율화를 하면 정말 공부도 안 하고 타락과 방종으로 흐르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 못한다. 그래도 이미 많이 늦었음을 알고 하나씩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과감히 시도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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