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립유치원은 공공의 적인가?

기자수첩으로 쓴 것은 아니지만, 문제지적과 대안이 아닌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안타깝다

  • Editor. 김재봉 선임기자
  • 입력 2018.11.09 12:30
  • 수정 2018.11.0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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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LED알림판에 나타난 유치원 신고 안내
지자체 LED알림판에 나타난 유치원 신고 안내

[더뉴스=김재봉 선임기자] 지자체 알림판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부패.공익침해 신고를 하라고 알리고 있다.

박용진 의원이 일부 사립유치원의 회계부정감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문제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최근들어 갑자기 나타난 사건이 아니다.

유치원을 사립으로 설립해 운영하도록 방치한 한국정부가 문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공공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이는 국공립으로 설립되어 운영되는 것이 맞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가 유치원을 초등학교 내 설치하고 국공립화하여 '유치원비' 없는 의무교육(무상)을 하는 것이 맞는 모델이다.

사립이란 말에는 개인사업체라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개인사업자나 법인이나 재벌 대기업이나 자신들의 사익 추구를 하는 것이 맞다.

달리 말해 사립 초등학교의 고액 수업료에 대해서는 왜 입을 다물고 있는가? 사립학교들의 각종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왜 입을 다물고 있는가?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립유치원과 돈을 받고 공부를 시켜주는 학원과 다른점이 무엇인가? 고액의 영어유치원도 사실 유치원이라고 하기에는 심각하게 사익을 추구하는 학원이 아닌가?

박용진 의원은 한국의 교육환경과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같이 제시했어야 옳다. 하지만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한 번에 힘들지만 단계적으로 사립유치원을 국공립유치원으로 확대시켜나가고, 유치원 교사채용의 개선 및 처우개선도 함께 언급했어야 옳다.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유치원 비리신고를 받는 섹션을 개설하자 지자체마다 도로변 알림판에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 세우는데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삐뚤어진 민주주의, 삐뚤어진 자본주의를 나타낸다.

처음부터 '사립+유치원'은 맞지 않는 단어였다!

전국의 많은 사립유치원들은 건전하고 건강하게 아이들과 함께 잘 운영되고 있다. 머리에 헤드라이트를 쓰고 국감장에 나타난 유치원협회 일부 유치원들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 사립유치원이 공공의 적으로 된 이후부터 잘못한 것이 없어도 유치원을 운영한다는 하나로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며 걱정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국공립화하지 못하고 출발한 어린이집과 유치원, 그 첫번째 잘못은 대한민국 정부에 있다.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고, 이를 정부와 교육부, 그리고 시.도교육청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다만 누군가 대안없이 일명 '까고 보자'를 하기 전까지는 공범으로 침묵하고 있었을 뿐이고, 학부모들은 비싼 유치원비를 납부하면서 아이들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열심히 지적질에 동참한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는 유치원을 한 번 옮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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