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눈가리고 '아웅'하는 교육정책에 방치된 우리 아이들

강릉 펜션 사고는 학부모와 무책임한 교육관계자들이 만들어낸 사고
토요격주 휴무, 토요 완전휴무가 됐지만, 수업일수는 그대로 방치
매년 반복되는 수업일수 채우기로 학교에서 잠자기, 영화보기 반복

  • Editor. 김재봉 선임기자
  • 입력 2018.12.19 16:08
  • 수정 2018.12.1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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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김재봉 선임기자] 교육부 관계자들과 전국 시.도교육청 관계자들, 그리고 학부모와 학교에서는 이미 오래전 부터 알고 있었지만, 외면했던 일, 그 일의 연장선에 강릉 펜션사고가 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유은혜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매년 반복되는 시간 때우기 등교

고등학생들 뿐만아니라, 중학생들과 초등학생들마저 12월이 다가오고 2학기 기말고사가 다가오면 교과서 진도를 대부분 완료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자율학습 또는 책 읽기, 영화보기 등으로 교과부에서 정해놓은 교과별 수업일수 채우기를 한다.

이러한 현실을 교육부 관계자들과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이 몰랐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학교에 등교해 엎드려 잠을 자거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그것도 아니면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시간표에 정해진 수업시간이 끝나면 집에 귀가시키는 학교들이 많았다.

올해는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겠지만, 1년 중 최대 15일 현장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것에 힌트를 얻어 많은 학교들이 수능이 끝난 고3학생들을 위주로 가족여행이라는 핑계로 최대 15일간 현장체험학습을 학생들에게 부여했다.

고3학생들은 학기 중 사용하지 않은 현장체험학습 15일을 집에서 보내며, 며칠을 가족과 여행하거나 친구들과 여행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곤 했다.

강릉에 친구들과 현장체험학습을 떠난 10명의 대성고 학생들도 이러한 일정 때문에 보고서 제출용으로 여행을 갔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교과별 수업일수 맞추기 폐단

2000년 전까지는 한국의 모든 초. 중. 고등학교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학교수업을 했다. 다만 토요일은 오전 수업만 하고 일찍 귀가해 점심을 집에서 먹었다. 4교시만 수업을 하고 귀가한 학생들은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주말 휴식을 즐겼다.

토요휴무가 2000년을 기준해 한국사회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학교와 직장에서 토요휴무가 언급되기 시작하자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학업성취도가 낮아질 것이라면서 반대했고, 직장에서는 재벌 대기업들과 경영자들이 생산성이 낮아져 국제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반대했다.

하지만 토요격주휴무를 실시했지만, 직장에서 생산성이 떨어져 국제경쟁력이 하락하지도 않았고, 아이들의 학업성취도가 폭락하지도 않았다.

얼마 뒤 토요격주휴무에서 토요 완전휴무를 도입하려고 하자 또 다시 학부모와 직장에서는 학업성취도 하락과 생산성 저하를 이유로 반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들을 학교에 오래 붙잡아 두려는 부모들의 바람과는 달리 아이들의 학업성취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 하는 한국교육정책이 아이들의 학업성취도의 발목을 잡았을 뿐이다.

문제는 토요격주휴무를 실시하면서 교과별 수업일수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정상수업을 하던 때를 기준으로 교과별 수업일수를 전혀 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주중 수업시간이 늘었다. 5교시는 6교시로, 6교시는 7교시로 늘어났다.

토요 완전휴무를 실시하면서도 교육부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에 수업일수를 줄이지 못했다고 했다. 토요 완전휴무를 실시했지만, 교과별 수업일수를 줄이지 못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6교시면 대부분 끝나던 수업을 7교시를 대폭 늘리고, 그것으로도 모자라자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줄였다.

■가을입학으로 변경하고, 2학기제를 3학기제로 해야

교과별 수업일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 오랜 기간 동안 관습적으로 3월 입학기를 실시해왔어도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이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면서 과감한 교육혁신을 이룩해야 한다.

불편하고 비효율적이지만 오래된 관습과 학부모들의 눈치, 그리고 이미 타성에 젖어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는 교육전문가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70년대 사고에 젖어있는 교육전문가들이 21세기 교육현장을 어떻게 따라가겠는가?

알면서도 외면하고 아이들을 비효율적인 학습방법과 교육시스템으로 내몰아 힘들게 만드는 일은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9월 입학제도로 변경하고 1년을 2학기 시스템에서 3학기 시스템으로 변경해 적절한 학기제 운영과 효율적인 교육시스템으로 변경해야 한다. 학부모들 역시 오랜 시간 동안 학교에 자녀들을 붙잡아 두는 것으로만 만족하는 교육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또한 국어, 영어, 수학으로 대표되는 주요과목의 성적만 집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창의성과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교육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현장체험학습도 제대로 된 현장체험학습이 되어야지, 편법으로 시간 보내기용 현장체험학습이 되어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교과서 자유발행제로 개혁하고 수능 폐지해야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를 국정 발행하겠다고 발표해서 전 국민이 들고일어났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대한민국 교과서는 대부분 검인정발행을 하고 있다. 국정교과서 발행에서 많이 발전했지만, 검인정 역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각각의 출판사들은 제시된 가이드라인 안에서 교과서를 발행한다.

하지만 교과서의 검인정제도도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우리 아이들이 창의성과 다양성, 그리고 입시를 위한 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교과서 자유발행제가 현재까지 나온 방법 중 정답이라고 볼 수 있다.

교과서 자유발행제 도입과 더불어 시급히 수능을 폐지해야 한다. 수능을 폐지하고 초. 중. 고등학교는 교과서 자유발행제에 따라 다양한 평가방법을 개발하고 아이들의 다양성을 나타낼 수 있는 교육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년 바뀌는 입시제도는 대한민국 교육을 망치는 주범이다. 학부모들의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10년 20년이 되어도 바뀌지 않을 교육정책과 입시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가 넘어야 할 산은 바로 학부모와 학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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