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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는 사법농단, 서영교는 측은지심?10원을 훔쳐도 훔친 것, 양승태도 사법거래, 서영교도 사법거래
수백억 원, 수천억 원 훔친 재벌 대기업 회장들 죄값 제대로 치르는 사회가 공정사회

[더뉴스=김재봉 선임기자] 10원을 훔쳐도 돈을 훔친 것이다. 100만원을 훔쳤으면 마찬가지로 돈을 훔친 것이다. 100억을 훔쳤으면 그것 또한 돈을 훔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교과서적인 논리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는 조금 다른 판단의 잣대가 존재한다. 10원을 훔친 사람에게는 ‘10원인데 죄를 줄 필요 있느냐,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하며 없던 일로 해라’부터 10원도 훔친 것이 맞다며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한다.

100만원을 훔친 것과 1000만원을 훔친 것에는 사법적인 처벌이 대부분 뒤따른다. 그러나 누가, 즉 어떤 신분에 있는 사람이 100만원을 훔쳤는지, 1000만원을 훔쳤는지에 따라 죄가 되기도 하고, 죄가 안 되기도 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100만원, 1000만원이 아니라, 수백억 원이나 수천억 원을 훔쳐야 최종적으로 죄가 되지 않고 무사히 풀려날 수 있다. 물론 이는 정치적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재벌 대기업에 해당된다. 평범한 사람이 수백억 원을 훔치면 바로 감옥에 갈 수 밖에 없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이란 사람들이 너무 큰 액수의 부정축재를 하다 보니 한국 사람들은 대통령이란 신분에서 비교적 적은 액수의 돈 문제에 대해서는 관대한 시선을 갖게 됐다.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대통려에 대해 우리는 알게 모르게 관대하다.

전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사진 더불어민주당>

우리는 박근혜의 사법농단과 국정농단을 기억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거래와 구속문제에 우리는 민감해 한다. 언론을 통해 속속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에 대해 밝혀지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사법부 부당거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 사건과 맞물리면서 화제의 초점에서 벗어난 경향이 있지만, 서영교 의원의 사법거래 사건은 심각한 사건이다.

국회의원 정도 되면 국회에 파견된 사법부 판사들과 적당한 관계를 맺으며 “좋은게 좋은 것”이란 유대감(?)이 형성된다. 예전에 정당출입 기자들 중에서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면 젊은 기자들이 서슴없이 “이왕이면 우리당이 잘 됐으면 좋겠다”란 말을 들었다.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국회에 파견된 많은 공무원들과 각 부처의 사람들이 국회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서영교 의원의 사법부거래사건은 서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던 2015년에 발생했다. 서 의원은 국회 파견 중이던 부장판사를 다른 장소도 아닌 국회 의원회관 서의원실로 불러 선거캠프에서 자신을 돕던 지인의 아들이 강제추행무수 혐의를 받아 재판을 받자 벌금형으로 해달라고 청탁을 했다.

서 의원이 청탁한 사건의 당사자인 이아무개씨는 2014년 9월 서울 중랑구에서 귀가하던 한 여성 앞에서 바지를 내린 뒤 추행을 하려 한 혐의다. 특히 이아무개씨는 공연음란죄로 이미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어 1미터 앞가지 다가가 양팔로 껴안으려고 한 것이 강제추행미수에 해당하는지 쟁점이었고,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이었다.

결국 서영교 의원의 압력은 법원에 전달되어 징역형이 아닌 벌금 500만원 판결이 내려졌다. 통상 강제추행은 법정형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고, 공연음란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훨씬 가볍다.

여기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사고판단(思考判斷)의 딜레마에 빠진다. 현실에서는 이미 많은 부류들이 판단 기준의 잣대를 사람에 따라, 그리고 형편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현상들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해서는 무한히 관대하게 적용하고, 자신들이 정적으로 느끼는 정당이나 정치인들에게는 바늘 끝보다 더 세밀하게 적용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와 양승태는 사법농단을 저질렀고, 서영교 의원은 사법농단에 포함되지 않을까? 서영교 의원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발단으로 선의(善意)에 의한 사법청탁(請託)이 아닌, 사법간청(懇請)이었을까?

조금 다른 측면이지만 서영교 의원의 행위를 한국교회의 문제에서 비교하려고 한다. 

한국교회는 헌금의 품목을 만드는 부분에 천재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솔로몬의 일천번제에 힌트를 얻어 현대교회에 일천번제헌금을 만들었다. 이는 한국인 몸속에 오랜 기간 녹아든 찬물 한 그릇 떠놓고 빌던 관습과 부합이 되어 교인들로 하여금 일천번제헌금에 열심을 내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일천번제헌금을 깊이 들여다본다면 신학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는데, 오늘날 교회가 존재하게 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원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일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즉, 서영교 의원의 지인의 아들을 위한 사법거래는 ‘이해할 수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비해 양호하다’라고 말하며 서영교 의원의 사법거래를 눈감아 준다면, 박근혜정권에서 온갖 사법농단을 저지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왜 처벌해야 하는가?

인간이 사는 사회에 정(情)이 있어야 하겠지만, 10원을 훔쳐도 훔친 것이며, 100만원을 훔쳐도 훔친 것이 되어야 한다. 재벌 대기업 회장이 수백억 원과 수천억 원을 훔쳤으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고, 결말에서 무죄가 되거나 적당한 시점에서 풀려나는 일이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김재봉 선임기자  kimjaib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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