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일제 잔재 지명 71곳, 2003년에 파악했지만 대부분 16년째 제자리걸음

윤호중의원 “민관 협력하여 일제 잔재 지명 개선작업 시작해야”
행정지명 66건, 자연지명 1건 67건은 여전히 그대로 사용
국회 앞 일본식 지명 '윤중로' 그대로 방치, 국회의원도 문제인식 못해

  • Editor. 김기혁 기자
  • 입력 2019.10.17 23:54
  • 수정 2019.10.18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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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김기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구리시)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 일제에 의해 왜곡된 지명이 총 71곳인 것으로 지난 2003년에 이러한 내용을 파악했지만 16년간 정비를 추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

서울시는 2003년 『서울지명사전』 발간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서울시 옛지명 되찾기사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일제 잔재 지명 71곳을 확인했다. 행정지명 67건, 자연지명 4건 중 종로(鍾路→鐘路), 만초천(←욱천), 인왕산(旺→王), 노들섬(←중지도)은 2003년 이전에 개선이 완료됐으나, 나머지 67건은 2019년 현재 제자리다.

일제에 의해 왜곡된 지명들은 대부분 우리의 고유 지명을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고친 것들이었으며, 그 외에는 지명의 근거를 왜곡하거나 격하시킨 경우, 기존의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지역 이름을 전체 이름으로 왜곡한 경우, 한자 표기를 공부상에 왜곡한 경우, 광복 후 일본식 이름을 한국식으로 고치면서 왜곡된 경우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신사동은 원래 모래밭을 뜻하는 새펄(沙平)로서 사평리(沙平里)였지만, 1914년 일제가 이를 새로운 모래라는 뜻의 신사동(新沙洞)으로 왜곡했다. 종로구 원남동 역시 1911년 창경궁이 창경원으로 격하되면서 시민들에게 공개된 창경원의 남쪽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것이다.

중랑천 역시 조선시대 한내(큰물, 漢川)라는 강줄기의 이름이 있었지만, 일제 때 그 중간의 나루목 이름이었던 중랑포(中浪浦)‧중량포(中梁浦) 전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왜곡되었다.

이와 같이 개선 대상 지명이 16년째 그대로인 이유로는 서울시의 의지 부족과 주민들의 반대를 꼽을 수 있다. 실제로 동명 개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옛지명 되찾기 사업’을 진행한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 역시 발간 자료에서 주민 의견 수렴 및 설득 등 장기적 검토가 필요한 사업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개선 현황을 묻는 질문에 2003년 이후 지금까지 서울 시내 일제 잔재 지명 정비에 대해 진행한 내용이 없다고 밝혀왔다.

윤호중의원은 “최근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을 펼치고 있는 이 시점에 일제에 의해 왜곡된 우리의 땅이름을 방치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이번 한일 수출규제 갈등 국면을 계기로 민관이 협력하여 일제 잔재 지명을 바꾸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사당 <사진 The News DB>
국회의사당 <사진 The News DB>

[더뉴스 편집자 주] 한편, 벚꽃축제로 유명한 국회 ‘윤중로’도 일본식 지명으로 ‘바퀴 輪 가운데 中’을 사용하며, 어원은 일본어 ‘와주’에서 유래했다.. 일본책 ‘와주테이 박쥐들’이란 책에는 “비만 오면 물이 넘치는 저지대 농민들을 위해 인공 제방을 쌓았고, 이를 와주테이라고 불렀다.”라고 하는 표현이 있다.

윤중로도 1968년 여의도에 물이넘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윤중제'(輪中堤)란 제방을 쌓고, 1972년 11월 26일 서울특별시공고 제268호에 의해 제정된 41개 가로(街路) 이름으로 윤중제로 처음 이름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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