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주거안정 정책, 남아도는 집...짓기만 하면 되나?

집이 모자라서 불안한 주거환경이 아닌데, 무조건 건설만 하겠다는 공약

  • Editor. 김재봉 선임기자
  • 입력 2020.01.29 1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뉴스=김재봉 선임기자] 4.15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당대표 이해찬)은 총선공약으로 청년들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정책을 29일 발표했다.

이해찬 대표는 “그동안 주거환경이 불안했기 때문에 청년들이 결혼을 늦추고 출산을 기피하는 '인구절벽현상'이 아주 심하게 나타나는 국가다. 그래서 오늘 공약발표가 대단히 의미 있는 중요한 정책이다. 청년·신혼부부에게 사는 장소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희망과 새로운 관점을 불어넣는 넓은 의미의 주거복지 정책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했다.

얼마 전 민주평화당(당대표 정동영)도 20평 1억 100만호 건설이란 총선공약 1호를 발표했다. 정동영 대표는 총선 1호 공약을 발표하면서 “10년에 걸쳐 매년 10만채에 20평대 1억원짜리 아파트가 공급되면 전국 주택 값은 원상회복된다”고 했다.

아파트 공화국인 대한민국
아파트 공화국인 대한민국

■이미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 106%

대한민국 주택보급률은 세대주별로 1채씩 집을 줘도 남아도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공식발표한 통계에도 주택보급률은 이미 103%를 넘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한 사람이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대한민국 2천만 가구 중 860만 가구가 세들어 살고 있다.

주택이 사람의 거주 공간 개념이 아닌, 투자 또는 투기의 목적으로 변질된 가운데 한국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은 개선될 수 없다. 건설사는 한정된 땅 위에 최대효과를 얻을 수 있는 아파트를 선호하고, 은행 대출정책도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보다는 아파트 담보대출을 선호하는 환경에서 아파트 가격에 스며든 버블을 걷어낼 수 없다.

이러한 악순환은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을 아파트가 사람이 사는 거주공간이 아닌, 투기의 대상으로 인식되도록 만들었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아파트 신축이 정답일까?

총선이나 대선 때마다 정당과 후보자들은 신혼부부 또는 청년세대를 위한 주거정책을 발표한다. 10만호, 20만호, 100만호 등 각자 제시하는 신축 아파트의 수량과 종류는 다양하다.

선거 때마다 신축 아파트 공약을 모두 실현한다면 어느 회사의 광고에서 나온 것처럼 대한민국 강산은 ‘푸르게 푸르게’가 아니라, 아파트로 전국토를 뒤덮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우리 강산 아파트로 아파트로”라는 광고가 나오지 않을지 모르겠다.

유럽의 경우 지자체마다 임대주택을 확보해 일정 자격을 갖춘 서민들에게 매우 저렴하게 임대하고 있다. 새로운 주택 또는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주택이나 공동주택을 지자체가 리모델링하거나 수리를 마치고 서민들에게 임대주택으로 보급하는 것이다.

한국사회도 신축아파트만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지 말고 기존 주택 및 아파트 등을 지자체에서 매입해 반영구적 또는 영구적으로 보급하는 지자체임대주택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청년들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정책은 있지만, 4050세대 서민을 위한 주거정책은 없다.

정치인들과 정당들은 신혼부부, 청년세대, 여성을 위한 주거정책은 앞 다투어 내놓지만, 실제로 무주택자이면서 자녀들까지 부양하는 서민층인 4050세대를 위한 주거정책은 전무하다.

청년들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정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기혼이면서 자녀가 1~2명 또는 2~4명 있는 서민세대들의 안정적인 주거정책은 없었다.

흔히 말하는 영세민과 차상위계층들은 매월 수입이 낮기 때문에 가정을 위해 지출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도 낮다. 이들 세대의 경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출이 월세부분이다. 적게는 매월 35만원에서 50만원의 주택임대료는 이들 빈곤세대들에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빈곤의 악순환을 제공하고 있다.

수입의 1/3이상을 임대료로 지출해야 하는 이들은 자녀를 위한 교육비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고, 부모의 고소득이 자녀들의 좋은 대학 입학이라는 한국사회에서 교육의 공평성과 평등성을 박탈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주거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정책만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복지 실현을 위해 대한민국 모든 세대들의 안정적인 주거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일의 출발로 신축 아파트 건설만 공약으로 개발하고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자체별 기존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을 하고 지자체 임대주택으로 반영구적 또는 영구적으로 보급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선거 때마다 표를 의식해 세대별 주거정책만 고집하는 오래된 틀에서 벗어나 세대와 관계없이 일정한 자격을 갖춘 세대가 지자체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유럽과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주거정책을 일부 도입해 기혼이면서 자녀가 있는 세대를 최우선으로 하고, 다음은 기혼자, 그리고 청년과 신혼부부를 우선으로 하는 주거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사회가 사안에 따른 개별적인 정책을 내놓았다면, 이제부터라도 전체를 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책으로 돌아설 때다.

저작권자 © THE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24 THE NEWS.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