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긴급재난지원금, ‘보편지원 vs 선별지원'

재난국민기본소득 이름 못 붙인 문재인 정부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프레임에 갇히기 싫어”
“바보야, 문제는 세금구조 개혁과 투명한 세금부과야”

  • Editor. 김재봉 선임기자
  • 입력 2020.03.31 20:54
  • 수정 2020.03.31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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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김재봉 선임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시름을 앓으면서 경제도 타격을 입고 있다. 전 세계 유명 공항마다 항공기들이 운항을 못 하고 계류 중이고, 지구의 굴뚝 산업인 중국의 공장들도 코로나19 사태로 오랜 시간 멈췄다.

이런 어려움이 닥치면 언제나 저소득 국민이 제일 먼저 어려움에 직면한다. 재벌 대기업들이 ’수익이 감소했다. 수출이 감소했다‘ 라는 말은 먼 나라 이웃 이야기고, 돈 있는 자들이 말하는 “돈은 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돈을 쓰러 밖에 나가지를 못해’라는 말도 먼 나라 이웃 이야기다.

폐지를 줍는 사람들이 더욱 어려워진 생활고에 내몰리게 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먼저 끊기면서 생활고(生活苦)를 비관해 전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발생한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3월 8일 전국민 재난기본소득 100만운 지급을 기자회견을 통해 제안했다. <사진 경남도청>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3월 8일 전국민 재난기본소득 100만운 지급을 기자회견을 통해 제안했다. <사진 경남도청>

김경수 경남지사가 전 국민 재난 기본소득 100만 원씩 주자는 이야기는 지난 3월 8일 나왔다. 이미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몇 개국에서도 일시적인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연히 찬반논란이 있었고, 야당은 4.15총선을 앞두고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복지로 표를 구한다는 비난을 했다. 청와대와 기재부는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란 견해를 내놓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을 위한 금융정책을 신속하게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30일 오전 10시 30분에 발표된 제3차 비상경제회의 전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발표에 강조되던 용어는 ‘즉각’, ‘신속’, ‘정부 지급보증’ 등을 통해 서민들의 경제가 멈추기 전에 신속히 지원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금융정책이었으며,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 규모가 큰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들이었다. 평상시 실적이 부실하거나 대표자 신용도가 낮으면 정부에서 발표한 대출상품마저 신청할 수 없는 소상공인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일용직 노동자들은 그림의 떡이었다.

그사이 정부의 발표만 믿고 은행과 공공기관을 찾아갔지만, 대출신청자격이 안 되거나 겨우 신청을 했어도 빨라야 2~3개월 뒤에 신청한 대출금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하소연이 쏟아져나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3월 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3월 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 총선 후 국회 상정 5월 중순에 지급한다 발표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4인 가구 기준 최고 10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준은 소득 하위 70%이며, 4인 가구 최고 100만 원이기 때문에 5인 가구 또는 6인 가구라고 더 많은 지원금이 지급되지는 않는다.

■보편복지를 하거나 선별복지를 하거나 둘 중에 하나만 해야

소득 하위 70%는 월수입이 대략 712만 원 정도 된다는 계산이 오전부터 각종 언론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를 근거로 월수입 700만 원 이상자에게 100만 원의 재난 긴급지원금을 줘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비정규직과 일용직 노동자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학원가와 학습지 교사들에 비하면 월수입 700만 원은 꿈의 급여다. 이들의 급여가 대부분 최소 150만 원에서 300만 원 초반인 것을 고려한다면, 월급 400만 원~500만 원 이상의 가정에 긴급재난지원금 100만 원을 줘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미래통합당은 즉각적으로 선별지급을 통해 어려움에 부닥친 서민들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고 비난했다.

코로나19 사태르 맞아 법인세와 상속세 인하를 요구한 경총
코로나19 사태르 맞아 법인세와 상속세 인하를 요구한 경총

■문제는 세금구조 개혁과 투명한 세금 징세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경수 경남지사와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전 국민 재난 기본소득에 대해 언급했을 때 즉각 기준을 마련하고 전 국민 재난 기본소득을 2개월~3개월 기간으로 한시적 지급하는 방안을 모색했어야 했다.

17개 광역시도와 전국 75개 시, 82개 군, 69개 구는 코로나19 사태로 중지되거나 취소된 각종 축제 예산을 지역민들의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사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간접세보다 직접세 비중을 높이고, 재벌 대기업에 투명한 세금부과와 징수, 고소득 전문직종과 고소득 자영업자들에 대한 투명한 세금부과와 징수, 그리고 투기성 아파트 부자들에 대한 종부세 강화와 재산세 인상 등을 통해 1가구 1주택을 제외한 모든 주택에 대해 평수와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단계별로 부과해 재원을 마련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끊임없이 강조했던 ’신속, 즉시’란 단어는 이번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서민들에게 적용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사회의 기득권을 껴안고 가기 위해 소득 하위 70%라는 무리수를 두었다. 월 소득 7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와 월수입 150만 원~250만 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을 주겠다는 선별지원 정책을 내놓았다.

보편복지 차원의 전 국민 지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말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화끈한 지원 정책도 아닌, 미지근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더욱이 지급 시기를 4.15총선 후 국회에 추경안을 상정해 5월 중순 전후해 지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지난 2월 말부터 영업이 안 되어 힘들어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서민들에게는 앞으로 최소 45일을 더 버텨야 한다는 희망 고문이다. 결국, 이름이야 무엇이 됐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도 비난을 받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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