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 75주년 기념사가 불편한가?

만약 당신이 불편하다면, 당신의 마음속에 일제근대화론이 있다.
만약 당신이 불편하다면, 당신 스스로 먼저 광복(光復)하라!

  • Editor. 김재봉 선임기자
  • 입력 2020.08.18 17:37
  • 수정 2020.08.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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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김재봉 선임기자] 광복 75주년을 맞이해 광복회 김원웅 회장의 기념사로 찬반 논쟁이 격렬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논쟁은 각각의 진영논리 안에서 발생하고 있어 광복절을 기념하는 ‘민족/반민족’ 개념은 외면당한 채 자신들이 속한 진영 안에서만 시끄럽게 떠들 뿐이다.

한국의 정치와 사회는 매우 단순하게 모든 사안을 흑백논리로 무장하고 흑백을 진보와 보수라는 틀에 고정해 진단해버리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교육분야의 주제인 초·중·고등학교의 무상급식을 교육이 아닌, 정치적인 진보와 보수개념으로 끌고 와 본질을 흐리면서 선거에 출마한 어른들의 싸움으로 변질시켰다. 이 싸움의 절정은 아마도 아이들에게 밥을 못 주겠다고 자신의 서울시장 직책까지 걸고 투표에 붙였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건이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미래세대의 주인공인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큰 마음을 보여주지 못한 최대 오점으로 남았다.

일제강점기 36년, 사실 1910년이 아닌, 이미 1905년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의 국권은 일제에게 넘어갔다.

더뉴스 김재봉 발행인
더뉴스 김재봉 발행인

모든 사안의 출발은 그 사건이 발생한 원인과 과정을 살펴보고, 그 사건이 올바른 일인지, 아닌지를 살펴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특정 사건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각자의 진영에서 주장하는 논리 안에서 평가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일이다.

일제강점기 36년과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하는 과정에서 제일먼저 생각해야 할 부분은 “1910년 일제의 대한제국 국권강탈은 온당한 일인가?”란 문제다.

이 질문에서 일제강점기는 온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이 광복 후 여전히 청산하지 못한 일제 잔재 청산에 대해 불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며, 일제강점기는 조선 근대화의 발판이라고 주장하던 뉴라이트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이 질문에 대해 부당하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은 일제가 조선을 침탈해 36년간 식민지로 지배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청산하지 못한 일제 잔재를 부끄럽게 여기며 많이 늦엇지만, 지금이라도 일제잔재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찬반으로 나뉜 모든 진영은 사실 오늘날의 일본과 화해와 평화를 기반으로 서로 공동의 번영을 누려야 한다는 큰 틀의 논제에 대해서는 차이를 두지 않는다. 다만 그 속에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대한민국의 친일청산을 필수로 보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제가 독립운동가들을 가두고 고문했던 서대문형무소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일제가 독립운동가들을 가두고 고문했던 서대문형무소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광복회 김원웅 회장의 광복75주년 기념사를 두고 경상북도 이철우 도지사와 제주도 원희룡 도지사가 원래 준비했던 원고를 읽지 않고,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에 대한 반박 연설을 즉석에서 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에 대한 이철우, 원희룡 두 지사의 반발은 온당한가?”란 질문에 답해보자.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에 대해 “시원한 기념사다”라고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국가 공식 기념행사에 부적절한 연설이다“라고 비평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김원웅 광복회장을 즉각 광복회장에서 내려오게 해야 한다고 극렬하게 비평하며 친일에 앞장섰던 많은 사람들의 일부분적인 공에 대해 평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대한민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흑백논리(극단적인 이분법적인 사고), 즉 정치뿐만 아니라, 모든 사안에 대해 진보와 보수로 보려는 잘못된 인식의 결과다.

The News 편집
The News 편집

사실 한국 정치에서 진보와 보수라는 개념이 온전하게 자라잡고 있기는 하는가?

한국의 정치적 진보와 보수의 개념은 많이 왜곡된채로 오랜 시간을 흘러왔다. 보수가 진보인척 하고 있으며, 극우단체가 보수라고 착각하고 있다. 또한 전혀 진보적이지 않은데 자신들은 매우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이미 기득권층에 진입한 정당도 있다.

다시 한번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에 대한 이철우, 원희룡 두 지사의 반발은 온당한가?”란 질문을 생각해 보자.

이철우, 원희룡 지사의 반발이 온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기본바탕에는 ‘일제강점기 36년이 결코 조선에 해롭지만은 않았다. 일제강점기 36년을 통해 조선은 근대화를 이룩했다. 박정희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일제강점기 36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말에 긍정 못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제강점기 근대화론을 펼치는 사람들의 기본 인식이다.

그러면 다시 여기서 첫 번째 질문 “1910년 일제의 대한제국 국권강탈은 온당한 일인가?”와 두 번째 질문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에 대한 이철우, 원희룡 두 지사의 반발은 온당한가?”를 연결해 생각하고 대답하려고 시도해보자.

지난 8월 15일 광복 75주년 기념사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논리를 주장하기 위해 “그러면 일제강점기 36년 동안 독립운동을 못 한 모든 조선인이 친일파인가?”란 질문으로 비약한다.

일제강점기 동안 민중의 삶을 살면서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삶을 살아간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조선 민중은 이러한 삶을 살았다. 이들 민중은 일제와 친일 앞잡이들의 강압과 핍박에 놓여 힘든 인생을 살았다.

나머지 두 부류는 적극적으로 일제에 협조하며 친일에 나선 민족반역자들과 국내외에서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에 헌신한 애국자들이 있다.

일제강점기 동안 독립운동가들을 가두었던 서대문형무소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일제강점기 동안 독립운동가들을 가두었던 서대문형무소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1905년 11월 17일 대한제국에서 을사늑약의 체결을 찬성했던 학부대신 이완용, 군부대신 이근택, 내부대신 이지용, 외부대신 박제순, 농상공부대신 권중현의 다섯 명의 매국노인 을사오적과 시류에 따라 친일에 나섰다가 친나치 행각까지 벌인 안익태,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백선엽과 박정희, 그리고 독립운동에 참여했지만 1937년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반년 간 투옥되었다가 이후 친일 성향으로 기울어져 친일어용단체인 조선문인협회 회장이 되어 전선 병사 위문대·위문문 보내기 행사를 주도했던 춘원 이광수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이들이 변절자가 되어 나라와 민족을 배신했다.우리는 일제강점기 동안에 독립운동은 못할지언정 적극적으로 일제에 협조해 나라와 민족을 배신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들을 옹호하는 많은 사람은 “그때는 일제강점기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란 말로 합리화를 시도한다. 그러면 일제강점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라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은 무엇이 되겠는가?

이들은 대부분 특정한 신념에 의해 움직였기보다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시류에 따라 흔들리는 가랑잎처럼 권력과 부를 좇아 힘 있는 곳으로 편승했을 뿐이다.

이 건물 끝에는 사형장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수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저기에 있는 사형장에서 이슬로 사라졌다.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이 건물 끝에는 사형장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수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저기에 있는 사형장에서 이슬로 사라졌다.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마지막으로 또 한 번 첫 번째 질문과 두 번째 질문을 여러분에게 던진다.

“1910년 일제의 대한제국 국권강탈은 온당한 일인가?”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에 대한 이철우, 원희룡 두 지사의 반발은 온당한가?”

여러분은 나라와 민족을 일제에 팔아먹은 친일에 앞장설 것인가? 아니면 대한민국의 온전한 광복을 위해 지금이라도 잘못된 인식을 버리고 나라와 민족의 편에 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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