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예비범죄자인가? 신뢰할 대상인가?

‘포시티브 규제(positive system)’를 ‘네거티브 규제(negative system)’로 개혁해야

  • Editor. 김재봉 선임기자
  • 입력 2021.12.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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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김재봉 선임기자] 국민을 예비범죄자로 인식하면 대한민국 주민등록증 같은 신분증을 만들고, 모든 국민의 지문을 등록한다.

한국민에게 발급되는 주민등록증은 어디에 기원을 두고 있을까? 한국의 주민등록증 기원은 일제강점기로 올라간다. 그리고 오늘날과 같은 주민등록증 출발은 박정희 정권이다. (아래 '참조1'을 살펴보시오)

한국은 전 국민 주민등록증과 지문등록을 통해 국민이 아닌, 예비범죄자 취급을 했다. 주민등록증이 발급되기 전 18세 미만의 경우 초·중·고등학교 학생기록부를 통해 상세한 정보가 기록됐다.

한국과 유럽의 대부분 국가와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는 국가가 국민을 신뢰하는 대상으로 보느냐, 국민을 예비범죄자 취급하느냐의 차이다. 그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려고 한다.

청와대에서 신년인사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에서 신년인사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첫째. 주택매입 시 받는 대출상품 - 영국에서 주택매입 시 은행에서 받는 대출상품은 한국과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은 매입하려는 주택을 물색하고, 은행에서 주택매입에 필요한 대출상담을 받고 대출을 받는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면 이때부터 주택매입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주택매매에 필요한 돈을 구하느라 정신없다.

영국의 경우 모기지론(mortgage loan, 주택담보대출)은 자신들이 구입하고 싶은 주택의 가격대를 은행에 대출 신청을 한다. 은행에서 대출이 승인되면 정해진 기간 안에 주택매입을 하고 계약서를 은행에 제출하면 된다.

한국은 매입하려는 주택을 먼저 계약하고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는 방법이지만, 영국은 은행에서 대출을 먼저 받고 주택을 찾는다.

둘째. 모든 국민을 예비범죄자로 취급하는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국민을 신뢰하는 유럽국가

영국은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전 국민 일괄적인 신분증이 없다. 한국은 주민등록증도 모자라 전 국민 지문과 증명사진을 등록하고 있다. CCTV가 보편화된 현대사회에서 한국은 지문과 사진만 있으면 어디서든 범인색출을 쉽게 할 수 있는 사회구조다.

영국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신분증은 운전면허증이다. A4용지보다 조금 작은 종이에 사진도 없이 이름과 주소만 있고, 어떤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지만 기록되어 있다. 이런 운전면허증도 교통법규 위반으로 적발되어도 경찰은 함부로 운전면허증을 보자고 말하지 않는다. 운전면허증을 확인하지 않아도 차량번호로 얼마든지 확인 가능하므로 개인정보 보호(Personal Privacy)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국에서 신분증 역할하는 운전면허증을 무조건 보자고 요구하지 않는다. 운전면허 다음으로 개인 신분증 역할하는 것으로는 ‘은행계좌증명서(Bank Statement)’가 있다.

대한민국의 주민등록증은 자국민을 예비범죄자 취급하는 가장 대표적인 제도다.

셋째. 선결제 요구하는 한국과 사용 후 결제하는 영국

오늘 페이스북에 한국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득 채움 시 15만 원을 선결제하고, 주유 완료 시 다시 실제 주유한 가격을 결제하는 문제로 사소한 오해가 발생했다는 글을 봤다.

대한민국 모든 주유소에서 주유 금액 선택 시 ‘Full(가득 채움)’을 선택하면, 기계에서 먼저 15만 원을 선결제 처리한다. 그리고 주유를 마치면 자신이 실제 주유한 가격이 다시 결제되면서 선결제한 15만 원이 취소된다.

문제는 카드한도가 16만 원이나 17만 원 정도 남았을 때다. 고객이 가지고 있는 카드 한도가 17만 원 남았는데, 그 고객이 실제 주유를 5만원 했다고 가정하면, 이 고객은 카드 한도가 2만 원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5만원 주유를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주유소 관계자의 말을 들으면 3만원이 모자라 5만원 결제를 못 하면, 선결제 당시 15만 원 결제가 그대로 남는다고 한다.

즉, 17만 원 카드한도가 있었지만, 5만 원 결제는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선결제로 15만 원을 먼저 결제했고, 5만 원을 더 결제해야 하므로 주유소와 카드사 사이에는 5만 원이 아닌, 총 20만 원 결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5만 원이 정상적으로 결제되면 그제야 15만 원 선결제가 취소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매우 불합리한 결제 시스템이지만, 사실은 여기에 고객을 신뢰하지 못하는 카드사와 주유소 결제 시스템이 원인이다.

90년대 영국의 주유소는 이미 모두 셀프주유소로 운영됐다. 고객은 주유소에서 주유하면, 상점 안 담당자에게 주유량과 금액이 나타난다. 고객은 주유 후 주유소 담당자에게 결제하면 된다. 한국처럼 15만 원 선결제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넷째. 말은 ‘포시티브 규제(positive system)’이지만, 오만 것을 못 하도록 막는 낡은 시스템

한국은 여전히 각종 규제에서 ‘포시티브 규제(positive system)’를 실시하고 있다. ‘포시티브 규제(positive system)’는 법률이나 각종 규범에서 허용하는 목록 외에는 일체 다른 것은 하지 못한다. 이 결과 한국은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를 만들어야 하고, 매번 관련 법규에 허용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찾아봐야 하는 미개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었다.

‘포시티브 규제(positive system)’의 반대 개념은 ‘네거티브 규제(negative system)’이다. ‘네거티브 규제(negative system)’는 법률과 규범에서 허용하지 않는 목록 외에 모든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제도다. 즉, 법률과 규범에서 금지하는 몇 개의 항목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대선후보 중 이재명 후보가 한국의 ‘포시티브 규제(positive system)’를 ‘네거티브 규제(negative system)’로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참조1) 위키백과에서 주민등록증의 기원을 찾아보면 “일제강점기에는 조선기류령 및 기류소속규칙(제령 32호, 1942.9.26)의 형태로 존재했으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조선기류령이라는 법령이 존재했다. 현행 주민등록번호의 기원은 주민등록법[법령 1067호, 1962.5.10 제정]을 제정하고 기류법을 폐지하면서 등장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시·도민증의 형태였고 이중 등록도 가능했으며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68년 1월 21일 북한의 특수부대 요원 12명이 청와대를 습격하여 당시 대통령인 박정희를 살해하려던 사건이 일어났다(1·21 사태). 이에 대응하여 주민등록법을 개정[법령 2016호, 1968.5.29 일부 개정]하여 주민 개개인에게 번호를 부여해주었으며 이중 등록도 금지되고 18세 이상 국민들에게 발급하였는데 간첩 식별 편의 등의 목적으로 시행된 것이었다. 이 때 시·도민증이 공식 폐지되었다. 2차 개정[법령 2150호, 1970.1.1 일부 개정]을 통해서는 발급을 의무화하고 주민등록증을 신분 확인 용도로 사용하도록 법제화하였다. 주민등록번호는 처음에는 지금과 달리 12자리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박정희는 110101-100001번을, 육영수는 110101-200002번을 부여받았다.”라고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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