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에너지 안보 위기, 소비구조 개선 에너지 효율성 높여야

  • Editor. THE NEWS
  • 입력 2023.07.1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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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칼럼니스트
박근종 칼럼니스트

[더뉴스=THE NEWS ] 전 세계 곳곳에서 폭염(暴炎)이 발생하는 가운데 지구 평균 온도도 인류의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4일(현지 시각) 영국 BBC에 따르면 미국 국립환경예측센터는 지난 7월 3일 지구 평균 기온이 17.1℃를 기록하며 2016년 8월에 관측된 16.92℃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7월 4일(현지 시각) 세계기상기구(WMO)도 동태평양 감시구역의 수온이 1℃ 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어, 7월과 9월 사이에 엘니뇨(El Niño)가 발달할 확률이 90%에 달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 5월 예측치보다 10% 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적도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0.5도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도 엘니뇨 현상으로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역대급 폭염’이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 가운데 전기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미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6월 29일 전력예비율은 13.8%까지 떨어졌다. 이대로라면 올해 7~8월 중 전력예비율 마지노선인 10%의 벽이 무너져 ‘블랙아웃(Blackout │ 대규모 정전)’ 위기에 처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제조업 기반의 무역 국가이자 우수한 에너지 기술을 보유한 한국이 2011년과 같은 블랙아웃 사태를 또 겪게 된다면 경제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파로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에너지 파동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에너지 과소비 구조에서 비롯됐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인 한국의 전력 소비량은 전 세계 7위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위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전력 소비량은 5,62TWh(테라와트시)로 중국, 미국, 인도 등에 이어 세계 7위다. 한국 인구는 5,155만 명(2021년 기준)인데 한국처럼 제조업 중심 국가이면서 한국보다 인구가 60% 이상 많은 독일(8,330만 명 │ 549TWh)에 비해서도 전기를 13TWh나 더 많이 썼다. 일본은 1,001TWh를 사용해 한국보다 높은 5위였지만 일본 인구는 1억 2,330만 명으로 1인당 전기소비량은 8,118㎾h(키로와트시) 이다. 한국의 1인당 전기소비량(1만 902㎾h)이 일본보다 35%나 많다. 우리나라의 값싼 전기료 덕에 누릴 수 있는 부끄러운 사치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산출을 위해 사용한 에너지량(전력량)을 의미하는 ‘에너지 원단위(原單位)’를 보면 달러 기준 2021년 한국의 에너지 원단위는 0.130으로 38개 OECD 회원국 중 36위로 최하위권이다. 1위인 아일랜드(0.028)에 비하면 4배 남짓 높다. 지수가 높을수록 에너지 이용효율이 낮은 것으로 해석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씀씀이가 헤픈 데 반해 가성비마저 현저히 떨어진다는 뜻이다. 에너지 빈국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자 에너지 효율성마저 비효율적이라는 해석이다. 에너지 소비효율이 나쁜 것은 한국전력이 밑지고 전기를 파는 구조를 고착화시킨 탓도 있다. 가격이 비싸면 전기를 덜 소비해야 하는 데 계속 값싼 전기를 공급한 결과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이다.

올해 6월에는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다지만 5월까지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주요 원인이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 증가였다. 지난해 한국의 에너지 수입액은 1,908억 달러에 달했다. 전년 대비 69.8%인 784억 달러나 늘었다. 지난해 전체 수입액 대비로는 26.1%나 된다. 에너지 수입 증가가 지난해 총 447억 9,000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낸 핵심 원인임이 분명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친환경’ 정책을 내세워 무역 장벽을 높이 쌓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과소비 구조는 향후 수출에 장애물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과소비·저효율 구조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자원 빈국인 우리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바꾸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기업과 국민이 적극 동참해야 한다. 또 전기 등 에너지 가격 현실화로 시장 기능을 회복해야 에너지를 펑펑 쓰는 문화를 타파할 수 있다. 단계적인 전기료 현실화와 구조 조정을 함께 추진해야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 문제를 점차 해결해갈 수 있다. 서울 명동·홍대 일대의 상당수 매장이 ‘개문(開門) 냉방 영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축친환경설비학회’에 따르면 ‘개문 냉방’을 할 때 문을 닫고 영업을 할 때보다 전력 소비가 최대 4.4배까지 증가해 ‘블랙아웃’을 재촉할 위험성이 크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문을 닫고 냉방을 하면 하루에 4.41kWh(킬로와트시), 한 달에 114.8kWh의 전력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입하는 데 지불하는 비용은 ㎾h당 160.2원이고 전국 도매·소매, 음식점은 210만 곳에 달한다. 이들 업소가 여름철 3개월(90일)간 문을 닫고 냉방기를 가동하면 아낄 수 있는 금액은 1,332억 2,223만 원이란 계산(160.2원×4.41㎾h×90일×210만 곳= 1,335억 2,509만 원)이 나오는데 업소당 무려 6만 3,583원이나 아낄 수 있다. 여기에 상점들이 영업 종료 후 조명을 모두 끄면 업소당 하루평균 13㎾h의 전기를 추가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하루 4억 8,000만 원, 연간 1조 7,500억 원이 넘는다는 통계다. 업소당 절약할 수 있는 돈은 연간 83만 3,000원에 달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11년 ‘블랙아웃’ 사태 이후 지속적인 ‘개문 냉방’ 영업 자제를 안내하고 단속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구조였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별다른 단속을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기료를 현실화하면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에너지 효율화 시스템 구축에 나설 수밖에 없겠지만 전 국민이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에 적극 동참해야만 한다. ‘문 닫고 냉방’과 ‘영업 종료 후 소등’만 잘해도 자영업자들이 연간 2조 원에 가까운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고, 가게 한 곳당 연간 90만 2,500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지난달 7일부터 접수한 에너지캐시백 신청 가구가 한 달 만에 59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했다. 정부와 한전은 이 밖에도 서민의 냉방비 부담을 낮추고 취약 계층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에너지캐시백은 한 가정이 전기 사용량을 과거 2개년 평균보다 10% 이상 절감하면 1㎾h당 최대 100원씩을 돌려주는 제도다.

이제 에너지 절약은 전 국민의 의무이자 반드시 실천해야만 할 삶의 지혜이다. 특히, 문을 열고 냉방을 할 때는 문을 닫고 냉방을 할 때보다 전력 사용량이 66%, 전기요금이 33% 증가할 수 있다. ‘문 닫고 냉방’과 ‘적정온도 26도 준수’ 등을 꼭 실천해야만 한다. 에너지 안보 시대의 한복판에서 에너지 위기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를 서둘러 정착시켜야 한다.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을 제고시키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해 GDP가 늘어나도 에너지 소비는 줄어드는 탈동조화를 이룬 제조업 강국 독일과 일본 등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박근종 칼럼니스트] 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며,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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