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년만에 찾아온 '빨간 옷, 파란 옷, 초록 옷, 노란 옷' 재롱잔치

"갑질 할 수 있을 때 갑질 하자! 앞으로 4년을 또 을로 살아야 한다!"

  • Editor. 김재봉 기자
  • 입력 2016.04.09 23:00
  • 수정 2019.05.0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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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봉 정치부장
김재봉 정치부장
[더뉴스=기자수첩] 4년마다 돌아오는 세계축제는 올림픽이다. 올림픽을 뒤이어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4년마다 개최되는 대회가 줄줄이 등장했다.
 
전 세계인들은 4년마다 찾아오는 축제의 장에 포커스를 맞추며 들뜬다. 개최국은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초청 받은 국가를 영접한다.
 
때론 울기도하고 환희에 가득찬 웃음을 짓기도 한다. 관중들은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과 동화되어 그 감격과 슬픔 또는 좌절감과 성취감에 하나가 된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스포츠 축제는 작은 일 하나로 한 민족을 감동의 도가니 빠뜨리기도 하지만, 전 세계를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낼 정도로 감동의 무대로 동참하게 만들기도 한다.
보도용-photo_2016-04-02_23-36-44.jpg▲ 선거를 즐기자는 선거감시단의 청년들

대한민국에는 4년마다 치르는 행사가 또 있다.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과 지자체장을 선출하는 전국동시지방선거이다. 가까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2010년에 있었고, 제19대 총선은 2012년에 있었다. 그리고 2014년에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16년 4월 13일 제20대 총선이 있다.

지방선거와 총선은 전 세계인들을 축제의 장으로 인도하지 못한다. 심지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과 거주인들에게도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주지 못한다. 4년마다 열리는 선거는 선거에 출마해 공천을 받은 사람들이 대략 보름간 자기만족으로 즐기는 복불복게임이다.

나름 긴 시간의 선거운동을 할 수는 있지만, 선거운동이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약 보름간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라 가슴 두근거리면서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한다는 제대병장의 마음으로 완주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이 후보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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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조선일보

후보자들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은 빨간 옷, 파란 옷, 초록 옷, 노란 옷을 단체로 입고나와 춤추고 노래하고, 자신의 동네를 지상천국으로 만들어줄 것 같은 약속에 너무 많은 면역주사를 맞아 반응이 시큰둥하다.

"저렇게 떠들어도 당선만 돼봐, 저것들이 언제 약속을 지키기나 한데? 우리가 찾아가도 만나주지도 않을 걸?"

지역민만 저렇게 말할까? 취재를 하는 기자들도 의원실에 찾아가면 의원은 고사하고 비서관과 보좌관들이 먼저 어깨와 목에 힘주고 자신이 국회의원인것 처럼 착각하고 아랫사람 대하듯이 안면을 바꾸는 사람들이니,...
 
딱 4년에 한 번 그 고압적인 인간들이 큰절도 하고, 무릎끓고 사죄도 하고, 반짝이는 고급 양복이 아닌, 우리와 비슷한 잠바를 걸치고 나와 연신 굽신거리며 인사를 한다. 저멀리 유권자가 보이면 먼저 손을 흔들고, 엄마품에 앉긴 아이가 있으면 괜히 아이를 한 번 안아보며 귀엽다고 온갖 칭찬을 늘어 놓는다.
 
후보자들이 그렇게 아이를 좋아할 줄은 정말 몰랐다. 직업을 잘못 선택했나 보다. 정치인이 아니라, 유치원 교사가 됐어야 맞는데 말이다.
 
잠시 갑질하던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이 짧은 기간 을이 되는 세상, 그리고 늘 을의 위치에 오래 머물다가 잠시 갑이 되는 세상, 그 세상이 한국에 있다.
 
즐겨라! 갑의 세상을, 이제 몇 일이면 끝난다. 13일이 지나면 다시 4년을 을의 세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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