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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감성스토리] 아이의꿈
김도형 작가
아들이 중학교에 올라간뒤 얼마 지나지않아
 
내게 머뭇거리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방바닥을 내려다보며 쉽게 입을 떼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
 
아들의 이 행동은 말하기 곤란한것이 있을때 하는 행동인것을 난 알고 있었다.
 
"아들? 하고 싶은말이 있니?"
 
나의 말에 아들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빠?저 공부 안 하면 안 되요?
저 음악하고 싶어요"
 
이 말 한마디를 하려고 얼마나 고심했을까?
엄마보다는 조금은 어렵게 느껴졌을 아빠에게
자신의 인생을 바꿀수도 있는 이 말은 갓 중학생이 된
아들에게는 너무도 하기 힘든 말이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 말이 아들의 입에서 나온후 이 큰 고민은
더이상 아들의 것이 아니었고 나와 아내의 몫이 되어버렸다
일주일의 고민 끝에 나와 아내는 아들의 결정을 지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런 어려운 결정을 비교적 쉽게했던 것은
결혼후 아이가 생기면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것을 
빨리 찾아주고 그 꿈을 이루어주기위해 부모로서 정성을 다하자라고 했던 연애시절의 약속을 지키기위해서 이기도 했고 아들은 사뭇 진지한 눈빛이었다는것과
나와 아내가 보기에도 아들은 공부쪽으론 영..아니다 싶기도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나와 아내의 아들에 대한 바램보다는 아이의 꿈이 중요했던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꽤 실력이 있다는 실용음악 학원에 아들과 손을 잡고들어갔을때 두 눈이 초롱초롱 빛나며 손에 땀이 나던 아들의 모습을 잊을수가없다
보컬 수강생으로 등록을 하고 나왔을때
과연 이것이 아들에게 잘 해주는것인지
애매모호한 마음이 들기도했지만 난 아들을 믿었다
 
한달쯤 지났을때 음악학원 원장님께 연락이왔다
 
"아드님이..보컬쪽은 좀 아닌것 같습니다"
 
"그래요? 어쩌죠? 다시 공부하라고 할까요?"
 
"그건 아니구요 리듬감은 거의 천재적이거든요
그래서 타악이나 베이스기타 쪽으로 방향전환을 하는게..."
 
그렇게 아들은 베이스기타를 전공하기로 했고
난 초급용 베이스기타를 한대 장만해주어야했다
그리고 두달쯤 지난뒤 또다시 음악학원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것도 아닌가요?진짜 다시 공부라도 하라고 해야하나요?"
 
"하하 아버님 아닙니다! 이제 좀 괜찮은 악기를 장만해 주셔야할것 같아서요 열심히도 하지만 워낙 잘하는게 아니어서요"
 
홍대의 악기리페어샵에서 고급중고 기타를 한대 장만했고 그 악기는 지금까지 8년간 아들의 곁을 지키며 전문가로 성장하는데 일조했다
아들은 꿈을 꾸었고 실행했으며 그 꿈속에서 행복하다
내가 해준것이라곤 그 소중한 꿈을 지켜주려고 한 아버지로서의 의무,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들이 첫대학 실기시험준비에 매진하고 있었던 고3의 화창하던 봄날 진도 앞바다에서 상상도 못할 뉴스가 전해졌다

온국민을 처절한 비통함속에 빠지게 한 세월호참사가 터진것이었다
믿을수가 없었다
전원구조란 오보에 가슴을 쓸어내린것도 잠시
우리의 아이들과 가족들이 304명이나 차가운 바닷물속에 수장되고 말았다
 
희생자는 대부분 내 아들보다 한살 어린 단원고 학생들었고
뉴스를 볼때마다 너무나 어이가 없는 비상식적인 해경의 구조활동과 승조원들의 행동,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대응에 분노와 함께 슬픔이 차올랐다
민간 잠수사의 손에 간신히 뭍으로 올라온 유해들은
그렇게 내가슴을, 국민들의 가슴을 쥐어뜯고 있었다
 
참사 한달후 나도 모르게 안산을 향했고
합동조문소앞에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눈물부터 흘려야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모여든 조문객들은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눈물에 흐릿하게 보이는 아이들의 사진을보며
난 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강한 결심을 하게된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나의 작은 손길이 이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 알수가 없었다
 
그렇게 죄스러운 생각만 가지고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던 어느날
페북을 통해 알게된 지인으로부터 세월호와 관련된
진실규명 시민운동이 있다는것을 알게되었고
2015년 12월 추운 겨울에 강남역 길거리에 나가게되었다
참사가 일어난지 일년하고도 8개월이나 지나서였고
이미 사회의 분위기는 이제 그만 잊자, 이제는 지겹다가
대세일 때이기도 했다
매서운 바람이 불어 들고있는 피켓이 휘청거리는데도
난 그날밤 두손높이 아파오는 팔을 달래가며 피켓을 들고서 울컥하는 마음을 참을수가 없었다
이것만이 내가 합동분향소에서 내게 스스로 했던 약속을 지키는 유일한 길인것처럼,그리고 이제서야 다시 아이들을 찿아왔고 그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못난 어른으로서 참회의 심정으로 억세게 피켓을 붙잡고 서있었던 것이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세월호진실규명 시민서명을 
받았고 셀수도없이 많은 기억의 노란 리본을 나누어 드렸다
 
때로는 빨갱이라는 어느 노인의 조롱도 받았고
지나쳐가며 아직도 세월호야?라는 짜증섞인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어야했다
그러나 정말 수고가 많다며 음료수를 건네는 사람들,
서명을 마치고도 서명대를 떠나지 못하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들, 우리가 세월호를 이용하는 정치집단인줄 오해해서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 1년이나 지나서야 이제 서명을 한다는 자신이 바뀔수있게 해주어 고맙다는 시민들의 모습은
지칠때 큰 힘이 되었고 아픔을 공감했던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어느날 
강남사거리에는 신인 걸그룹이 게릴라성 홍보를 나왔었다 메가폰을 들고 자신들의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었다
 
시민서명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홍보를 하던
그 아이돌그룹의 한 아가씨와 나의 눈이 마주쳤고
그 아가씨는 한동안 서명을 하는 시민들과 노란천막의 서명대를 지켜보았다
아마 홍보를 위해 나온것이 아니었다면 서명도 하고
우리가 내미는 노란리본도 받아갔을테지..
홍보를 위해 나왔더래도 서명도하고 리본도 받아가면
참 좋을텐데..이런 생각을 하다가 난 나의 약간은 이기적인 나의 마음에 적잖히 당황해야했다
 
내가 이순간 이자리에 나와 서명대앞을 지키는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나의 아들, 저 푸르른 아이들, 지나가며 손을 내밀며
리본을 받아가는 이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고 싶어서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그 소중한 꿈을 지켜주지 못해 죄스러워서
나와있는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난 아이들에게 나의 원하는바를 이기적으로
요구하고 있었던것이었다
 
이 생각이 들자 난 그 아이돌그룹에게 미안해졌고
그들이 꼭 성공하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해 주었다
 
그날 강남역에는 내 아들의 꿈과 지나쳐가는 청년들의 꿈과 자신들을 홍보하러 나온 젊음의 꿈이 교차했고
그 꿈을 못다 펼친 단원고 아이들이 나를 서럽게 한
눈물이 있었다
 
나또한 꿈이 한가지 생겼다.
 
이땅에서 더이상 그 소중한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지 못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로 내 소망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세월호의 진실은 철저하게 규명되어야하고 그 진실앞에서 우린 반성하고 잘못된것을 바로 잡으려고 행동해야 할것이다
 
세월호는 국민의 힘으로 진실을 가득 품고
3년 만에 뭍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고 더 힘든 시작이다
철저한 조사를 위한 우리들의 관심과 지켜봄이 더욱더 필요한 시점인것이다
그래야 단 하나의 진실도 유실되지 않을것이며
미수습된 9분의 우리의 이웃이자 가족들의 유해도 유실되지 않을것이다
 
고백하건데 나도
살아가며 잊어버리고 있을때가 많다
그 아팠던 순간들을, 왜 진실이 이렇게 밝혀지기 힘든지를
종종 잊고 살아왔었다
 
그러나 이것만은 진정 잊어선 안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도하고 주위에 알리기도 한다
 
나의 아이와 이 나라의 아이들...이 아이들이 안전하게 사는 나라, 그리고 마음껏 자신의 꿈을 찿고 그 꿈을 이루기위해 열정을 불사를때 행복할수있는 나라
그런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소시민으로서 작은 관심이라도 가져야하는것...이것이 곧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의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한가지 더 잊지 말아야할것은
어른들의 잘못된 욕심과 그릇된 꿈이 세월호참사를 일으켰다는것이다
이 사실앞에서는, 그렇게 하늘나라로 가야했던 아이들 앞에서는.
우리 모두는 죄인일뿐이고
이것을 잊는다면 또 다시 같은 죄를 짓는다는것이다
 
그래서 아프고 아프지만 
지켜주지 못한 그 꿈들을 기억하고 있어야만 하는 우리들이다
 
■김도형 작가 프로필■
1967년생
아주대 국문과 출신
현재 건설업종사
아내와 아들과 오손도손 사는 평범한 시민

김도형 작가  thenews74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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