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의 감성스토리] <무릎>

  • Editor. 김도형 작가
  • 입력 2017.05.08 13:07
  • 수정 2017.08.3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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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작가
김도형 작가
"지 아빠랑 걷는게 똑같구나"
 
29살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나와 두 여동생을 버린 여자였지만
그래도 낳아준 은혜가 있으니 
이만큼 커서 당신이 첫 배아픔으로 낳은 녀석이 
이제 결혼하오
소식을 전하는 자리였다
 
막내가 한돌 되었을때 우리를 떠나갔으니
무려 25년만의 만남이었다.
 
그 어미의 정을 느끼지도 못했을 막내가 어찌어찌
찿아낸 생모는 가락시장의 터주대감이 되어 있었고
우리는 어색하게 시장 한켠 식당에 앉았더랬다
 
소주 한병에도 취기는 오르지 않았었다
질곡의 삶을 살아왔었을 어미는 아주 작았다
미안함과 당황을 같이 보이고 있는 눈이 마주치자
가슴도 시렸다
 
미웠다
그래 당신이 낳고 버린 녀석들이오
어디 조금 미안은 하시오?
내가 마음속으로 하고 있던 질책을 느낀걸까
어미는 바빠서 곧 가게로 돌아가야 한다면서도
소주잔을 연거푸 비웠다
 
"결혼식에는 오실거요?"
 
"그게... 못 가지 싶다... "
 
"네 알았습니다... "
 
이것으로 25년만의 재회는 마지막 만남이 될것이란것이 확실해 졌고 어미는 어미의 삶으로,
우리 삼남매는 우리의 삶속으로 헤어져갔다
 
수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내가 입밖으로 낸 말은 
어찌 잘 살사셨소?
나 결혼하오
오실거요?
이 세마디 뿐이었다
 
우리 참 힘들게 컸습니다
새엄마에게 둘째와 막내는 구박도 참 많이 받았답니다
아버지와는 대체 왜 그리 무자르듯 헤어지신게요?
엄마가 필요할때 어디 계셨던게요?
 
하고 싶지만 가슴속으로 참아내고 있던 말들은
의미가 없었다
할 수도 없었고 해서도 안되었던것이 맞았겠지... 
 
"이제 얼굴 봤으니 됐다... "
 
그래요  
어머니... 
나또한 얼굴 뵈었으니 되었습니다
 
20년전에 
25년만에 만난 생모와의 만남은 이렇게 허무했고
난 미치도록 그 어미가 미웠었다.
 
 
결혼식은 혼란스러웠다
기쁨과 즐거움, 왠지 모를 불안과 긴장 속에서 난 이 황망한 시간이 어서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복합적 감정의 절정에서 혹시나 울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부모님 좌석에는 아버지와 숙모께서 앉아계셨고
아내는 부모님께 절을 하는 순간부터 폭풍같은 눈물을 흘렸다
 
나또한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달래고 있었는데
주례의 말에 따라 하객들을 향해 인사를 하는 순간
예식장 문으로 빠져나가는 작은 체구의 여자가 보였다
어머니였다
 
 
폐백을 마치고 잠시 화장실에 들려 소리를 죽이며 울었다
부산에서 열린 내 결혼식까지 서울에서 내려온 엄마는
나와의 만남이후 몇날 며칠을 고민했으리라
자신이 낳은 아들의 결혼식에 엄마로써 당당히 앉지도 못할것인데 그 먼거리를 내려왔던것은 그저 죄책감이었을까?
 
아니었다는게 분명한 내생각이다
그것은 생모로서의 본능이었을 테고
세월이 끊지 못하는 사랑이었음이 확실했다
차마 결혼식의 끝까지 있지도 못하고 멀리서 
한번 보고 돌아서야했던 어머니는 그렇게 나를 자신의 가슴속에 묻어야 했을것이었다
 
 
내가 5살때 날 떠나간 어머니와의 기억은 별로 없다
한가지 기억 나는건 
내가 꾸벅거리며 졸때면
스르륵 끌어당겨 무릎에 날 눕히곤 
배를 살살 문질러주던 손길이었다
 
그 순간은 영원같았고 당연한것이었었다
온전히 나만의 것이던 무릎에는 평안과 안식이 있었다
그 무릎에서 맡았던 어미의 냄새를 어찌 잊을까
 
 
아이유의 무릎이란 노래를 처음 들었던날
소주에 눈물을 타서 마시며
잊으려 할수록 더 깊어지는
어머니의 무릎 냄새를 애써 떨구어 보려고 했었다
 
이제는 미움도 그리움도 세월만큼이나 퇴색되어져간다
내게 포근한 무릎을 기억하게 해준것만으로
내 어머니는 내게 모든걸 주었다
 
어머니
낳아주신 은혜도 모르고 당신을 미워했던 
나를 용서해주시구려
매년 어버이날이면 이 못난 놈이 그래도 어머니 생각한번은 하고 삽니다
 
어머니 무릎은
정말 편안했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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