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수다] 서울 안 가본 사람이 말 싸움에서 이긴다!

한국 기자들의 백악관 오벌 오피스 난동?

scolds란 단어를 '격노'로 번역해 왜곡하는 SNS 사용자들

  • Editor. 김재봉 기자
  • 입력 2017.07.03 00:46
  • 수정 2022.08.3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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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News 동영상 방송 캡쳐화면
ABC News 동영상 방송 캡쳐화면

[더뉴스=정치수다] 타이틀을 ‘정치수다’라고 했지만, 어쩌면 ‘기자수다’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어른들 농담 중에 “서울 안 가본 놈이 말싸움하면 이긴다.”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7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서울에 한 번 가보는 것이 소원이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시골사람이 서울을 다녀와서 동네 사람들에게 서울의 풍경을 이야기 해주는데, 옆에서 가만히 듣던 사람 중 서울을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이 강력히 우기며 서울이야기를 하면 결국 서울을 안 가본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다. 이는 사실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살펴보면

최근 며칠 동안 백악관에서 난동부린 한국기자들이란 비아냥거림이 각종 온라인을 통해서 유포되고 있다. 난동부린 한국기자들이 유포되는 원인이 된 가장 대표적인 기사는 뉴욕포스트http://nypost.com/2017/06/30/trump-scolds-korean-media-for-wreaking-havoc-in-oval-office/ “Trump scolds Korean media for wreaking havoc in Oval Office” By Bob Fredericks 기사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꼭 한국기자들에게만 격노했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 기사를 바탕으로 한국어로 번역해 올린 사람이 있다. 그는 기사 중 나오는 ‘scolds’란 단어를 ‘격노’로 표현했는데, 이는 영미국가에서 오래 살아본 사람들은 결코 이 단어를 ‘격노’로 번역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다.

뉴욕 포스트에 보도된 '트럼프가 격노했다고 번역된 문제의 기사
뉴욕 포스트에 보도된 '트럼프가 격노했다고 번역된 문제의 기사
한 SNS 사용자가 뉴욕포스트에 보도된 기사 중 scolds란 단어를 '격노'로 번역해 마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의 없는 한국 기자들에게만 격노했던 것처럼 왜곡했다.
한 SNS 사용자가 뉴욕포스트에 보도된 기사 중 scolds란 단어를 '격노'로 번역해 마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의 없는 한국 기자들에게만 격노했던 것처럼 왜곡했다.
한 SNS사용자 자신이 직접 번역해 온라인에 올린 뉴욕포스트의 기사
한 SNS사용자 자신이 직접 번역해 온라인에 올린 뉴욕포스트의 기사

이 당시의 상황을 좀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ABC News의 동영상 뉴스를 참조하면 더 좋다. http://abcnews.go.com/Politics/trump-scolds-press-aggressive-photo-op/story?id=48377545 이 링크는 ‘Trump scolds press during disorderly photo op’ 제목으로 By ALEXANDER MALLIN JOHN PARKINSON에 의해 올려진 뉴스다. 이 동영상을 보면 미국기자들이 백악관 오벌 사무실에 입장하는 모습이 보이고 “밀지마라” 등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사무실에 ENG카메라 등을 들고 들어가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좌에 앉아 있고, 취재진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동영상에는 취재진들이 들어오면서 자리를 잡는 과정 중 탁자가 끌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Fellas easy"라고 말한다. 이를 우리식으로 바꾸면 “천천히 하세요”라는 의미다. 조금 의역을 하면 도널드 트럼프의 성격을 반영해 “어이, 친구들 천천히 해(살살해)”정도로 번역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Fellas easy"란 말을 한국기자들에게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영상을 살펴보면 미국 기자들이 입장하면서 자리를 잡는 과정 중에 “Fellas easy"란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방문에 동행한 기자들의 당시상활을 설명하는 글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데, 평상시 청와대나 국회 취재기자들의 풀단 구성하는 방식과 백악관 취재에 동행한 기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다음은 백악관 오벌 오피스 취재진 배치에 대한 순서를 간단히 생각해보는 내용이다.

1. 청와대 춘춘관(청와대 출입기자실) 담당자는 오벌 오피스 취재를 위한 풀단 구성을 한국기자들에게 요청한다.

2.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통상 최고참 기자의 지시에 의해 풀단 구성을 한다. 이때 ENG카메라 기자, 스틸카메라 기자, 펜기자 등을 적절하게 배정해서 풀단에 속한 ENG카메라 기자는 동영상을 공유하고, 스틸카메라 기자는 사진을 공유하고, 펜 기자들은 두 정상이 주고 받은 말과 내용을 정리해서 공유한다.

3. 백악관은 미국을 찾은 한국 대통령과 한국 취재진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먼저 한국 기자들이 자리를 잡도록 했다. 이는 동영상에서 한국기자들은 보이지 않고 미국 기자들만 사무실로 진입하는 장면이 보이기 때문에 충분히 사실로 받아들여도 좋다.

4. 한국 기자들은 대략 5~6명 정도가 풀단을 구성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조금 더 들어가 봐야 1~2명이 더 들어 갔을 것이다. 평소 특별한 장소에서 풀단을 구성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고참이 풀단 구성을 어떻게 한다고 이야기하면 모든 기자들이 그에 따른다. 고참의 풀단 구성에 반기를 드는 기자는 앞으로 청와대든 국회든 출입해서 취재가 힘들다고 봐야 한다.

5. ABC News의 동영상을 보면 백악관 오벌 오피스의 난동(?)이라고 불리는 사태는 미국 기자들이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자들이 사무실로 들어가면서도 “No Pushing", "Slow down"이란 말을 계속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 기자들이 백악관 사무실에 자리는 잡는 ABC NEWS동영상 14초~18초 사이에 보면 어수선한 현장 분위기가 잡히고, 드디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 마디 한다. “Fellas easy"란 말을 하고 있다.

무난하게 끝난 한미정상회담, 사진은 만찬장 모습 <사진 청와대>
무난하게 끝난 한미정상회담, 사진은 만찬장 모습 <사진 청와대>

■SNS사용자들의 의도된 왜곡은 무조건 좋은가?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본다면 분명히 백악관의 난동으로 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격노’-사실 격노도 아니다. 통상적으로 어수선하니 질서유지 차원에서 짜증을 냈다고 봐야 한다.-는 한국의 각종 SNS에서 유포되고 있는 일명 ‘무개념의 한국 기자들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난동, 트럼프 격노’라는 말은 심한 왜곡이 틀림 없다.

또한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이 있다. 취재기자들을 하는 역할에 따라 크게 3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방송용 동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ENG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방송기자, 신문이나 인터넷뉴스에 사진을 촬영하는 카메라기자(흔히 스틸카메라 기자라고 함), 내용을 받아 적거나 기사를 쓰는 펜(pen) 기자로 분류한다.

취재를 하면서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주요 내용을 파고들며 질문을 하거나 기자회견 장에서 손을 들고 질문하는 기자는 펜 기자들이다. ENG카메라 기자와 스틸 키메라 기자들은 질문을 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붙으면서 영상과 사진을 촬영한다.

만약 한국 기자들과 미국 기자들이 엉키면서 탁자가 끌리고 램프가 떨어질 뻔 했다면 펜 기자들이 아니라, ENG카메라 또는 스틸카메라 기자들이 엉키면서 발생한 일일 것이다. 그러므로 오바마 대통령 때 질문도 못한 한국 기자들이 백악관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말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펜 기자들은 스틸카메라와 ENG카메라의 앵글에서 벗어난 뒤편에 자리한다. 그러므로 펜 기자들이 탁자에 걸리거나 서로 밀치면서 램프를 떨어뜨릴 일이 전혀 없다. 펜 기자들이 영상이나 사진의 앵글에 들어올 때는 백브리핑(기자회견 후 추가 질의응답을 하는 것, 주로 복도에서 하거나 특정 장소를 정해 정식 기자회견 후 진행 함)을 할 때 녹음기를 들고 기자회견 당사자 앞에 들이밀 때뿐이다.

맘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기레기?

최근 한겨레, 경향, 오마이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문재인 정부 탄생후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를 ‘김정숙 씨’로 보도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어떤 언론사도 정확하게 사실만 취재해 보도하기란 쉽지 않다. 취재를 하다보면 빠뜨리는 것들이 있고, 잘못된 제보를 받아 엉뚱한 방향으로 취재를 하거나 보도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언론사 기자들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미국 언론 중 몇 몇 언론사들이 올린 기사를 바탕으로 의도된 왜곡을 하거나 명백한 동영상 보도를 통해 전후사정을 파악할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프레임 안에서 한국 기자들을 욕하기에 급급한 일부 SNS 사용자들은 또 다른 왜곡보도자이며 ‘SNS기레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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