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의 초등학생 3시 동시 하교제, 근본적인 해결 맞나?

본질적인 개선은 맞벌이 부모가 맘 편하게 일하는 환경 만들어 주는 것

  • Editor. 김재봉 선임기자
  • 입력 2021.11.22 19:46
  • 수정 2021.11.22 2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뉴스=김재봉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21일 ‘소확행 공약 10 – 초등학생 3시 동시 하교제’를 들고 나왔다.

초등학생 3시 동시 하교제를 들고나온 이유로 “초등학생이 유치원, 어린이집 보다 더 일찍 끝나고, 부모들은 방과 후 스케줄 짜는 게 전쟁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가 초등학생 오후3시 동시 하교제를 들고나온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맞벌이 부부다. 초등학생들이 일찍 하교하면서 집에서 자녀들을 돌볼 수 없는 맞벌이 부부들의 어려움을 걱정해서다.

충북 보은 판동초등학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충북 보은 판동초등학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그렇지만, 초등학생 오후 3시 동시 하교제가 정답이 될 수 없다. 초등학생 오후 3시 동시하교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아닌, 부수적인 문제해결이다.

맞벌이 부부 또는 부모들의 방과 후 스케줄 때문에 초등학생들을 무조건 오후 3시까지 학교 붙잡아두는 것은 또 다른 문제점들을 발생시킨다.

물론 오후 3시 동시하교가 국제적인 추세이고, OECD국가들의 평균수업시간 보다 정규 수업시간이 적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이것은 단편적인 근거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화제로 떠올랐다. 반대하는 진영에서 유럽이나 미국에서 초등학생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기도 했는데, 사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초등학생들의 경우 급식을 시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적당히 정규수업 시간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매주 토요일 수업하던 시간표를 여전히 적용하고 있다. 토요일 격주 수업을 실시할 때도 매주 수업하던 교과별 수업일수를 축소하지 않았고, 토요일 전면휴업을 실시하면서도 학부모들의 교과별 수업시간 축소를 반대하는 거센 항의에 수업시간 축소를 하지 못 했다.

그 결과 5교시는 6교시로 늘었고, 6교시는 7교시로, 중·고등학교의 경우에는 가장 늦게 끝나는 수업이 7교시였지만, 8교시까지 수업하는 일이 발생됐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에서 교육은 학교와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일이고, 교육당국이 부담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학생들을 학교에 오래 붙잡아두거나 학원 뺑뺑이로 최대한 집에 늦게 들어오도록 하는 사회환경에 있다.

이재명 후보는 방과 후 오후 7시까지 학교에 붙잡아 둘 수 있도록 방과 후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대한민국 아이들은 부모들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반강제적으로 학교에 최대한 오래 있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 문제는 초등학생을 오후 3시 동시 하교제로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다. 부모들의 아이들 양육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하고, 맞벌이 부부가 충분히 자녀들을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참조할 기사 : http://www.th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87 '즐거운 여름방학, 그러나 한 끼 걱정해야 하는 아이들' - 미국과 유럽, 일본은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는데,...

90년대 초중반 영국생활을 할 때 경험한 이야기를 잠시 하면, 14세 이하의 자녀들은 부모가 무조건 학교에 자녀들의 등하교를 책임져야 한다. 직장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라 해도 이 시간만큼은 직장에서 무조건 허용을 해줘야 한다. 이를 허용하지 않으면 직장에 처벌이 내려진다.

부모가 저녀를 집에 두고 외출 할 때 무조건 20세 이상의 성인으로 ‘자녀돌봄(가디언)’을 고용해야 한다. 물론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각종 다양한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하는 복지지원이 뒤따른다.

이재명 후보가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복지 정책 시리즈를 언급하고 있는데, 맞벌이 부부와 부모들의 방과 후 스케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복지 시스템의 전면 개편을 고민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재명 후보는 ‘교육은 교육이란 테두리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명제를 넘어섰다. 과거 수많은 교육감 후보들과 한국의 정치인들이 아이들 급식 문제를 교육이란 차원에서 바라보고 해결할 생각을 안 하고 정치로 끌고 들어와 프레임 자체가 왜곡됐다.

경제, 가계소득, 그리고 서민가정의 가처분소득 증대라는 측면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를 아이들 교육문제와 복합시켜 관점 자체를 틀어버린 이슈가 초등학생 오후3시 동시 하교제다.

[한국 공교육은 여전히 창의성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정규수업 외에 학교에서 학생들은 창의성과 다양성이 보장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교육에서 창의성과 다양성은 표어로만 존재했다. 한국 공교육의 근본적인 개혁은 교과저 검인정제도를 벗어나 한 단계 더 진보한 교과서 자율발행제가 전면 시행되어야 한다. 물론 학교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다양한 기관에서 제공하는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방과 후 프로그램이 더욱더 풍성해져야 한다.]

저작권자 © THE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24 THE NEWS.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