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짓기

누구나 넓고 크고 화려한 집을 짓고 싶어한다

  • Editor. 김재봉 선임기자
  • 입력 2023.08.29 13:12
  • 수정 2023.08.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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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김재봉 선임기자] 집짓기는 꿈도 있어야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 위에 실행해야 한다. 현실을 무시하고 꿈과 이상만 가지고 집짓기를 시도하면 부도(不渡)라는 것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집짓기를 하기 전에 냉정하게 ‘내가 가지고 있는 조건 중 자금 사정을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하는데, 지금 가지고 있는 자금, 향후 동원할 수 있는 자금, 그리고, 매월 지속해서 공급할 수 있는 자금’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자금계획이 수립되면, 그 다음에 설계도 구상해보고 이를 구체적으로 현실화시켜줄 건축사를 찾으면 된다. 건축사와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각각에 들어갈 재료를 선택하다 보면 현실에 맞춰 처음 생각하고 꿈꿨던 집과는 조금 다르게 건축되는 일도 있다. 자금이란 가장 큰 녀석이 우리들의 발목을 잡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과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일이 이와 같다. 정당을 만들고, 정치를 하고, 회사를 설립하고, 경영을 하고, 공부를 계획하고 대학에 입학하고, 그리고 다시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는 일들이 모두 그렇다.

누구나 25평이 아닌, 150평, 200평, 300평의 넓고 화려한 집을 짓고 싶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때로 25평이 아닌, 18평이나 15평의 아담한 집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자금사정과 계획에 따라 현재 건축할 수 있는 집은 18평의 작고 아담한 집인데,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150평의 큰 집을 건축하겠다고 무리한 고집을 피우면, 150평은 고사하고 18평의 작고 아담한 집도 건축할 수 없다.

대한민국 국회  -사진 박광희 터키취재본부장-
대한민국 국회 -사진 박광희 터키취재본부장-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총선만 다가오면 ‘창당’의 바람이 불어온다. 양향자 국회의원은 ‘한국의희망’이란 당을 창당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중에서도 탈당 후 창당이란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각종 시민단체나 시민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창당이란 용어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늘 한결같다. “지금은 제3정당이 창당되고 국회에 진입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지난 총선 때도 그랬고, 지지난번 총선 때도 그랬다. 절반의 성공도 있었다. 지난 2016년 총선 때 지금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체제에 염증을 느낀 폭발지수가 많았고, 이를 틈 타 안철수 의원이 호남을 발판으로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일정 부분 성공했다. 다만, 오래가지 않아 안철수 의원 자신과 주변인들의 조급증으로 국민의당을 망하는 길로 이끌었을 뿐이다.

총선이란 선거의 계절을 맞이해 15평 집을 지을 수 있는 사람도 300평 집을 짓겠다고 ‘창당’이란 호주머니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겨우 25평 집을 건축할 수 있는 사람도 500평 집을 짓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있다.

창당도 기업을 설립하는 것과 같다. 회사를 설립할 자금이 없고, 같이 일할 사람이 없다면, 그 회사를 설립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100% 외부에서 자금을 수입한다면, 그 회사는 자금을 지원한 업체나 개인에 의해 늘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더욱이 회사만 설립한다고 모든 일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설립 후 어떤 방법으로 회사를 유지할 것인지 계획이 없다면, 그 회사는 설립 후 오래가지 않아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아니면, 혼자의 힘으로 설립 후 오랜 시간을 홀로 버티며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여력과 조건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것마저 못 한다면, 회사 설립을 처음부터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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