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수다] 청와대, 구중궁궐이 맞다!

청와대 대통령은 높은 담장과 숲속에 갇혀 대한민국 국민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 Editor. 김재봉 선임기자
  • 입력 2022.09.08 21:38
  • 수정 2022.09.30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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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김재봉 선임기자]  막연히 청와대는 구중궁궐이라고 말했다. 높은 담장과 숲속에 갇혀 청와대 대통령은 국민과 멀리 있을 수 밖에 없다.

청와대 본관 <사진 더뉴스DB>
청와대 본관 <사진 더뉴스DB>

모든 시설이 갖춰진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으로 간 윤석열 대통령, 청와대에 집중되어 있던 모든 업무시설과 안보시설을 외면하고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대통령실을 이전한 것에 대한 비난도 많았다.

예전에 개성 구경과 금강산 구경을 못 했는데, 이명박-박근혜 때문에 완전히 닫혀서 못 간 것이 후회됐다. 청와대도 언제 다시 대통령이 기어들어 가 닫힐지 모른다는 생각에 청와대 구경을 갔다.

평지에 있어 다니기 편한 국회의시당과는 천지 차이다. 청와대는 은근히 오르락내리락 길이 많고, 그 넓이가 경복궁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넓다. 청와대 구경을 따라온 아내는 “다시는 청와대 ‘청’자도 꺼내지 말라”며 너무 힘들다고 했다.

청와대 관람을 하니, “역시 청와대는 구중궁궐이 맞아”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청와대 배치는 철저하게 군사정권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생각이 잘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의 반영은 당연히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의 사고(思考)가 연장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청와대 내 대통령 관저 <사진 더뉴스DB>
청와대 내 대통령 관저 <사진 더뉴스DB>

청와대 본관과 관저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고, 기자들이 있는 춘추관은 청와대 입구에 가까워서 기자들이 청와대 본관에 가거나 주요 담당자를 만나려면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걷기도 애매하고 차를 타기도 애매한 그런 길을 가야 한다.

대통령과 청와대 내 각 분야 수석 및 비서들과는 완전히 분리한 배치다.

청와대 본관은 크지만 매우 비효율적인 공간배치를 했다. 마치 조선시대 임금이 구중궁궐에 홀로 앉아 온갖 무게를 잡을 수 있는 공간이다. 결국 부족한 사무공간을 위해 여민관을 몇 개 지어서 그곳에서 사무를 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국방부로 대통령집무실을 옮기자 문재인정권 청와대 근무자들은 변명으로 대통령과 여민관이 그리 멀지 않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던 것이 생각난다.

청와대 배치도, 청와대 본관에서 영빈관, 관저, 상춘재, 춘추관, 여민관 등은 걷기에는 조금 멀고, 차를 타고 이용하기에는 가깝다. 그러나 대부분 길이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대통령과 수석들과 행정관들이 빠른 시간 내 한 곳에 모여 회의를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 더뉴스DB>
청와대 배치도, 청와대 본관에서 영빈관, 관저, 상춘재, 춘추관, 여민관 등은 걷기에는 조금 멀고, 차를 타고 이용하기에는 가깝다. 그러나 대부분 길이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대통령과 수석들과 행정관들이 빠른 시간 내 한 곳에 모여 회의를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 더뉴스DB>

청와대는 대일항쟁기(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총독관저가 있던 자리다. 원래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 후원 구역이지만, 일제는 이곳을 허물고 총독관저를 짓고, 경복궁 앞에는 조선총독부 건물을 낯 일(日)자 형태로 건설하고 옛 서울시청 건물을 본(本)자로 지어 총독관저에서 보면 경복궁 앞에 ‘일본’(日本)이란 글자가 보이도록 했다.

청와대 주재 기자들이 머물렀던 춘추관 입구 <사진 더뉴스DB>
청와대 주재 기자들이 머물렀던 춘추관 입구 <사진 더뉴스DB>

대부분 해외 정상들의 업무시설이 한 건물에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와 담당 직원들이 근무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에 비해 청와대는 모든 것이 분리되어 있다. 총독관저에서 사용되던 청와대나 지금의 청와대는 전체 배치도로 보면 권력자들이 은밀한 여흥을 즐기기에는 아주적격이다. 당연히 청와대 안에서 온갖 비밀스러운 일들이 발생했고, 대한민국 권력의 최고 정점이 모이는 곳이기에 업무 공간으로서는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처음부터 미국 백악관이나 프랑스의 대통령궁 등 해외 많은 정상의 집무공간과는 반대로 업무와는 어울리지 않는 구중궁궐을 만들어 놓았다.

외국 국빈을 대접하던 청와대 영빈관 내부 모습 <사진 더뉴스DB>
외국 국빈을 대접하던 청와대 영빈관 내부 모습 <사진 더뉴스DB>

윤석열 정권이 끝나고 설령 민주당에서 정권을 재창출해도 지금의 청와대로 다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은 국민과 멀어지는 일이다. 차기 정권에서 임시로 청와대에서 대통령 집무를 해도 제대로 계획을 세워 청와대를 적당한 장소로 이전해야 한다. 또한 청와대와 부속건물은 배치를 적절히 집중화해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 때마다 기자들이 있는 공간을 지나 대통령집무실로 가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흉내는 어느 정도 내지만, 내용이 없어서 문제다. 또한 너무 급히 서둘러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하여 볼품없는 거대한 장벽 같은 곳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대통령집무실이 됐다.

지금의 청와대 공간은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을 온전히 복원하고, 앞에 펼쳐진 광화문 광장은 육조거리를 제대로 복원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 대사관, 일본 대사관을 사대문 밖으로 이전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광화문광장 조성사업도 경복궁 완전 복원과 육조거리 조성으로 문화관광화 한다는 방향에서는 불완전한 사업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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